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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살인개미'에서 붉은불개미가 되기까지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언론의 미검증 보도가 국민 불안감 증폭시켜 이제인 기자l승인2017.10.17l수정2017.11.1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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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부산항 감만 부두에서 사람과 식물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붉은독개미” 의심종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살인개미’가 국내에 유입되었다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그러자 10월 3일 정부는 붉은독개미 대신 ‘외래 붉은불개미’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정부는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9일까지 감만 부두의 컨테이너 이동제한 및 소독을 실시하고, 10.9일까지 정밀검사 실시한 결과 외래 붉은불개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했다.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살인개미’가 공포가 꿀벌이 가진 독성보다 약한 ‘붉은 불개미’로 변모하는 과정을 알아보았다.

◇ 살인개미 보도의 발단, 정부 측 자료로부터 비롯돼
정부는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붉은독개미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당시 정부는 ‘붉은독개미,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이 개미가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이라면서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발표 후 언론사들은 정부의 발표를 연이어 보도하면서 살인개미에 대한 공포가 더욱 커졌다.
해당 자료를 발표한 것에 대해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은 “일본 환경성에 게시된 자료를 인용한 것이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일본도 해당 자료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민들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 노 부장은 “피해 자료를 찾아본 결과 199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만3000여 명이 불개미에 쏘여 이 중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람이 660명(0.02%) 정도이고 과민 증상을 보인 사람도 전체의 0.6∼6%였다는 자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10일 정부 브리핑에서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이 과장되게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사람이 꿀벌에 쏘이는 경우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정도를 1이라고 가정하면 붉은불개미의 독은 0.2 이하로 아주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도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는 개미가 있다”면서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왕침개미가 대표적인 예”라고 소개했다. 류 교수는 “붉은불개미의 독은 왕침개미와 비슷한 정도”라고 부연 설명한 뒤 “(나도) 이번 불개미 소동을 계기로 일부러 (왕침개미의)개미집에 손을 집어넣고 5분 정도 있어 봤지만 가려움도 없고 약간 물린 흔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왕침개미에 쏘인 뒤 과민성 쇼크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이 개미에 쏘일 경우 발생하는 쇼크는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미집 위에서 잠을 자다가 여러 개미에 의해 집중적으로 쏘이는 경우 등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북미 지역에서 한 해 평균 8만 명 이상이 불개미에 쏘이고 100여 명이 사망해 ‘살인개미’로도 불린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류 교수는 “100명이 숨졌다는 것은 그동안의 총 집계 수치”라면서 “미국에서 붉은불개미에 쏘여 죽은 사람은 매년 4명 이하라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말벌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최소 9명임을 감안했을 때 현재까지 붉은불개미의 위험성은 낮아 보인다.

◇ 현 검역체계 문제점 드러나 개선 시급
외래 붉은 불개미가 처음 국내에 유입됐을 당시 정부부처 간 공동 대응 매뉴얼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9일 이후 불개미가 모두 사멸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났지만, 앞으로도 유해한 외래 생물종에 대한 공동 매뉴얼이 없는 이상 초동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 강병원(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5일 대책회의를 열고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이 향후 공동 대응 협의체를 구성하고 초기대응 매뉴얼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들 관계부처는 국무조정실에 설치된 T/F를 중심으로 외래 붉은불개미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범정부적인 공동대응체계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 정부 향후 조치계획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는 ▲국경검역 강화를 위해 식물방역법의 검역대상 품목을 개미류 혼입 가능성이 높은 목재가구, 폐지 등까지 확대 시행 ▲붉은불개미 분포 국가 중 우리나라와 교역량이 많은 중국, 일본 등의 수입물품에 대해서는 검사비중을 확대 ▲수입화물의 화주들이 외래 붉은불개미를 발견할 경우 신고토록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국민들이 붉은불개미로 의심되는 개미를 발견한 경우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센터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 붉은불개미 대처법
정부는 국민들에게 야외활동 시 개미 등 곤충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을 입고 장갑을 착용하며, 바지를 양말이나 신발 속에 집어넣고, 곤충기피제(DEET 등 포함)를 옷이나 신발에 사용하고 만약 개미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후 이상 증상이 생긴 경우에는 즉시 병원 응급진료를 받을 것을 당부하였다. 청주시 흥덕구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일반적으로 독충에 물렸을 때는 경도나 중도의 증상에는 항히스타민제의 내복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붉은불개미에 물렸을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이제인 기자  chamcca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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