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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목욕의 민족

김준호 기자l승인2012.03.19l수정2018.10.0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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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목욕은 종교나 제례의식, 개인의 위생과 건강, 아름다움, 신체적 안
락과 사교의 수단이었다, 우리의 역사 기록 중 목욕에 관해서 처음 언급된 것은 삼국시대 신라 때다. 신라의 박혁거세와 왕비인 알영 부인이 북천과 동천에서 목욕을 한 뒤 박혁거세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닭부리처럼 생겼던 알영부인의 입술은 예쁘게 변했다고 한다. 이러한 설화에 가까운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고대목욕에서 의식으로서의 목욕과 미용, 치료기능으로서의 목욕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교의 도래와 함께 목욕은 더욱 활성화 되었다. 불교는 목욕을 계율로 삼기 때문에 대부분의 백성이 불교 신자였던 신라에서 목욕은 크게 유행하였다.
지금 유적은 발견되지 않지만 당시 대형 목욕탕이 마련되었다는 기록이 있
으며, 신라 귀족들의 가정에는 대부분 개인 목욕시설이 있었고 목욕용 향료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는 비단 신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3세기경 고구려 서천
왕 17년에 고구려 왕족들이 온탕에서 친구, 친지들과 어울려 놀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불교의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목욕은 단순히 의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귀족들
은 물론 평민들도 추구하는 신체적 안락함의 한 가지가 되었다. 이는 불교가
황금기를 맞은 고려시대에 두드러지게 되었다. 목욕이 발달하면서 목욕의 횟수
도 늘어 당시 고려에서는 하루 3~4번 몸을 씻었고 여성들은 장미대신 복숭아
꽃물이나 난초물에 목욕을 하였다.
이는 물론 피부미용을 위한 여성들의 세심한 정성이었다. 잘 씻지 않는 것으
로 알려진 중국인들에게 고려인들의 잦고 다양한 목욕은 무척 신기하게 비쳤
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에 의해 고려의 생활상이 쓰인 <고려도경>에는 이와
같은 목욕에 대한 기록들이 등장한다. 고려시대에는 남녀의 차별이 심하지 않
았다. 그래서인지 냇가에서 남녀가 함께 혼욕을 했다는 기록이 <고려도경>에 전
해진다. 하지만 이때 사람들은 옷을 다 벗고 들어가지는 않았으며 여자들은 모
시 치마를 입은 채로 목욕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고 한다.
유교사상이 지배하던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목욕, 특히 공중목욕은 환영받
지 못하였다. 당시 양반들은 목욕을 할때 옷을 벗는 것을 상스러운 행동으로
여겨 아이들에게 자주 목욕하지 말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그래서 땀이 나지 않
는 겨울에는 목욕을 하지 않았고, 여름에도 5월 단오, 6월 유두, 혹은 제사가
있을 때나 더위가 심할 때만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목욕은 이미 평민들
사이에서 대세였고 낯가리던 양반들도 뒤에서는 정방이라는 목욕시설을 갖추
어놓고 난탕, 청포탕과 같은 여러 자연 재료의 목욕을 즐겼다고 한다, 뿐만 아
니라 여인들은 부엌 안에 북수간이란 곳을 만들어 이용하기도 했다.
서민들은 냇가에서 주로 목욕을 즐겼고 겨울에는 우리가 잘 아는 한증, 여름
에는 물맞이(음력 6월 보름, 유두날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부
정한 것을 씻어 버리는 풍속)를 즐겼다. 물론 남녀 혼욕은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그러면서도 필요한 옷은 입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공중목욕탕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였는데 아직 유교 문화에 젖어있던 당
시 사람들의 반발이 심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위생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주택이 서구화됨에 따라 온수 사용이 수월해지면서 개인 욕실도 일반
화 되었다. 또한 1999년 찜질방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목욕문화를 개척해가고
있다.


김준호 기자  jun_ho1127@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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