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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호/사무사] 평화의 빛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8.04.30l수정2018.04.3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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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은 웃으며 함께 판문점으로 걸어갔고, 그곳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완전히 끝난다. 종전(終戰).
무려 68년 동안, 전쟁은 모든 국민에게 삶의 일부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전쟁은 언제나 존재했다. tv를 틀면 흘러나오는 미사일 발사 뉴스, 곱게 한복을 입고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는 낯선 억양의 아나운서. 진지하게 전쟁 공포에 떠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전쟁은 모두의 일상에 폭력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전쟁 때문에 전 국민의 절반이 아까운 청춘의 몇 해를 군대에 바쳐야 했고, 그곳에서 태어난 일명 ‘군대 문화’는 사회의 모든 집단에 폭력과 부조리, 그리고 복종을 심어 넣었다.
어떤 이들에게 전쟁은 편리한 무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이 땅에서 ‘빨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사람은 총 몇 명이나 될까. ‘빨갱이’라는 무적의 한 마디 앞에서는 어떤 설명도 절차도 필요하지 않았다. 권력을 쥔 자들은 전쟁을 이용해 손쉽게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독재 정권이 물러난 뒤에도 전쟁이라는 무기는 여전히 유효했다. 높으신 분들이 ‘종북’ 한 마디만 하면 태극기를 든 용사들이 몰려와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어떤 이들에게 전쟁은 애끊는 슬픔이 되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 남편을 잃은 아내, 언니를 잃은 동생.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12만 9천여 명에 달한다. 그중 많은 수는 그리던 가족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피해자 유족들 역시 전쟁으로 인해 생때같은 아들과 형제를 잃었다. 지난 66년간 군에서 자살로 처리된 사망자 수는 3만 8천여 명에 달한다.

그런 전쟁이, 길고 고통스러웠던 전쟁이 이제 끝난다. 손을 잡고 걷는 두 정상의 모습에서도, 종전이라는 말에서도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갑자기 손닿는 곳까지 성큼 다가온 평화는 무척 낯설고, 또 환하다. 그동안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전쟁이 드리운 그림자에 조금씩 빛이 비친다.
평화가 모든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이 수없이 생겨날 것이다. 긴 세월 동안 쌓인 국민들의 감정의 응어리, 언어의 장벽, 정치적 견해의 차이, 경제 체제의 차이...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은 남과 북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머지않아 이 땅에도 평화가 찾아오기를, 그래서 그동안 전쟁이 불러왔던 모든 어둡고 아프고 서러운 것들을 전부 몰아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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