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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근로기준법을‘적용’하라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재능교육 교사들의 투쟁 김택 기자l승인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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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는‘노동자’가 아니다.
시청 광장의 한 쪽에 천막들이 떼를 지어 있다. 그런데 그리 멀지 않은 광장
의 건너편에, 지금도 흰 천막 한 채가 홀로 외로운 농성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해고된 재능교육 학습지교사들의 농성은 취재 당일, 1546일 째다. 천막 위의 기는
색이 바래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4년을 훌쩍 넘긴 긴 시간동안
농성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재능교육 노조가 재능교육 사측에 공식적으
로 요구하는 조건은‘단체협약 원상복구’와‘해고자 복직’이지만, 황창훈 전국학
습지산업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본부장은“최종적으로 나아가야 할 바는 재능교
육 학습지 교사가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현재 재능교육에 근
무하는 학습지 교사들은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다.
◇이 모두,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90년대에, 재능교육교사들의 신분이 정
규직 노동자에서 개인사업자로 바뀐 것이 시발점이었다. 그저 입사 때 근로계약
서 대신 위탁사업계약서를 쓰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었다. 노동자에서 개인사업자
로 신분이 바뀐다는 것은 더 이상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
때부터 재능교육교사들은 노동자라면 기본적으로 보장받아야할 4대 보험, 육아휴
직과 생리휴가, 그리고 퇴직금과 같은 복지를 더 이상 바랄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은 노동의 대가로‘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 역
시 노동자가 아 니라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
은 급여를 받아도‘임금’이라 부르지 못하고‘수수료’라고 부른다. 학습지 교사
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할당된 지역의회원을 관리하는 일을 위탁받고 그 대가
로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와 같이 노동의 대가를 회사에 헌납하고 그 일부를 지급받는 급여 지
급 방식은 사실상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로 자본가에게 급여를 지급받는 것과 다
를 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수수료’지급 방식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줄
기본급이 없이, 관리하는 회원 수에 따라 돈을 지급받는 순수한 성과급제라는 것
이다. 원하는 만큼 일하고 그만큼의 대가만 받으면 되지 않겠느냐만, 황 본부장은
“운영 구조상 일정량의 노동을 반드시 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쉴 수 없다”
고 말했다. 또“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를 개인사업자로 불러 애써 회사와의 관계
를 평등한 것으로 보이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대다수 학습지 교사들은 전보다 낮은 급여를 받아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학습지 교사들은 1999년에‘재능교육교사노동
조합’을 설립한 이래, 지속적으로 회사측에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고 협상을 시
도하여 수차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다시 개인사업자라는
신분이 재능교육노조의 발목을 붙잡았다. 2001년, 재능교육사 측이 단체협약을 어
겼지만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사측이 단체협약을 어긴 것은 맞지만, 단체협약
을 체결한 자가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고, 따라서 단체협약
은 효력이 없다는 논리였다. 2005년에 대법원은‘학습지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다’
라는 판결을 내려 쐐기를 박았다.
◇아직 투쟁은 멈출 수 없다
2007년 5월에 재능교육 노조 집행부와 사측은 교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55%
에서 43%로 낮추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황 본부장은“노동조합 내에서의 투
표결과, 근세한 찬·반 차이로 노조 집행부의 의견을 따라 단체협약은 통과되었
다”고 회상했다. 많은 노조원들의 우려대로, 새로 체결된 단체협약은 재능교육 교
사들에게 불이익을 가져다 줬다. 집행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책임을 지고 물러
났다. 결국 현재의 집행부가 출범하여 노조원들과 함께 2007년 12월 21일, 천막농
성을 시작하여 단체협약을 변경·보충할 것을 요구했지만 재능교육사 측은 받아
주지 않았다. 2008년에는 재능교육사측에서 아예 단체협약을 해지해 버렸다.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3000여명에 이르는 노조는 와해되었고, 해고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업을 찾아 흩어졌다. 현재 11명의 노조 집행부만이 천막
을 지키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같이 열악하고 법적으로 불리하기까지
한 상황에서도, 천막농성은 멈추지 않는다. 황 본부장은 말한다. “법은 원래 우리
편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쨌거나 법과 법원은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
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누가 봐도 이구조는 잘못된 거에요. 이런 활동으로 많
은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하고, 저항을 통해 바꿔야 합니다”


김택 기자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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