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12.7 목 16:59

[408호] 동물권의 사각지대 ‘동물카페’

동물 학대 문제와 위생 의혹 있으나 법적 규제 기준은 없어 김지연l승인2017.10.30l수정2017.11.12 21:43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페럿, 양, 이구아나, 미어캣, 라쿤, 프레리독, 카피바라.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물부터 외국에서 온 야생동물까지, 이들은 모두 한국의 ‘동물카페’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다. 동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져볼 수도 있는 동물카페들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생, 동물학대, 질병 감염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할 법 규정이 없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동물카페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았다.

◇ 개, 고양이부터 거북이까지 상주하는 동물카페
 최근 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 호텔, 동물 미용실 등 동물 관련 창업도 증가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최근 4년(2012~2016)간 신규창업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애완’으로, 무려 77.1%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를 마시면서 동물을 직접 만지고 사진 찍을 수 있는 동물카페 역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미어캣, 프레리독 등의 야생동물, 심지어 설가타 거북이, 슈가 글라이더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동물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지난 8월 31일 MBC every1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한국을 찾은 독일 관광객들이 고양이 카페에 방문할 만큼 동물카페는 인기 있고 유명한 체험·휴식 장소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2015년에 집계한 전국의 동물카페 수는 총 288개이며 그중 99곳이 서울 및 경기권에 위치하고 있다.

◇ 라쿤카페, 인수공통전염병 감염 위험
하지만 동물카페의 위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리하는 곳에도 동물들이 드나들 만큼 위생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7월 17일부터 7월 21일까지 배달음식점, 장례식장 내 식품접객업소 등 위생취약우려 식품취급시설 총 5,477곳을 점검한 결과, 적발된 100곳의 시설 중 9곳이 동물카페였다.
전국 약 30여 곳, 라쿤을 키우는 라쿤카페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라쿤은 광견병의 주요 보균자로, 2012년에 유럽에 수출되었다가 야생으로 퍼지면서 광견병을 전파시킨 적이 있다. 또한 201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치명적 병원체’라고 발표한 ‘북미너구리회충(Baylisascaris procyonis)’ 역시 라쿤을 통해 퍼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4년간 라쿤 268마리가 수입되었으나 검역 과정에서 육안 검사 수준의 ‘임상 검사’만 실시됐을 뿐 정밀검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라쿤은 번식력이 매우 강해 ‘제2의 뉴트리아’가 될 가능성이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물카페의 경우 손님들이 직접 라쿤 등 야생동물을 손으로 만지며 음식물까지 섭취하기 때문에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 극심한 스트레스와 학대, 폐업 후 방치까지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 역시 심각한 문제다. 동물카페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동물을 쳐다보고, 만지고, 사진을 찍는다. 동물을 다루는 게 서툰 어린이들은 거칠게 잡아당기기도 한다. 끊임없는 스트레스 속에서 동물들은 정형행동(틀에 박힌 것 같이 반복되는 행동)을 보이거나 폭력성을 보이기도 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포털사이트에 올린 칼럼에서 “라쿤카페에 꼬리가 짧게 잘려 있는 라쿤이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꼬리를 씹어 먹었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다른 개체에게 물어 뜯겼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설명하며 “음식을 파는 곳에서 야생동물을 사육하면서 손으로 쓰다듬고, 들어올리고, 함께 사진을 찍는 동물카페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형태의 시설이다”고 덧붙였다. 손님에게 받는 스트레스 외에도 전문가 없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많은 수의 동물을 맡겨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매장에서 구입한 간식을 무제한으로 주도록 허용해 동물들이 영양 불균형 상태에 이르는 경우 등 동물 학대에 가까운 상황에 처한 카페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15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물카페 사장이 폐업 후 원룸에 방치해 죽게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큰 논란이 됐다. 글쓴이는 “동물들이 오래 굶다가 서로 잡아먹은 것 같다”며 고양이 뼈와 배설물로 엉망이 된 방의 사진을 함께 올렸다. 경찰은 동물카페 주인 정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소환했다.

◇ 야생동물 카페 관리할 법적 규제 없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등록
그러나 현재 동물카페를 규제·관리할 시설·위생 기준이나 안전 요건 등의 법적 근거는 없다. 동물카페는 현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동물장묘업, 동물판매업, 동물수입원, 동물생산업에 속하지 않아 ‘일반음식점’ 또는 ‘휴게음식점’으로 영업이 등록되어 있다. 동물 산업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일반 카페와 동일한 법적 규제를 받아, 동물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쉽게 동물카페를 만들고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카페가 동물원의 법적 기준인 ‘10종 50개체’에 미달하기 때문에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어 내년 3월부터는 개, 고양이, 토끼, 기니피그, 햄스터, 페럿 등 6종의 전시업소는 법적 규제를 받게 된다. 1년에 한 번씩 동물 관련 교육을 영업장 대표와 종사자가 함께 받고, 동물 몇 마리당 몇 명의 관리인원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인력기준, 시설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6종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을 사육하는 동물카페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양, 미어캣, 카피바라 등의 야생동물 카페는 여전히 일반 혹은 휴게 음식점으로 영업신고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관계자는 중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모든 업체는 동물원으로 포함시켜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지연  r1301@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지연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knuepress@daum.net
발행인: 류희찬  |  주간: 박현선  |  편집국장: 최원호  |  편집실장: 하주현/정규나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원호
Copyright © 2018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