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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호/기획]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양인영, 민소정, 김수빈 기자l승인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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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홍익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 도중 수업에 참여한 남성 모델 A 씨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홍익대학교는 지난 4일 서울마포경찰서에 해당 사건을 의뢰했다. 이후 검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동료 여성 모델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여성 모델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논란이 시작됐다. 검찰과 경찰의 불법촬영 사건 수사가 성별에 따라 불평등 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커지면서 그간 여성들의 억눌러왔던 분노가 터졌다. 이에 대하여 국민 청원 또한 등장하였다. 5월 11일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왔다. 약 일주일 만에 청원에 동의하는 인원이 4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청와대 필수 답변 청원 수인 2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러한 여성들의 분노는 청원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이번 1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통해 드러났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는 불법촬영본 제작 및 소비의 근절과 성(性)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시위에는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하며, 주최 측은  편파 수사에 분노한다는 의미로 붉은색을 이번 시위의 상징 색과 드레스코드로 선정했다.
19일 시위 당일, 시위 시작 시간인 오후 세 시가 가까워지자 붉은 색의 옷을 입거나 소품을 지참한 수많은 여성들이 시위 장소로 모이기 시작하였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시위에 참여했다참여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경찰은 해당 시위 참여 인원을 500명 정도로 예상했고 주최 측 역시 최대 인원을 5000명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많은 여성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사차선 도로 중 이차 선만을 기존 시위 공간으로 확보하였으나 참여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시위 공간을 사차선 전체로 늘렸다. 주최 측인 다음카페 ‘불편한 용기’ 보도팀은 따르면 당일 시위에 참가한 인원을 1만 2000명으로 공식적으로 추산했다.
시위 참여자들은 성명서를 낭독하고 대표자의 선창에 맞추어 구호를 외쳤다. 또한 주최 측에서 제작한 피켓을 받고 이를 흔들며 각자 분노를 표출하며 시위에 힘을 실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시위에 참여해 주최 측에서 준비한 피켓이 떨어지자 주최 측은 A4 용지를 배부하여 피켓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오후 세시에 시작한 시위는 오후 일곱 시 넘어 종료되었다. 이번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시발점으로 지난 26일 청계천한빛광장에서도 불법촬영에 대한 수사기관의 편파적인 수사에 대한 두 번째 도심 시위가 벌어졌다. 오는 6월 2일에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일어난 장소인 혜화역에서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하는 제 2차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홍익대학교 누드 크로키 수업 불법촬영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불법촬영 범죄에 이목을 집중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검찰은 해당 사건의 가해자에게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또 이전에 발생한 불법촬영사건 가해자를 선처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제대로 된 형을 내리고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웠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며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수사가 다르게 진행되고 처벌이 다르게 가해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청원이 등장했다. 불법촬영 범죄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청원은 다음(우측)과 같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청원 중 20만 명이 넘게 동의한 청원인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와 ‘위장·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범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에 대해 답변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용의자가 20여명밖에 되지 않아 수사가 신속히 진행되었으며 성별에 따라 수사 속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처벌에 대해서는 불법촬영범죄 범인 검거율은 96%수준으로 높으나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해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원 답변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이 수사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불법촬영 및 불법촬영물 유포 범죄를 신고하러 갔으나 경찰이 돌려보냈다는 경험담이 다수 올라왔다. 한 SNS 이용자는 “홍대 불법촬영 사건에 대해 이번 가해자가 왜 그렇게 처벌 받았는가가 아니라 이전에 있었던 범죄에 이번 사건처럼 대응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청원을 넣은 것이 아니다.”라며 답변에 불만을 표했다.
 

그들은 불법촬영에 떨지 않을 내일을 꿈꾼다. -양인영 기자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20대 집행유예, 소개팅녀 알몸을 친구에게 유포한 의사도 집행유예” 지난 19일 혜화역에서는 이런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동안 불법촬영 범죄에 내려진 가벼운 처벌을 비꼬는 퍼포먼스였다.
지난 세월동안 불법촬영은 신고를 한다고 해도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범죄라는 인식이 있었다. 경찰이 “잡기 어렵다.”라고 말하고 수사를 종결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왔기 때문이다. 서강대학교 대나무숲에는 불법촬영사건의 피해 여성이 올린 호소문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홍대에 몰카 사건이 터졌다고 들었다. 국가는 용의자 스무 명인가를 이번 주 내로 모두 조사하겠다고 했다"며 "나는 용의자가 한 명이었는데 조사를 해 주지 않았다. (경찰은) 잡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해결 방법이 없다고 했다”고 하소연했다. 한국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지금까지 저희가 지원했던 여성 피해자분들의 경우에는 아침에 신고 접수를 했는데 오후에 (해당)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하지 못한다고 종결을 한다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경찰의 미온적이던 대응을 말했다.
또, 수사가 진행된다하더라도 무죄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가해자들이 많았다. 지난 2017년, 5년간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카메라를 설치, 여자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수차례 촬영한 혐의를 받았던 국가대표 수영선수들이 무죄로 풀려났다. 지난 4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건너편 원룸을 사는 사람의 속옷 차림을 총 35차례에 걸쳐 촬영한 남성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경찰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불법 촬영 범죄로 검거된 범죄자중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2%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 ‘홍대 불법촬영 사건’에서 이 인식이 뒤집혔다. 사람들은 일주일도 안 되어서 잡힌 범인에, 당연하게 내려진 처벌에, 적절한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에 당황했다. 그들이 체감해온 불법 촬영 범죄와는 달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홍대 불법촬영 사건’이 정말 편파수사였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수사기관이 계속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고, 섬세하게 피해자를 보호해주기를 바란다. 언론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사진을 내세우고, 피해자를 선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불법촬영’에 떨지 않을 내일을 바란다.


양인영, 민소정, 김수빈 기자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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