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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호/교환학생일기] 아무도 모르는 교환학생 일기 『홍콩 영어』

윤리 15 한건호l승인2018.04.02l수정2018.04.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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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1년간 홍콩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하게 된 글쓴이가 전하는 교환학생 일기입니다. 학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리고, 막연히 교환학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언젠가 지하철 역 의자에 다리를 꼰 상태로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어느 할머니가 나에게 광둥어로 말을 하시기 시작했다. 같은 동양인인 만큼 광둥어로 말을 거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나 평소와 달랐던 점은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이내 곧 광둥어를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이번엔 영어로 말씀하시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다리 꼰 자세가 내 건강에 안 좋다며 자세를 바르게 하라는 말을 하셨던 것. 맨날 같은 일로 잔소리하던 엄마가 생각나기도 하고, 지나가는 젊은이 허리 건강 생각해주시는 할머니의 따듯한 마음씨에 감동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순간적으로 지나간 상황에 얼떨떨하다가도 ‘와 여긴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영어를 하는구나’ 하며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가 제2 공용어인 홍콩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이렇듯 홍콩 사람들의 평균적인 영어 실력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높으며, 이 점이 실제로 세계의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드리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홍콩의 영어를 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특히 교환학생을 통해 영어 회화 실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라면 홍콩의 영어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사실 홍콩의 제2 공용어가 영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언어로 쓰이는 언어는 단연 광둥어이다. 또한 홍콩 내 지역에 따라서도 영어가 가능한 사람의 숫자나 그 실력이 천차만별이기도 하다. 홍콩은 크게 네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홍콩 섬’과 같이 외국인이 거주하는 비율이 높거나 고소득 계층이 몰려 사는 동네의 경우 영어 사용의 빈도가 훨씬 높다. 하지만 그 외의 지역에선 식당 내에서 음식을 주문하기도 힘든 경우가 빈번하다.
문제는 홍콩교육대가 위치한 지역은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타이포’라는 작은 도시가 학교 근처에 있긴 하지만 역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나가야 하고, 역시 영어가 통하지 않는 상점들도 많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침사추이’나 홍콩 섬까지 가기 위해선 최소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니, 학교의 위치가 충분히 외진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교원대보다 버스가 자주 있고, 지하철역으로 바로 가는 셔틀버스도 운행해 도시로의 접근성은 훨씬 낫다)
때문에 홍콩에서의 매 순간이 영어 회화의 훌륭한 교재가 되는 그런 상상을 했던 나에게는 홍콩의 첫 인상이 예상과는 많이 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홍콩에 대한 그런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교환학생을 신청한 스스로가 부족한 탓이지만, 영어 회화 공부를 목적으로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한번 쯤 고민해 봐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영어 공부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곳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3개월 차 접어드는 생활 끝에 얻을 수 있었던 결론은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많다는 점이다.
영어 사용에 있어, 지리적인 위치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점은 우리가 생활하는 곳이 대학교라는 사실이다. 수업을 일단 영어로 듣게 되고, 때에 따라서는 발표나 토론 역시 영어로 진행해야 한다. 홍콩 대학생들도 역시 영어를 잘 하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과 대화할 때 역시 영어를 사용한다.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도 영어를 하고, 농구를 할 때에도 영어를 한다. 이처럼 영어를 쓸 기회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제공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할 줄 안다면, 지리적 위치의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홍콩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사람들의 영어 사용 능력이 모두 다르다는 것, 그리고 홍콩교육대가 위치한 지역은 비교적 영어 사용이 힘들 수 있는 곳이지만, 대학 내에서의 생활 중에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는 점 정도가 되겠다. 일관성 없이 글이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홍콩에서 어느 정도까지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됐으면 한다. 특히 영어를 이유로 교환학생을 생각하는 학우들에게, 오늘 언급한 점들을 꼭 고려하여 결정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윤리 15 한건호  hgh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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