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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컬처노트] 가네코 후미코의 삶-영화 ‘박열(이준익 감독)’과 책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가네코 후미코)

김지연 기자l승인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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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일본, 관동 대지진 이후 내각의 유언비어로 인해 6천여 명의 조선인이 무참히 학살당한다. 이를 은폐하고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내각은 항일운동단체 불령사의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를 일본 황태자 암살을 계획한 대역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의 내용이다.

감독은 각종 서적과 영상자료, 신문 기사를 동원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 영화를 최대한 역사적 사실에 가깝게 만들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 결과 탄생한 박열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기존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문법을 따른다. 인물들을 선량한 조선인, 악랄한 일본인의 이분법으로 나누지도 않으며 끈적한 민족주의, 애국정신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대신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라는 두 청춘의 뜨거운 열정과 저항정신에 집중한다. 그런 영화의 태도가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난 캐릭터가 바로 일본인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이다.

박열의 시를 읽고 찾아와 다짜고짜 동거하자고 말하는 후미코. 성차별이 심했던 시대에 동지로서 동거한다, 운동 활동에서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동거 서약을 제안하고, 박열보다 더 당당하고 강경하게 항일 운동에 참여한 후미코. 법정 공판에 조선의 옷을 입고 등장해 천황과 황태자는 없어져야 할 기생충이다라고 외치며 관객들에게 박열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미코는 사형선고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무기징역으로 특별 감형을 받았으나, 사면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자살한다. 그가 옥중에서 쓴 수기의 제목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의 답을 찾기 위해, 후미코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짚어 내려간다.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방치, 양쪽 모두의 호적에 오르지 못해 무적자(無籍者)로 학교조차 다니지 못하고 친척들의 학대를 당하며 살아가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분노하고 투쟁하며 새로운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는 편을 택한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배움을 향한 열정을 멈추지 않고, 고통받는 조선인에게 이입하며 사회주의와 아나키즘 사상을 배워가는 모습에서는 강인함과 삶에 대한 끝없는 긍정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 거라곤 내가 태어났고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아무리 친할머니가 태어났어도 태어나지 않은 거라고 말해도 나는 태어나서 살아 있다라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는 말한다.

후미코가 목숨을 끊은 나이는 불과 23. 박열의 고향인 문경 땅에 묻힌 그의 인생은 책,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세상에 남았다. “내 의지를 따라 살아간다면, 그것이 비록 죽음을 향하더라도 그 삶은 부정이 아니다, 오히려 긍정일 것이다라는 그의 말이 9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김지연 기자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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