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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호] 연이은 '미투'에 '펜스룰' 적용 급증

펜스룰은 모두에게 이롭지 못하다 이제인 기자l승인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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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하 미투)'는 미국의 저명한 영화감독에게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 한 여배우가 그를 고발하자 그동안 고발하지 못하고 있던 많은 피해자들의 고발이 잇따르며 시작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의 물결은 한국에서 현직 검사가 검찰 내 만연한 성폭력을 폭로하면서 문화계, 교육계, 정치계 등 사회 곳곳을 휩쓸고 있다.
무고하게 고발되어 피해를 볼까 두려운 남성과 그로 인해 2차적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기업 등의 조직에서 가정 밖의 여성과의 접촉을 일체 꺼리는 이른바 '펜스룰'을 적용하고 있다. 미투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국내 펜스룰은 직장에서 여성 직원을 빼고 회식을 하거나 출장 때에도 여성 직원을 빼고 업무 지시도 대면이 아닌 메신저를 통해 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심한 경우 여성의 채용 비율을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기업도 있다.
미투를 통해 고발된 유명 인사들은 최초의 피해자 여성의 고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응한다. 처음엔 혐의를 부정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증언이 계속되고 증거가 드러나면 그때서야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다. 현재까지는 최소한 공개적인 미투를 통해 남성들이 걱정할 만한 '마녀사냥'의 사례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의 펜스룰은 미투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자신이 정치인이나 유명인 같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 방지하기 위해 사적으로 여성을 멀리 하는 펜스룰의 적용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의 권리와 기회를 박탈하는 제도나 관습을 공적인 영역에서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펜스룰은 남성과 여성을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여성이 조직에 적응하고 조직 내 유용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고위관리자의 대부분이 기성세대 남성인 현실에서 펜스룰은 이미 고착된 성차별에 더해 또 다른 혐오를 일으켜 여성이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펜스룰은 여성에게 다른 이름의 ‘유리천장’이며 여성의 사회진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힘들게 이룩해가는 성평등을 크게 후퇴시킨다.
펜스룰은 2001년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마이크 펜스가 <The Hill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말하던 중 이 규칙을 언급한 것이다. 사실 펜스룰은 이전에 목사였던 빌리 그레이엄의 머데스토 원칙의 변형에 불과하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그와 함께 전도를 하던 일부 전도자들이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과 추문을 일으키자 이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라는 머데스토 원칙을 선언했다. 해당 원칙은 수십 년 전 당시에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여성은 남성을 부도덕한 타락으로 유혹하는 위험요소로 본 것이기 때문이다. 사적 영역에서 설정된 해당 원칙은 이제 공적 영역에도 등장하여 다른 형태로 여성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여성과의 추문 발생의 두려움에 따른 펜스룰 적용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아 21세기의 냉전체제, 성(性)전쟁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과 어울려 사는 것은 인간의 숙명(宿命)이다. 조화롭게 살기 위해선 상대방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릇된 두려움에서 비롯된 반작용(Reaction)이 아니라 상호 작용(Interaction)이다.


이제인 기자  chamcca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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