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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칼럼] 학습의 기본, 암기

김준호 기자l승인20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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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스파르타 식 교육이라고 하면 민주적, 자유적 교육 형태와 반대 개념인 전제적, 강압적 군국주의 교육을 말하며 오늘날에는 일방적·강제적·조직적인 교육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들의 교육은 현재 좋지 못한 교육의 개념으로, 타개되어야 할 교육으로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스파르타 식 교육은 언제나 타개되어야 할까?
 스파르타 식 교육은 상당히 강제적인 교육이다. 그러나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교육은 항상 나쁜 것인가? 교육은 항상 일방적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과 인성과 인생관을 어떤 방식으로든 주입하게 된다. 인간이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에 교사의 가르침에는 언제나 교사의 주관이 노강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교사의 가르침은 일방적이다. 과거 스파르타는 육체적이고 인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일방적 교육이 이루어졌지만 현재 우리가 스파르타 식 교육이라고 말하는 교육은 지식적인 부분의 암기 위주 교육을 말한다.
 암기는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 기억에는 논리적 기억과 기계적 기억이 있다. 이 중 기계적 기억은 가장 기초적인 부분의 기억으로 기계적 암기를 통해서 형성된다. 기계적 암기는 암송 또는 되풀이해서 읽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상당히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적 과정이 없으면 논리적 기억 또한 불가능하며 이를 바탕으로 생겨나는 창의적 사고 또한 있을 수 없게 된다. 영어단어를 모르는데 영어 문장을 구축할 수 없는 법이고, 더욱이 하나의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논리적 기억은 반복적 학습이 아닌 '내용 이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내용에 대한 이해만 가지고는 그것을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재생시킬 수 없다. 그래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기억해내야 할 경우는 반복에 의해서 완전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경우 암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논리적 기억을 위한 암기라고 해서 그저 이해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평가 제도와 같이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 내야하는 수능 시스템 내에서는 어설픈 이해가 아닌 명시적인 논리적 암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적 암기가 축적될 때에 비로소 사고력 향상이 이루어진다.
 특정한 지식과 그 지식체계를 일방적으로 암기하는 교육은 위험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식체계를 구축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지식체계를 섭렵하게 되면 처음에 암기한 지식체계와의 충돌로 인해, 비판적 사고가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 암기를 통한 교육은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렇게 축적된 지식체계, 즉 사고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창의적 결과물이 된다. 따라서 창의성을 위한 교육이란 다양한 지식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암기를 통한 교육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이러한 흐름의 일종으로 1994학년도부터 도입된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이 시험은 대학 입시 위주로 이루어지는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암기 위주가 아닌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 사고력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논리적 암기이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에서는 사고력이 암기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사고력 향상만을 위한 교육을 시행했다. 다시금 개정된 교육과정 또한 이러한 오류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암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논리적 암기를 요하는 단계로 이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교육은 기초적 학습인 암기를 담당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암기를 위한 예습과 복습은 사교육에 이전되었고, 공교육은 전체 교육에서 그 비중을 더욱 상실하게 되었다.
 암기는 일방적이고 전제적이다. 스파르타 식 교육 속에서 암기는 이루어진다. 혹도갛ㄴ 암기를 통해 학습한 자만이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인류가 그 존재 이래로 쌓아온 경이로운 지식들은 이제 한 사람이 경험으로써 얻을 수 있는 범위를 초월했다. 이러한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방법은 자신이 이 모든 것을 경험해서 처음부터 그 창조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암기를 통해 익히는 법이다. 이러한 지식을 습득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학습이라 한다면, 암기야말로 진정한 학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준호 기자  jun__ho1127@blue.k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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