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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호/컬쳐노트]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제인 기자l승인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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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독 : 츠키카와 쇼

일본에서 서적 180만부, 영화가 잘 흥행하지 않는 풍토에서 300만에 가까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국내에 처음 알려질 때 사람들은 다소 괴상한 제목에 관심이 쏠렸다. 누군가에겐 극장으로 발걸음하게 하는 도발이 되었거나 누군가에겐 기피하게끔 했을 작명은 영어로는 「Let me eat your pancreas」 이며 한국어 제목은 이에 충실한 직역을 했다. 
제목의 뜻이 궁금했지만 찾아보지 않고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내 기억 속 일본 영화는 몇 개의 섬뜩한 공포영화를 제외하면 “오겡끼 데스까”를 외치던 「러브스토리」부터 한국에서 유례없는 돌풍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 까지 모두 화려한 맛은 없지만 아련하고 슬프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였다. 짐작대로 이 영화도 그 범주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제목처럼 여자 주인공(사쿠라)은 췌장의 병을 앓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그리고 사쿠라의 비밀이 적힌 일기장을 우연히도 줍게 된 같은 학급 남학생(하루키)이 점차 가까워지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내용이다. 전체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며 그렇다고 일부애니메이션 영화처럼 수려한 영상미를 뽐내지도 않는다. 「건축학개론」에서 느낄 수 있는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비주얼도 없다. 뻔한 러브스토리를 생각했다가 예상보다 훨씬 슬픈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다는 일부 댓글을 염두하고 언제 눈물을 자극하는 연출이 나오나 기다렸지만 영화는 그대로 끝이 났다. 그리고 주변에선 누구도 울지 않았다.
정말 ‘일본 영화’스러웠고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잔잔하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좋은 영화로 다가오겠지만 이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 여자 주인공의 웃음과 목소리에서 풍기는 ‘귀척’에 영화를 보는 자체가 괴로울 수도 있다. 이달 9일 기준으로 전국 관객 35만의 성적은 이처럼 한 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기존의 일본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보고 싶지 않았던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짐작케 한다. 적은 상영관이 발목을 잡았다면 비슷한 내용의 「너의 이름은」 역시 흥행하지 못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너의 이름은」 또한 줄거리는 애니메이션 천국인 일본 안에서 전혀 특별할 것이 못 되었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속에서 수려한 영상미와 서정적인 음악으로 연출한 덕분에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사쿠라는 하루키와 여행을 가서 노는 중에 옛날 사람들은 몸의 어떤 부위가 아플 때 동물의 그 부분을 먹으면 낫는다고 하고 하루키의 췌장이 먹고 싶다고 하는데 상대방의 장기를 먹으면 그 사람의 몸에서 영혼이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의 사이가 가까워지고 문자를 주고받는 중 자신을 칭찬하라는 사쿠라의 말에 하루키는 이런 저런 칭찬을 쓰다가 모두 지우고 한 문장을 적어 보낸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하루키는 우연히 만나 친구도, 연인도 아닌 사이로 왜 만나는지도 잘 모른 채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어느덧 사쿠라를 사랑하게 된 마음을 위의 한 문장으로 나타냈다.
주인공들은 각각 이름이 있지만 한 번도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영화는 끝난다. 이는 낯설고 우연한 관계로 출발하여 사랑에 이르렀지만 서로 이름을 부를 만큼 평범한 관계가 될 시간도 갖지 못한 안타까운 운명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덧 우리 주변의 하늘을 물들였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떨어진 지금 순간에 잘 어울리는 감성의 영화이다. 그러나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다. 당신이 이 영화를 좋아할 사람이라면 tv나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를 싫어할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극장에서 본다면 ‘역시 극장에선 마블 시리즈 같은 외국 영화를 봐야 돼’ 라고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인 기자  chamcca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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