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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호/사무사] ‘진짜 촛불’의 의미

김지연l승인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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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29일 토요일,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모였다. 저마다 촛불 하나씩을 손에 든 이들은 “박근혜는 물러나라”를 외치며 평화롭게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이듬해 4월 29일까지 6개월간, 총 1,700만 명이 참여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획을 그은 촛불집회의 시작이었다. 그릇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다음 세대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갓난아이도 80대 노인도, 보수 정당 지지자도 진보 정당 지지자도 모두 같은 하나의 촛불. 교복을 입은 학생이 발언대에 올라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스스로 질서와 평화를 지키며 ‘광장 민주주의’의 의미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독일의 비영리 재단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민주주의적 참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전 세계적으로 세웠다”며 촛불 국민에게 2017 인권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첫 촛불이 켜진지 1년이 지났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에서는 촛불 1주년 기념 대회 ‘촛불은 계속된다’를 계획했으나 곧 일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집회 후 계획된 청와대 행진 때문이었다. 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인 이들은 청와대 행진이 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라고 주장했다. 그중 한 시민이 지난 24일 ‘그만 떠들자’라는 별명으로 여의도 국회 앞에 집회신고를 하면서 광화문 집회에 반발하는 ‘촛불파티’가 계획되었다. 결국 주최 측은 26일 청와대 행진을 취소하면서 “시민들의 여러 반응을 먼저 세심히 예상하고 고려하지 못한 책임은 모두 저희에게 있다. 그러나 청와대 행진을 반대하는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처럼 청와대로 행진하자는 의견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비판과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과도한 매도나 공격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결국 28일, 촛불 1주년 집회는 양분되었다. 광화문에서는 1주년 대회가, 여의도에서는 ‘촛불파티’가 열렸다. 촛불파티 참가자들은 파티가 끝난 후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했다. 촛불파티 참가자들은 광화문 촛불집회 측을 ‘입진보’라고 부르며 자신들이 ‘진짜 촛불’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한 참여자는 “광화문 촛불집회는 민주노총, 페미니즘 관련 단체들이 주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여성인권 등을 주장할 텐데 청와대 앞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촛불은 시민의 것이지 특정 단체들의 것이 아니다”,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나드는데 왜 청와대로 행진을 하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촛불파티의 포스터에는 ‘선동꾼, 운동권, 분란세력과 작별한 시민축제’, ‘굿바이 수구좌파’, ‘대통령이 만만하냐’ 등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진짜 촛불’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민주노총과 페미니즘 관련 단체 역시 1년 전 촛불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이다. 이들이 말하는 ‘선동꾼’, ‘운동권’도 마찬가지다. 작년 광장에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이들이, 이제는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수구좌파’라고 부르는 모습은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한다.
“촛불은 모든 국민의 것이다”라는 이들의 주장은 고스란히 이들에게 돌아온다. 촛불의 목적은 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촛불의 주인 역시 대통령의 지지자들뿐이 아니다.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가 함께 지켜낸 것이 촛불이고 민주주의의 진짜 의미이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포용하는 것, 이것이 ‘진짜 촛불’의 의미일 것이다.


김지연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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