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8.7.1 일 01:54

[416호] 왜 그녀들은 직장을 잃어야만 했는가?

양인영 기자l승인2018.05.13l수정2018.05.13 22:39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개인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을 것을 보장한다 하지만 개인의 사상을 검증한다는 것은 그의 사상에 따라 차별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경우, 개인은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대가 원하는 말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 부조리를 맞닥뜨린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모두 빼앗는다.

반공주의가 만연했던 20세기에는 이러한 사상검증과 그에 따른 문제가 더욱 넘쳐났다. 1950년 “국무성 안에는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라는 매카시의 연설로부터 미국의 반공주의는 극단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당시 정치인과 지식인등 수많은 지도층 인사들이 매카시에게 공격받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공산주의자로 몰렸다. 무고한 사람들이 추방되거나, 직업을 잃거나, 심하면 소련의 스파이로 몰려 처형당했고 그 결과 아무도 매카시에게 반론을 펼치지 못했다. 20세기의 사상검증은 ‘너 공산주의자야?’ 라는 말로 표현의 자유를 빼앗고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여기서 달라져야만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이러한 사상검증 이야기가 꾸준히 들린다. 지난 3월 IMC게임즈는 회사의 직원이 ‘메갈 논란’을 받자 진상을 파악한다며 대표가 직접 당사자를 불러 면담을 했다. 하지만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요.",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요."와 같이 면담이라기보다는 사상 검증에 가까운 질문들이 눈에 띄었다. 또한 지난 4월 모바일 게임 ‘벽람항로’의 퍼블리셔인 X. D. 글로벌사는 게임의 일러스트를 그린 ‘나르닥’ 작가가 ‘메갈 논란’에 휩싸이자 “난 메갈리아와 관련이 없고,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트윗을 작가의 개인 SNS에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작가가 이를 거절하자, 회사는 작가의 일러스트를 게임에서 삭제했다. 이는 개인의 사상에 따라 벌어진 부당한 대우이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김자연 성우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티셔츠를 인증했다는 이유로 클로저스와 다른 게임들에서 목소리가 지워졌다.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사이버 불링을 당하고, 불태워진 자신의 사진을 봐야했다.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이 일들에 관련된 트윗을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매도당하고, 대다수는 직장을 잃기까지 했다. 왜 그녀들은 직장을 잃어야했을까. 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불명예를 안고 쫓겨나야 했을까. 왜 우리는 반공이라는 마녀사냥으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형태의 매카시즘을 마주해야할까. 70년 동안 발전이 없는 사회. 말 한마디에 인권을 잃고, 클릭 한 번에 직장을 잃는 사회. 이러한 사회는 비정상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변화해야한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일하기 위해, 침묵하지 말아야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권리가 누군가의 투쟁의 대가였듯이, 내일 쫓겨나게 될 누군가를 위해 싸워야한다.


양인영 기자  071255@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인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knuepress@naver.com
발행인: 류희찬  |  주간: 손정주  |  편집국장: 최원호  |  편집실장: 김지연/김주현/임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원호
Copyright © 2018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