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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호/칼럼] 현장 실습생은 학생이다

이현주l승인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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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꿈을 꾸고 싶습니다. 꿈을 꾸고 싶은 학생들을 도대체 언제까지 죽일 겁니까. 우리 특성화고 학생들은. 단순한 노동의 존재가 아니라 노동으로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존재입니다.” 특성화고등학교 2학년 한승준 학생은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든 채 이 말을 외쳤다. 2010년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 실습생 7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뇌출혈 발생, 2012년 12월 울산 신항만 공장 현장 작업선이 전복돼 실습생 사망,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2017년 1월 LG유플러스 전주콜센터 현장실습생 극심한 업무 압박으로 자살, 그리고 지난 21일 제주 음료제조업체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모두 노동으로 꿈을 키우러 간 현장실습 중 발생한 일들이다. 이러한 특성화고 학생들의 사고와 죽음은 막을 수 없는 우연이었을까?
특성화고 학생들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라 산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가야 한다.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실무를 배우기 위해 가는 교육과정의 일환이며 실습생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실습 ‘학생’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은 값싸고 만만한 노동자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청소년유니온이 지난달 23일부터 2주 동안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 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장실습을 경험한 학생 80%가 사업장에서 부당대우를 받았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현장실습 중 겪은 피해사례로는 임금체납이 70건, 과도한 야근·연장근무가 68건, 욕설 등 인격모독 54건의 사례와 함께 계약과 다른 근로조건에서 일하거나(40건), 성희롱과 성폭력이 있었다(23건)는 응답도 나왔다. 지난 21일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도 표준협약서와 달리 연장근로, 휴일근로, 야간근로에 매일같이  월 60~80 초과근무를 했고 그가 일하던 현장이자 사고현장에는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그에게 일을 가르쳐줄 관리자도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고교생들이 실습을 나간 업체 총 3만 1404곳 중 20곳(0.06%)만을 실태점검을 실시했고 한겨레에 따르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업체 모두 정부 처벌을 받지 않았다. 현장에서 고통 받은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려 해도 현장실습은 ‘취업률’로 직결되기에 학교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무조건 ‘참아라’로 대응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방치된 채 오갈 데 없이 현장에서 참고 일해야만 한다. 첫 노동현장에서 그들이 얻은 것은 따뜻한 ‘배움’이 아니라 꿈과 노동의 ‘착취’였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착취를 방치하는 것은 또다른 학생을 죽음으로 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학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교육과정 안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학교는 '취업률'보다는 '학생인권'을 기업은 '부당이윤'보다 '정당한 대가'를 정부는 제대로 된 처벌과 실질적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이현주  kyo6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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