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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사무사] 비겁하지 않은 삶을 위하여

편집장l승인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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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오늘, 2014년 4월 16일.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학교에서는 휴대폰도 tv도 볼 수 없어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뒤에야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나보다 겨우 한 살 많은 이들이 지금 물속에 잠겨 있다는, 그리고 국가가 그들을 구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며칠간 머리가 멍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2학년 선배들이 다 그 사람들 같았다.
그 후 매년 4월이 되면 그들을 떠올렸다. 나는 그들이 가지 못한 수학여행을 가고, 그들이 보지 못한 수능을 보고, 그들이 들어가지 못한 대학에 입학했다. 그들이 18살에 머무는 동안 나는 한 살씩 나이를 먹어서, 이제는 내가 그들보다 세 살이 더 많다. 이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아주 비겁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나일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차가운 물속에 남겨두고 혼자 미래를 향해 가 버리는 기분이었다.
한강의 소설 ‘흰’에서 ‘나’는 태어나자마자 죽은 언니를 떠올리며 언니가 죽지 않은 미래를 상상한다. 자신의 인생을 언니가 대신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언니의 눈과 몸으로 세상을 보고 걸으려 한다.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어쩌면 우리학교 16학번으로 입학했을 수도 있었던, 어쩌면 나와 함께 밥을 먹고 강의를 들을 수도 있었던 이들을 떠올린다. 만약 이들이 내 눈을 빌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때 묻고 부서지지 않은 온전한 흰 것만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잠시 글을 쓰던 펜을 놓고 주위를 둘러본다. 열흘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빚 독촉에 시달리던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달 전, 일곱 살 아이가 외삼촌에게 두 시간 동안 폭행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다. 7개월 전, 과로에 시달리던 우편집배원이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 이후의 세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동시에 여전하다. 너무 많은 것이 상처 받고 부서져 있다. 눈물과 탄식이 아직 너무 많다.

모든 애도와 추모는 산 자를 위한 것임을 안다. 어떤 조문도 떠난 이들에게 가 닿을 수는 없음을,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도 그들은 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들이 갖지 못한 삶을 계속 살아갈 것이다. 부채감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16일 하루, 그들이 소설처럼 우리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면, 그 세상은 눈부신 노란빛이길 간절히 바란다. 모든 폭력과 혐오와 눈물이 사라진, 추위도 죽음도 없는 깨끗하고 따뜻한 노란빛이기를. ‘나’가 죽은 언니에게 흰 것을 건네듯, 우리도 그들에게 노란 것들을 건넬 수 있기를.
운이 좋아 살아남은 우리가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기 위해서, 우리가 그들을 대신해 만들어갈 미래는 더 이상 그 누구도 버려져 죽어가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 큰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은 곳을 만들기 위해, 그들 몫의 삶까지 우리가 온전하게 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이자, 먼저 떠난 이들을 향한 가장 큰 헌화이다.


편집장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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