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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사무사] 혐오는 스포츠가 아니다

편집장l승인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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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 518개! 폭동개!” 작년 5월 12일, 아프리카tv의 bj 철구가 별풍선 518개를 받고 방송에서 외친 말이다. 그리고 지난 4월, 그의 이름을 빌린 pc방 ‘철구 pc’가 전남대학교 후문에 문을 열었다. 과거 발언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한 마디도 없었다.

‘폭동’은 광주 시민들, 그리고 호남인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홍어족, 좌좀, 빨갱이, 전라디언 등의 비하 표현과 함께. 오랫동안 호남은 일상적으로 비하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왔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우리학교 청람광장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라도는 거르자!”라는 댓글을 볼 수 있다. 지난 주 목요일에 쓰인 글이다.

뿌리 깊은 지역 혐오가 지역 간 단절과 몰이해가 야기한 피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당시 정권의 말만을 믿은 세대의 오해와 아집이라고 생각했다. 지난여름 부산역에서, 5.18은 광주 시민들이 경상도에 앙심을 품고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트럭을 볼 때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부가, 20대 청년과 학생들이 그 트럭 앞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통신 기술과 미디어가 발달했고, 사람들은 소리 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5.18은 교과서에 등장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다. 더 이상 ‘몰랐다’라는 말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오해는 불가능하다. 오해하기로 강하게 마음먹지 않는 한. 이제 혐오는 무지가 아닌 의도의 결과다. 다 알면서, 일부러 혐오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교과서가 달라져도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어쩌면 5.18이 정말로 폭동인지 아닌지도 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재미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혐오는 하나의 스포츠다. 호남인을, 외국인을, 저소득층을, 결손가정을, 여성을... 이들은 대상을 바꿔 가며 혐오를 즐긴다. 대상은 늘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이다.

혐오자들은 혐오 대상을 자신들과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철구가 당당하게 광주에 pc방을 열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광주 시민을 조롱의 대상, 또는 pc방에 올 고객으로만 생각했지 자신의 언행을 비판하고 불매할 수 있는 주체로 보지 못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틀렸다. 현재 전남대학교 중앙동아리 ‘쏘셜메이커’는 철구 pc 몰아내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다시 지난여름 부산역에서, 스피커에 대고 광주 사람들이 경찰을 때려죽였다고 소리치는 사람 앞에서 광주 사람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혼자였고 그 자리에 내 편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사람들의 가벼운 표정이 나는 무서웠다.

그때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내가 여기 존재한다. 호남인인 내가, 여성인 내가, 결손 가정의 자녀인 내가 여기 있다. 나는 당신들이 혐오해도 괜찮은 장난감이 아니라 동등한 인간이다. 혐오는 스포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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