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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호] Let's do LETS

김수빈 기자l승인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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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경제적으로,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시장이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는 서로 진실로 소통하지 못하는 다소 단절된 인간 관계를 맺으면 살아간다. 이러한 관계들의 연속이 병이 되어 인간 소외 현상을 야기하였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웃들이 늘어만 갔다. 그렇다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의 근원이 된 자본주의 사회 체제를 완전히 탈피해야만 하고 유대로 가득한 새로운 국가와 체계를 형성해야만 하는가. 그런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리고 존속될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이상적이고 자본주의는 우리 세상에 이미 깊게 뿌리를 내렸다. 그것을 뽑기에는 역부족일뿐더러 갑작스러운 사회 변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할 것이다.
나는 이 문제의 해결믜 실마리를 지역화폐 LETS에서 찾았다. 레츠란 ‘여러 가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공동체 내에 발행, 유통하면 돈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물음에서 출현한 지역화폐로서 Local Exchange and Trade System의 약자이다. 원칙적으로 지역화폐 그 자체를 레츠라고 일컫지만 레츠를 사용하는 공동체 그 자체에 또한 레츠라고 이름 붙인다. (하지만 필자가 이글에서 언급하는 레츠는 전자로 규정한다) 레츠의 형태는 다양하다. ‘안 쓰는 물건들’이 될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력’, ‘유대’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가능한 말 그대로의 지역 화폐를 만들 수도 있다. 레츠 활동은 일종의 품앗이라고 할 수 있는데 A 집에서 그 지역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구연 활동을 했다면, B 집에서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쿠키 클래스를 열고, C집에서는 전통 놀이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이 쌓이게 될 뿐만 아니라 비싸게 돈을 들여 해야 할 것들을 서로의 노동력을 교환함으로써 채울 수 있게 된다.
레츠는 무언가를 거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시장과 비슷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고, 1차적 관계를 맺게 해준다는 것이 시장과의 차이점이다. 다시 말하면, 시장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속 내부는 사람 사이의 유대로 꽉 채워진 말랑말랑한 인형 같은 것이 레츠이다. 이를 통해 단절되었던 이웃 간의 관계가 되살아나게 되고 서로 하나의 따뜻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음으로써 개인의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자기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자신감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마음에 소외라는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가 이해해주고 감싸주고 보듬어 주는 것도 아주 휼륭한 치료 중 하나 이지만, 그 스스로가 가치 있는 이가 됨으로써 또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또한, 세상에 없어 서는 안될 단 한 사람의 인생을 구제하는 아름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레츠는 조금은 딱딱하고 차가웠던 시장의 장벽을 스르르 녹여줄 따뜻함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레츠 단체 대전의 ‘한밭 레츠’는 ‘두루’라는 레츠를 개발하여 수공예품, 반찬, 다양한 재능들을 거래하고 있다. 더 나아가 품앗이 만찬 행사, 소외 계층 여성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적 일자리 차원의 ‘두루 잔치’와 같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여 참여자들 사이에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더욱더 친밀한 인간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대전의 한밭 레츠 뿐만 아니라 부산의 사하 품앗이, 과천의 과천 품앗이, 대구의 늘품 등이 한국의 대표적인 레츠 운영 단체로서 위와 같은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고 동시에 생산자가 소비자가 될 수 있는 곳, 수요와 공급과 같은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유대와 정서로 뭉친 ‘보이는 손’이 바탕이 되는 ‘레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수빈 기자  tnqlstnwl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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