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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호/컬처노트] 채비

오민영 기자l승인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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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채비

감독: 조영준

 


"너는 그냥 씩씩하게 웃으면서 손 흔들면 돼야, 알긋제?"

 

지능이 7살 수준에 머물러있는 아들 인규를 둔 애순은 새벽같이 이른 아침부터 서울시내 한복판의 간이슈퍼에서 일한다. 매 순간 인규를 걱정하고, 인규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애순. 인규를 임신했을 때 남편을 간호하고 인규의 누나를 키우느라 바빠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한 것이 장애의 원인이 아닐까 늘 미안해하는 애순은 어느 날 뇌종양 사실을 알게 된다. 남은 시간은 6개월에서 1년 남짓. 애순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인규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자신이 떠나도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떠날 ‘채비’를 시작한다. 조영준 감독의 영화 ‘채비’의 내용이다.
애순의 정성 깃든 가르침 속에서 인규는 차츰 훈련이 되기 시작하고, 애순은 인규에게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죽음을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다가 다시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인규에게 하늘나라는 없으며 죽으면 끝이라는 것을 말해야만 하는 애순의 모습은 눈물을 자아낸다.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떠날 날이 가까워 오는 애순은 인규와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어린 인규를 등에 업고 해변을 거니는 과거의 애순을 만난다. 현재의 애순은 인규의 등에 업힌 채, 애순이 힘들어하면 인규가 불러주곤 하던 ‘무조건’을 들으며 눈을 감는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부모라는 설정에 배우들의 연기력을 더해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자극하는 이 영화는, 부모의 죽음이라는 다소 상투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유머러스하고 희망적인 요소를 배치해 진부함을 피한다.
영화 내내 애순은 ‘인규 엄마’로서만 존재한다. 애순이라는 이름은 엔딩크레딧에서만 등장할 뿐이다. 한 번도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애순을 보며 엄마라는 존재로 자식을 위한 삶을 사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갖게 되는 따뜻하고도 슬픈 영화이다.


오민영 기자  dh93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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