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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호]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자 강석희 동문 인터뷰

김지연l승인2018.02.22l수정2018.03.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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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국어교육과 05학번 강석희 학우가 ‘2018 동아신춘문예’ 단편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자는 전년보다 25%나 껑충 뛴 2,260명이었으며, 강석희 학우는 ‘우따’라는 작품으로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우따’는 2000년대 초, 파리 유학생이던 열다섯 살 ‘나’가 만난 친구 우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학급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인 ‘나’와 유일한 아프리카계인 우따는 반 아이들의 따돌림을 받으면서 친해지게 되지만, 우따는 곧 교장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감옥에 가게 된다. ‘나’는 친구가 살인을 저지르려 한 이유를 뒤늦게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나’의 인생은 전과는 달라지게 된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인 성석제, 오정희 소설가는, “당선작인 ‘우따’는 흠잡을 데 없이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압도적이다. 인종차별과 사법적 정의처럼 다루기 쉽지 않은 재료를 능숙하게 요리해 내면서도 독자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신선한 패기가 넘치면서 오랜 수공을 거친 장인의 손놀림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작품이 새로운 소설 문학을 이끌어 가리라는 믿음이 생긴다.”라고 평했다.
한국교원대신문은 ‘우따’의 작가 강석희 학우와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자(이하 ‘기’):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어요.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나요?

강석희 작가(이하 ‘강’):교사가 되고 첫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이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많이 했습니다. 사연이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처음에는 왜 나만 이런 힘든 학교에 근무해야 하나 화가 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잘못은 아이들에게 있지 않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머리 속에서 이야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비행운>을 읽고 난 후부터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2012년이었고 그 이후로 소설을 쓰고 신춘문예와 신인문학상에 도전했어요. 매번 낙방이었지만 쓰는 걸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2016년에 대학원으로 파견 근무를 오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습작에 몰두했고, 처음으로 당선 연락을 받은 것이 <우따>였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을 쓸 때 그렇지만, 이 작품 역시 어떤 구체적인 계기보다는 제목과 마지막 장면이 동시에 떠올라 거기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다보니 완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기: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 또는 창작에 도움을 준 작가가 있나요?

강: 앞서 말한 김애란 작가님을 가장 좋아합니다. 모든 작품을 무척 좋아하지만 30대가 된 이후에 쓴 작품의 서늘한 기운에 감동해서 여러모로 배우려고 노력중입니다. 외국 작가 중에서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작은 인연이나마 맺은 작가로는 정용준 작가님이 있는데요. 2016년 가을과 겨울에 그 분의 소설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소설에 대한 제 생각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 우리학교 국어교육과에서 배운 것 중 작품을 쓰는데 도움이 된 것이 있었나요?

강: 아무래도 소설 수업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겠죠. 좋은 작품들을 많이 읽고 발제하는 과정에서 소설이 세상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창작을 시작한 후에는 나병철 교수님의 저서를 읽으면서 이론적인 공부를 했고요. 대학원에 들어온 후에 현대시를 전공하면서 문장에 이미지를 담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설명을 줄인 문장의 매력에 대해서도 깨달았습니다.

기: 소설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소설 <우따>의 배경은 현재, 이곳이 아닌 2000년대 초반 파리의 학교입니다. 배경을 그렇게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강: 첫 질문에서 답했던 것처럼 소설을 쓸 때 세세한 부분의 의미까지 생각하고 쓰지는 않습니다. “음. 이 이야기에는 이 정도의 공간과 시간이 어울리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하게 되는데요. 제목은 저의 학창시절 친구의 별명에서 따왔고, 그것과 함께 환하게 웃는 흑인 소년의 얼굴이 연달아서 떠올랐습니다. 소년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제가 소년 시절을 보낸 2000년대 초반으로 시간을 설정했고, 한국 사람이 아닌 인물을 등장시키려고 하니까 외국의 도시가 필요했습니다. 여러 도시 중에서 많은 인종이 모이는 유럽의 도시, 그 중에서 파리가 공간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바꿀까 생각도 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파리가 잘 어울려서 그대로 두었습니다.

기: 제가 <우따>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은 우따의 아버지였습니다. 그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가 저지른 ‘평범한 악’이 이후 우따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강: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루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평범한 악'으로서의 행동은 아주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머리에 뿔달린 괴물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관료가 제도와 규율에 따라 악을 행하고, 그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 모습은 지독한 악인을 만난 것보다 공포를 느끼게 했습니다. 우따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아주 안 좋은 환경에서 자란 흑인이죠. 하지만 그는 노력과 재능의 힘으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합니다. 그 지위를 낮은 곳으로 다시 나누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악을 행한 것인데, 저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우따도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다만, 이야기를 만든 작가로서 제가 본 우따의 첫 얼굴은 환하게 웃는 것이었고, 그 웃음을 위해서 그가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도록 해야 했습니다.

기: 마리엘은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합니다. 이때 그에게 가해진 폭력이 강간이었던 것은 그가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인가요?

강: 차별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 이 소설을 썼다고 말씀드렸죠. 차별에 대해서 써야지, 하고 시작한 글은 아니었지만 시간과 공간, 인물을 설정하고 나니 제가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차별의 폭력이 지닌 잔인성을 드러내 줄 인물이 떠올랐는데, 그게 마리엘이었습니다. 마리엘은 편모 가정의 유색인종 소녀입니다. 파리에서 그녀는 약소국 출신의 다문화 자녀이기도 하죠. 우리 사회에 있는 차별의 요소를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소속된 사회, 가정 환경, 성별, 인종,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그녀를 공격하는 피터는 제 머릿속의 설정 상, 강대국 출신의 백인 소년입니다. 그가 마리엘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폭력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오해를 막기 위해 부연하자면 폭력 자체가 필요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당시에 성폭행 문제를 다루는 저서와 뉴스를 보고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던 시기였고, 그것을 주제로 한 별도의 작품 한 편을 막 마친 때여서, 이 소설에도 설정으로 녹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기: 소설 속의 세계에서는 암묵적인 룰도, 국가가 정한 법률도 우따와 마리엘의 편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따와 마리엘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 정확히 말하면 외면당한 건 마리엘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우따 외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죠. 우리가 사는 세계가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그런 느낌을 받으며 살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우따처럼 도움을 주거나 공분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다행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 ‘나’는 마리엘을 향한 우따의 마음이 ‘우정도 연정도 아니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렇다면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왜 우따는 마리엘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꿀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요?

강: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게 어떤 마음이었을까. 우따가 한 행동에 비추어보자면 아마 그것은 ‘정의감’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정의롭지 못한 삶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겪은 우따는 마리엘이 무너진 것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가 인생을 포기할 만큼의 행동을 저지른 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어린 소년의 충동적인 심리도 한 몫을 했겠지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이유는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였을 것입니다.

기: 소설이 끝난 후 ‘나’와 우따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강: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꼭 한 번 만났으면 합니다.

기: 독자들에게 <우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요? 신문을 읽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강: 거창하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그저 비겁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제 다짐에 누군가가 공감해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후배님들! 이제 곧 봄이네요. 교원대의 봄은 그 어느 곳의 봄보다 아름답지요. 그리고 여러분이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은 그 봄보다 아름답습니다. 멋진 봄날 만끽하시길!


김지연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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