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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오래오래 사세요

김서영 기자l승인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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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로 오랜 만에 할머니집에 내려간 날, 앞으로는 명절 제사도, 당연하게 때가 되면 했던 김장도 모두 계속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 모두를 도맡아하셨던 할머니께서 체력히 급격하게 나빠지시고 젊은 시절 다쳤던 발이 덧나 거동도 어려워지셨기 때문이었다. 이는 할머니께서 여태까지의 수고로움에서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평생 해가 뜨고 지는 줄 모르고 바지런하게 움직이던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오래 오래 사시라는 나의 말에 할머니께서는 잦은 병치레에 따른 부담감과 가족들이 일을 떠나고 집에 남겨진 시간의 우울함을 내비치셨다. 이는 나이듦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으나,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 삶의 말로가 외로움과 신체적 고통이라는 것이 슬펐다. 으레 어르신들께 “오래오래 사세요" 라고 말씀드렸던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 모든 짐을 헤아려보지 않은채 할머니께 오래오래 살아 달라고 한 것은 그저 상실의 두려움을 가진 나의 욕심일 뿐이 아니었을까.
다큐멘터리 ‘할머니의 먼 집’에서는 그저 오래오래 사는 노인의 삶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보여준다. 홀로 살던 93살의 할머니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모아 자살을 기도한다. 점점 더 아파오는 몸과 떠나가는 친구들, 자식들에게 짐만 된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극심해져 살아갈 이유를 잃었던 까닭이다. 다큐멘터리는 그때부터 손녀가 할머니의 집에 내려와 할머니와 보낸 시간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할머니는 그러한 손녀의 노력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렇듯, 우울이란 주변 사람의 관심을 통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에 바쁜 자식들은 부모를 돌볼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자식이 없거나 사회적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독거 노인들도 많다.
이러한 노인들에 대해 사회가 더욱 더 무겁게 책임지고 개입해야 할 때다. 사람들은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오래오래 살게 됐다. 1970년대 52살 수준이었던 우리 나라의 평균 수명은 현재는 81살에 이르렀다. 또한 이미 올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의 노인인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앞으로 어느 사회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돼 2026년경에는 초고령 사회 도달할 전망이다. 이렇게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은 사회에서 노인의 우울증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환원되서는 안되며, 노인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사회적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한다. 노인이 사회적 관계 형성을 장려할 수 있는 시스템과 더불어, 정신건강의 기반을 형성하는 경제적ㆍ신체적 여건에 대한 복지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회 제반의 성장은 응당한 요구과 필요가 있지만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노인들이 있다. “그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관심일 것이다.”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당연한 문장을 적었다.
 


김서영 기자  takeoff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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