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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 100만 이주노동자 시대, 고용허가제를 묻는다

김지연l승인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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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세상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제가 세상을 뜨는 이유는 건강문제와 잠이 오지 않아서 지난 시간 동안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 너무 힘들어서 오늘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허락을 받습니다. 제 계좌에 320만 원이 있습니다. 이 돈은 제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8월 7일, 충북 충주의 기계부품 제조업체 S사에서 일하던 20대 네팔 이주노동자 께서브 쓰레스터(Keshav Shrestha·27)씨가 기숙사 옥상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극심한 불면증을 앓고 있던 쓰레스터 씨는 유서에서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 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 됐습니다”라며 고통을 털어놓았다. 같은 날 경기 화성의 돼지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 다벅 싱(Dipak Singh·25)씨 역시 “농장에서 휴가도 안주고 사업장 변경도 안 해준다”라는 말을 동료들에게 남기고 자살했다.
민주노총과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의 노동단체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노동자는 일이 힘들고 위험해도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어 그냥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힘들고 문제가 있어도 참고 일하라고 만든 고용허가제로 인해 희망을 품고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가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을 주장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고용허가제,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인권 실태에 대해 알아보았다.

 

고용허가제란?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사업주가, 정부(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단순노무 분야 외국 인력을 고용하고, 정부가 외국인근로자를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어업, 농축산업 총 5개 업종에서, 베트남, 필리핀, 태국, 몽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중국,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키르기스스탄, 방글라데시, 티모르 총 15개국의 인력을 고용 가능하다. 2004년 최초로 실시된 이래 2016년까지 총 599,941명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1. 등장 배경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이다. 1987 민주화 항쟁 이후 노동자의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노동자의 전반적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중소기업의 3D업종에서 심각한 인력난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1993년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이하 ‘산업연수제’)를 실시하였다. 산업연수제는 외국 인력을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 신분으로 고용하여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던 제도로, 도입 이후 2005년까지 산업재해와 자살로 96명이 사망하는 등 현대판 노예 제도라고 비판받았다. 1996년부터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제도를 요구하는 운동이 시작되었으며, 2003년 8월 16일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고 1년 후 2004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가 본격 실시되었다.

2. 내용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신분을 ‘노동자’로 인정하였으며, ▲노동자의 선정·송출·체류 지원에 있어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이들을 관리하고 책임지도록 하였다. 또한 인권·노동권 침해 방지를 위해 ▲외국인노동자전용보험(임금체불보증보험, 출국만기보험, 귀국보증보험, 상해보험)을 도입했다. 이에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정주하여 가족동반, 영주권 부여 등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년의 체류 기간을 부여하여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돌려보내고 새로운 노동자를 도입하는 ‘단기 순환 정책’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사업주는 일정 기간동안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한 후 실패했을 때만 이주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내국인 구인 노력’ ▲내국인과 이주노동자의 경쟁을 막기 위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금지’ 등의 조항이 추가되었다.

 

◇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

고용허가제는 2010년 9월 국제노동기구(ILO)로부터 “아시아의 선도적인 이주관리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2011년에는 UN으로부터 공공행정대상을 수상했지만, 동시에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지속적인 개선권고를 받고 있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이다. 이주노동자는 사용자의 승인 없이 사업장을 이동할 수 없으며, ▲근로계약 만료 ▲근로계약 해지 ▲휴업 ▲폐업 ▲고용허가 취소 ▲고용 제한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최저임금 위반, 체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근로조건 저하) 등의 이유가 있을 시 이동이 허용되나 그것도 3년 동안 3번으로 제한된다.
또한 근로계약에 대한 해지권과 계약갱신 거절권이 사용자에게만 있어, 이주노동자는 사용자의 인권침해, 착취 등이 있을 때도 자유롭게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 사직할 자유 없이 출국하거나, 사업장을 벗어나 불법 체류자가 되어 미등록 상태로 노동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명의 노동자의 유서에도 사업장 변경의 어려움이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161명 중 사업장을 옮긴 적이 없는 80명 중 현재 일하는 농장에 만족해서 옮기지 않는다는 사람은 6명(7.5%) 뿐이었고, 고용주가 반대하거나(52명, 65.0%) 방법을 몰라서(27명, 33.8%) 사업장을 옮기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다수였다. 어렵게 사업장변경 허가를 받았다 할지라도, 다음 사업장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구직기간의 제한이 있는데 반드시 3개월 내에 취업을 해야 한다.

◇ 국제사회와 노동자들의 요구에도 변화 없어

국제엠네스티가 “인신매매와 같다”고 지적한 이 조항은 2012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국가별인권상황정례검토(UPR)에서 폐지 권고를 받았으며, 민주노조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 역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취지는 규모가 작고 열악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사업장에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하도록 한다면 이주노동자들도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로 가려고 할 것이고, 내국인과 경쟁을 하게 된다”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07년 9월21일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국적의 이주노동자 5명이 이 조항을 폐지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내국인 근로자 고용기회 보장”, “원활한 인력수급”을 이유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국제엠네스티는 “자유로이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체불임금과 수당, 부적절한 안전 조치, 물리적·성적 폭력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내국인 노동자들과 비교해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침해, 착취를 더 많이 견딜 수밖에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성실근로자 제도’ 역시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막는다. 성실근로자 제도는 4년 10개월(3년+연장 1년 10개월) 동안 한 번도 사업장을 옮기지 않은 이주노동자에 한해 본국에 돌아가서 3개월만 있으면 고용허가, 한국어능력시험 등 절차를 면제받고 바로 재입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이주노동자들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사업주가 차별과 폭행,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등 불법행위를 해도 이에 항의하거나 대응하지 못한다.

◇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금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출국 후 퇴직금 수령 제도’ 역시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주노동자가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야 퇴직금(출국만기보험금)을 지급하는 이 제도의 불법체류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행되는 이 제도의 명분은 불법체류 방지다. 중간에 회사를 옮겨도 마찬가지다. 사업장을 도중에 변경하더라도 퇴직금은 퇴사 후 즉시 받지 못하고 출국할 때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사업장에 입사하여 월급을 받을 때까지는 마땅한 수입이 없게 된다. 이주노동자들은 보통 급여의 상당 부분을 본국에 부치는 경우가 많으며 아르바이트도 금지되므로, 구직기간 중에는 생활비를 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퇴직금 수령의 어려움에 있다. 출국만기보험금의 액수나 지급 여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미 본국에 돌아간 상태에서 이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출국만기보험금은 기본급만 반영돼 연장·야간수당 등이 빠져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받는 금액은 더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주노동자 투안 (Thuan) 씨는 베트남공동체 페이스북 페이지에 “한국에서도 퇴직금 못 받는 사람 많습니다. 귀국하면 어떻게 받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성명서를 올렸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받아가지 못한 출국만기보험금은 2012년 4월까지 241억 원에 달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퇴직금의 지급시기와 지급조건에 있어서 내구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차별이 발생한다. 단지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만으로는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경우 출국하게 되면 퇴직금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출국 전에 퇴직금 전액을 받을 수 있도록 더 강한 보호를 해야 한다”며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 특히 농축산업 분야에서 인권침해 심각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는 5개의 업종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것은 농축산업 부문이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고용 절차는 다른 업종과 동일하나,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아서 구직자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어시험 성적이 낮은 이들이 농축산업에 지원하게 된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61명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3.1%는 근로계약서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고, 17.3%는 더 짧은 휴일을 갖고 있었으며, 90.7%는 더 긴 시간 동안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71.1%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는 반면 추가근무에 대해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38.4%에 지나지 않았다.
68.9%는 임금 체불을 경험했으며 끝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32.9% 나 되었다. 정해놓은 휴일에 쉰다고 제한 임금을 받은 응답자는 26.1%으며, 시키는 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받았거나 일을 잘 못한다고 임에서 벌을 공제 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각각 18.6%와 12.4%에 달했다. 한 휴일에 노동을 강요당한 경우는 57.8%, 정해진 작업량을 마치기까지 식사나 퇴근을 금지당한 경우는 36.0% 으며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제지를 당한 경우도 9.9%다.
노동력 불법공급으로 인한 인권침해도 심각했다. 설문 응답자의 60.9%인 98명은 고용허가를 받은 원 사업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 보내져 일한 경험이 있었는데, 54.1%는 평소보다 더 힘든 일을 했고, 25.5%는 더 오래 일을 했다. 또 38.8%는 고용주가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 일부를 중간에서 가져갔거나, 더 오래 더 힘들게 일했는데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은 인명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5월 12일 경북 군위군의 한 돼지공장에서 네팔 출신의 근로자 테즈 바하두르 구룽(25) 씨와 차비 랄 차우다리(22) 씨가 농장 정화조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어 27일에는 경기 여주시의 양돈장에서 분뇨 청소 작업 중이던 중국인 중국인 슝덴쥔(59) 씨와 타이인 우띠끄라이 마이따띠왓(34) 씨가 화학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노마 강 무이코는 2014년 10월 20일 ‘고통을 수확하다: 한국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착취와 강제노동’이라는 보고서에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가 겪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어떤 이주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하려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큰 빚을 진다. 2~3년은 꼬박 벌어야 하는 돈이다. 와보니 계약 내용과 노동 환경이 다르다. 임금은 체불되고, 고용주에게 여권도 빼앗기고, 때론 폭행도 당한다. 벗어나고 싶어도 고용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계속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면 ‘이탈’ 신고를 하겠다고 위협한다. 고용센터는 구제 수단이 되지 못한다. 노동자는 그저 견디거나 이탈해 미등록으로 전락한다.”

◇ 노동허가제로의 전환 촉구 목소리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권단체들은 사업주 중심의 고용허가제를 노동자 중심의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외국인 근로자 고용 및 기본권 보장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입법 청원한 노동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국내에서의 취업과 노동할 권리를 허가해 주는 제도로,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권리를 허가하는 제도인 고용허가제와 대비된다. 고용허가제가 3년 단기체류 후 귀국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 노동허가제는 일반노동허가 5년에 특별노동허가 5년을 더해 10년을 보장하고, 고용허가제에서 금지한 사업장 변경 역시 자유롭게 허용한다. 미등록 체류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허가제는 일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제한적 합법화를 시행한 바 있고, 노동허가제는 전면 합법화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기호, 이화용이 21세기정치학회보 제25권 제4호에 수록한 논문 ‘경계(境界)의 이주정책: 고용허가제의 쟁점과 과제’에 따르면 노동허가제를 당장 수용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고용허가제 대신 노동허가제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단기간으로 취업활동 기간을 부여할 경우에는 그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 ▲보완성의 원칙에 따른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기회 보장이 일부 필요하다는 점 ▲당장에 제도를 전환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현행 고용허가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노동허가제적 요소를 점진적으로 수용하는 ‘단계적 노동허가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사업장 변경에 관해서는 최초 2년 동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이주노동자의 계약해지권과 계약갱신 거절권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확보하고, 그후 2년 10개월 동안은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구직활동 기간 6개월 확보 ▲재고용 제도 없이 최초 입국 시부터 4년 10개월의 취업활동기간 보장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 적극 활용 등을 제안했다.


김지연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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