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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청람문학상 시 당선작 - 장혜정, '자유시'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7.11.27l수정2017.11.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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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 (自由市)

장혜정(윤리교육 17)

나는 태어나

싸우고

별을 향해 걷는다

닿게 될 그곳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자유(自由)라는 이름의 깃발을 가슴 앞에 내걸고

이름 없이 역사에 묻히어 죽어가기를 자청해

여기까지 왔다

내 고향은 남쪽 나라요

작열하는 태양에 꽃은 말라죽고

아이는 피와 재를 먹고 자라서

내 몸은 최북단(最北端), 최북단

지구의 극(極)이라도 보려는 듯 홀리어 걷는다

혹한의 땅 끝에 혼자 서보기라도 하면

그 달콤한 이름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될까, 자유여

죽는다는 것은 무거운 일이다

짐승은 피와 재의 냄새를 쫒아 눈길을

따라온다, 어쩐지 자꾸 손은 더럽혀져 갔다

 

싸우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태어나기 위해 싸운다는 그것으로

다시 무서운 칼을 벼리게 될까,

총성을 피부 아래 새기게 될까

썩지 않기 위해 도려내야 하는 것들과 싸우며

아이는 자라서 피를 흘리고 재를 뿌려서

이 몸은 최북단, 최북단

부평초처럼 질긴 목숨에서는 길 냄새가 나고

뿌리가 끊어진 듯한 지독한 현기증으로

떠 있는 못에 고인 별을 붙잡았었다

흐려지는 반짝임의 이름은 고독,

영웅도 순교자도 아닌 이름을 등에 지고

기만의 별에 홀린 목숨들을 베어 넘긴다

죽어서 꽃잎으로 태어나지는 않기를,

장사(葬事)는 그토록 처연하다

 

지상의 마지막 도시가 머지않았다고 한다

내 앞에 한 무리의 사념(思念) 도열(堵列)해 올 적이며

덧없는 목숨이 귀하고 아깝게 여겨질 적이며

또 지독히도 가벼이 여겨지기도 할 때에도

차라리 그 사념에 다정히 거수(擧手)붙이고

다시 내 몸은 최북단, 최북단

 

엇갈린 신념은, 드높아서 맹렬해진 긍지는

서로 부딪히며 각자를 마모시켜 간다, 균열은

별을 갉아먹고 몸을 갉아먹고 또 피를 뿌린다, 재를 뿌린다

죽음의 냄새가 엄습해온다

자욱해진 냄새를 맡고 짐승들이 다가온다

닿게 될 그곳이 나의 무덤

드높았는지도 모를 별은 쏘아 죽이고

싸움은 그쳐

나는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갈까,

 

닿게 될 그곳의 이름이 절망이라고 해도

이 싸움은 그쳐 태양은 지고

고향의 흙 위에는 철 따라 꽃이 피어

그 땅에 다시 태어나는 아이는 별을 먹고 자라라

 

나는 싸우고

죽어서

머리를 향하던 그 별의 아래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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