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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호/사무사]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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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노란 달이 서서히 둥그렇게 차오르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는 모습이다. 주말이 되면 우리는 각자의 고향에 내려가 삼삼오오 모여앉아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며 명절을 지낼 준비로 분주할 것이다. 귀성 행렬로 교통 체증이 극심하다는 소식만큼이나 매년 들려오는 것이 명절증후군에 관한 뉴스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연휴 기간에 받는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말한다. 복통, 소화불량, 현기증, 무기력감, 심장 두근거림 등이 그 증상이다.

증상만큼 그 원인도 다양하다. 오랜만에 보는 일가친척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반에서 몇 등인지로 시작해 모의고사는 몇 점이 나오는지, 어느 대학을 갈 생각인지.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질문들은 조금씩 변한다. 이제는 연애는 하는지, 취업은 어디로 할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은 이어진다. 취업한 이들은 다시 다른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결혼은 언제쯤인지, 집 장만할 준비는 하고 있는지, 아이는 언제 가질 건지 묻는다. 평소에는 연락도 자주 하지 않던 친척들은 명절만 되면 부모님도 조심스럽게 꺼내시는 그 질문들을 ‘밥 먹었니?’라고 묻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다. 시린 질문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웃고는 있지만 가슴에 날아와 꽂힌 말들은 꽤나 그 자국이 오래 남는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드물고 궁색한 답을 꺼내 자존심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명절을 치를 준비도 만만치 않다. 음식 준비와 손님 접대를 하며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노동을 견딘다. 상차림을 여자들이 도맡아 하는 일이 흔하다. 평소에 가사를 분담하던 부부라도 고향에 내려가면 어른들 눈치를 보느라 남편이 아내를 돕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쉴 새 없이 주방에서 일하며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먼저 친정에 가고 싶어도 시댁 방문을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선뜻 이제 그만 가보겠다는 말을 꺼낼 수 없다. 이는 고부갈등에 이은 장서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남편도 아내도 모두 이 상황이 부담스럽다. 명절 후에 정형외과 외래 환자 수가 12% 증가하고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는 재미로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명절 준비를 피하기 위한 가짜 깁스와 ‘결혼 곧 합니다, 효도 곧 합니다, 뱃살 꼭 뺍니다’가 적힌 잔소리 금지 티셔츠가 인기를 끌고, 명절에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우스갯소리를 나누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전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드시 변화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그에 따라 명절을 지내는 모습은 가정마다 제각각이다. 아직도 정시에 제사를 지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아예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남녀가 함께 일을 분담하는 가정도 있고, 아직도 남자들은 소파에 여자들은 주방에 상주하는 풍경이 익숙한 집도 있다. 다섯 살 때부터 전 부치는 것을 도왔다는 여학생과 단 한 번도 명절에 주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는 남학생의 경험은 아직까지도 전통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 차별을 보여준다.

바뀌어야 할 때다. 명절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반가웠던 때가, 헤어지며 아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 명절은 견뎌야 하는 시간이고 치러내야 할 과제가 되어 간다. 이어가야 할 것과 바꾸어야 할 것을 분명히 하고, 우리는 서로에 대한 예의를 복원해야 한다. 배려 없이 안부를 묻고 해야 할 일을 나누지 않는 것이 우리네 전통은 아니었다. 견뎌내야 하는 무거운 날이 아니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휴일이 되도록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올해 추석이 풍성한 명절로의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 한국교원대신문의 독자 제현 모두에게 추석이 행복한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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