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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시론] 국립 대학교의 위상

송기형l승인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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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국립 대학교 설치에 관한 법은 따로 없고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국회에 계류 중인 법 중에 국립대학교 재정회계법이 포함되어 있다. 국립대학교 자체의 존립 근거는 하위 규정인 대통령령으로 규정되고, 그 국립대학들의 재정 회계에 관한 사항은 상위 규정인 법으로 규정되는 우스운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립대학교의 흔들리는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동안 국립 대학교들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왔지만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격랑에 휩싸여 있다. 문제 많은 국립대 평가를 통하여 구조조정 중점추진대상으로 충북대와 강원대가 지정이 되면서 개혁의 제1순위로 등장한 것이 총장 직선제의 폐지였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한 우리 대학교는 종합대로서 이 평가에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발 빠르게 스스로 교육대학 군에 속하도록 몸을 낮추었고, 총장직선제 폐지가 포함된 MOU를 교육과학기술부와 체결함으로써 이 위기를 모면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초부터 교과부는 온갖 협박을 동원하여 모든 국립대학교로 하여금 총장 직선제를 포기하도록 하였다. 지금도 부산대학교에서는 몇몇 교수들이 총장실을 무기한 점거하고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국립대 평가 항목 중 가장 큰 부분이 취업률이었다. 하지만 과연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면 취업률이 제고되는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직선제의 폐단이 크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간선제의 폐단이 크다고 직선제로 전환한 교육감 선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육과학기술부가 총장직선제의 폐지를 그렇게 강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공모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새로 시행되는 총장 공모제가 지난날 총장 임명제 시절에 교육부 국장이나 차관들의 퇴임 후 자리를 확보하려던 시도와 다른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가? 현 정권의 가장 큰 실책은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전의 과학기술부는 연구자 개인의 성과가 국가 혹은 국민 전체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알고 있었으므로 연구자들의 민원을 최대한의 성의로 해결해주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가장 민원인에게 편한 정부부처로 꼽혔었다. 이에 반해 교육부는 초중등학교와 대학교를 동등하게‘관리’하려고 해왔다. 하지만 초중등학교에는 요구하지 않는‘연구’를 대학교에 요구하면서 동시에‘관리’하려는 것은‘연구’에 필요한 창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교과부로 통합되기 전에도 교육부 폐지론이 교수들 사이에서는 많이 회자되었었다. 초중등학교는 교육청에서 관리하고 대학교는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가 된 지금도 많은 교수들은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 대학 발전에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현 교과부 장관은 경제통이라고 한다. 전공도 그렇고 생각하는 방식도 그렇다. 국립대학교는 예산만 많이 들어가고 정원은 전체 대학생의 20%에도 못 미치니‘고비용 저효율’구조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주장하는 것이‘법인화’인 것 같다. 현재 서울대, 인천대, 울산과기대, 과학원 등이 법인화되어 있다. 하지만 인천대의 경우 교수협의회 의장의 전언에 의하면‘인천시는 시립대학이 아니니 지원 못하고 기재부는 국가기관이 아니니 정부예산 지원의 명분이 없다’고 서로 미루고만 있어서 매우 난감한 지경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결국 국립 대학교 법인화의 목적은 예산지원의 삭감 혹은 철폐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그 피해는 과연 누가 받게 되는가? 국민이다. 아마도 이런 발상은 모든 국립대 학교가 사립화 되어 현재의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비싼 등록금을 받도록 하면 정부는 예산 지출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면 소득이 많은 집안의 자녀들만 대학을 나오고 따라서 좋은 직장,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부의 세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교육과 학기술부가 이런 발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현 정권에서는 공교육을 어떻게든 없애야 하는 기득권층의 혹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해도 교육과학기술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직선제 폐지를 그렇게 기를 써서 추진해야 하는 핵심 과제로 삼았을 것이다. 직선제가 폐지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듯대로 움직이는 총장이 국립대에 내려갈 수 있으면 법인화는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립대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교육은 교육의 기회가 빈부의 차이에 의해 제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미국의 경우 우리의 수능의 모델인 SAT나 ACT를 입시자료로 채택하지 않는 대학들이 점차 늘어간다고 한다. 빈민가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을 학교에 등교시키는 일 자체가 큰일이니 SAT 훈련을 시킬 여력이 없지만, 좋은 학군 혹은 사립학교에서는 그 훈련을 많이 시킬 수 있으므로, 빈부 격차가 성적을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의 학업수준에 대한 평가에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이다. 한편,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교육기회의 평등과 우수 인력 양성이라는 목표 때문에 대학의 등록금 자체가 없고 국고로 이를 충당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국립 대학교는 사립 대학교와 확실히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사립 대학교가 생존을 위해 기초학문을 축소하고 사회가 원하는 학과들로 변환하고 있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국립 대학교는 기초학문을 유지할 수 있는 보루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도 자신이 받고 있는 지원에 감사하고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양질의 교육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지원해 준 국민들에게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들이 있어야만 국립 대학교의 위상을 높일 것이고, 교육과학기술부의 국립대 무용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국립 전문 종합 교원 양성기관인 한국교원대학교가 심사숙고해야하고 적극 행동으로 옮겨야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송기형  교수협의회 의장 (화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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