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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호] ‘차별에 저항한 영상활동가’ 故박종필 감독 추모영화제 개최

거리노숙인, 장애인, 세월호 유족 등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해 김지연 기자l승인2017.09.25l수정2017.09.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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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저항한 영상활동가’ 故박종필 감독의 추모영화제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박 감독은 영상활동단체 ‘다큐인’ 소속으로, 1998년부터 20년 동안 장애·빈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4.16 미디어위원회 활동을 하다가 지난 7월 28일 간암으로 별세했다. 박 감독의 49재인 지난 14일 개최된 추모영화제에는 고인의 대표작 <노들바람>(2004), <끝없는 싸움-에바다>(1999), <우리는 홀로 설 수 없나요?>(1999) 등이 상영됐다.

 

◇ 빈민·노숙·장애와 함께한 20년

故박종필 감독은 영상활동가이자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으로, 1998년 <IMF 한국, 그 1년의 기록-실직노숙자>를 시작으로 영상활동단체 ‘다큐인’을 이끌며 20년 동안 빈곤·장애 등 사회적 약자를 영상에 담는 작업을 이어갔다. <끝없는 싸움-에바다>(1999), <장애인 이동권 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2002) 등에서 장애인권투쟁을, <거리에서>(2007) 등에서 노숙인의 현실을 다뤘다. “영상으로 차별받는 이와 긴밀히 연결되고자 했다, 차별이 난무하고 진실이 사라진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는 이관택 다큐인 활동가의 말처럼, 박 감독은 늘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했다. 동시에 홈리스 주말배움터 교사,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 교사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다큐인에서 박 감독과 함께 작업한 송윤혁 감독은 “영화만 찍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면서 만난 사람들과 계속해서 연대하셨다”고 설명했다.

 

◇ 세월호 인양 기록 작업 중 간암으로 별세

박 감독이 마지막으로 참여한 주제는 세월호였다. 2015년부터 4.16 미디어위원회 2대 위원장으로서 <망각과 기억>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세월호 인양 과정을 담은 <인양>(2016), 故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를 다룬 <잠수사>(2017) 등을 만들었고, 박근혜정권퇴진행동 미디어팀에서 촛불 시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전남 진도에서 세월호 선체조사 작업을 기록하던 중 지난 6월 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7월 28일 오후 4시 10분경 강원 강릉의 한 요양원에서 향년 49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인권운동가 박래군 소장에 따르면 박 감독의 유언은 “미안하다”였다. “세월호 가족들이 (암 투병 사실을) 모르길 바랐다. 세월호 일하다가 과로해서 아프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않나. 너무 미안하다. 내가 너무 미안하다”라며 마지막까지 세월호 유족들을 걱정했다고 박 소장은 전했다.

 

◇ 49재 맞아 추모영화제 열려

박 감독의 49재였던 지난 14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추모영화제가 열렸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된 개막식에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범 축하 영상>(2007), <정태수 열사 10주기 추모영상>(2012), <기억하자 심판하자>(2016). <세월호 500일 기억과 다짐의 날>(2015)이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이번 추모영화제에서는 4일에 걸쳐 그의 작품 50여 편 중 15편이 상영되었으며, 전 작품은 무료 상영이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세월호 유가족을 대표하여 추도사를 했으며, 세 차례에 걸친 GV(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박경석 전장연 대표, 박주민 국회의원, 세월호 희생자 오영석 군 어머니 권미화 씨 등이 참여해 박 감독과의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송윤혁 감독은 “원칙이 무척 강하신 분이셨다. 바늘구멍 하나 없이 확고한 원칙이 있었고 그것을 스스로 어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을 정도다”라며 박 감독의 원칙주의적 면을 회고했고, 권미화 씨는 “나보다 연배가 많은데도 장가를 못 갔다는 이유로 ‘애기’라고 불렀다. ‘애기 밥먹어야지’ 하면 무척 좋아하셨다. 일부러 밥상도 차리기 전에 들락날락 하시고, 씻으러 가기 전에 꼭 주방 쪽에 오셔서 오늘 메뉴는 뭔가 궁금해하시곤 했다”며 그의 친근하고 아이 같은 면을 이야기했다.

 

◇ “소외받는 사람들의 옆을 지켜야 한다”

4.16 미디어위원회의 오지수 씨는 “감독님이 내 아버지와 동갑이다. 쉽게 말을 놓고 쉽게 대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편하게 말씀하시라고 하기 전까지 꼬박꼬박 존대를 했다. ‘내가 기성세대의 남성 활동가로서, 이제 활동을 시작한 여성 활동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네가 많이 알려주고, 혹시 내가 무례하게 대한다면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박 감독을 추억했다. “감독님과 차를 타고 있는데 갑자기 알람이 울렸다. ‘이게 뭐예요?’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하루라도 잊을까 봐 혹시 걱정돼서 알람을 맞춰 놨다고. 네 시 십육 분이었다”는 일화도 덧붙였다.

4.16 미디어위원회의 안창규 씨는 “10년 동안 같이 활동을 하면서 형한테 배운 게 네 가지다”라며 박 감독의 신념을 소개했다. 첫째, 조금 느리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가야 한다. 둘째,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나쁜 세상이어도 도망가지 말고 싸워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넷째, 소외받고 힘든 사람들이 있으면 카메라를 들고 그 사람들 옆을 지켜야 한다. 그게 우리가 활동하는 방식이다.


김지연 기자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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