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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컬쳐노트]

김지연 기자l승인2017.09.12l수정2017.09.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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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브루클린
감독: 존 크로울리

 

아일랜드에서 뉴욕 브루클린으로, 새로운 삶을 향한 부푼 꿈을 안고 배에 오른 에일리쉬는 첫날부터 멀미 때문에 혼쭐이 난다. 속은 뒤집히는데 화장실 문은 잠겨 있고, 결국 복도에 놓인 양동이에 대고 일을 해결하는 처량한 모습이 앞으로의 예고편이었던 것일까, 에일리쉬의 뉴욕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백화점에서의 일은 손에 맞지 않고, 아일랜드 말투는 놀림거리가 되고, 룸메이트들은 까탈스럽고 직장 상사는 무뚝뚝하다. 한동안 향수병에 시달리며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지만, 사람 좋은 이탈리아계 청년 토니를 만나면서 에일리쉬는 서서히 뉴욕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언니의 장례식 때문에 아일랜드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짐을 만난다. 어머니와 고향 사람들은 그가 짐과 결혼하기를 바란다. 이제 에일리쉬는 결정해야 한다. 토니가 있는 뉴욕으로 돌아갈 것인가, 짐과 함께 아일랜드에 남을 것인가?

언뜻 평범한 로맨스 영화의 줄거리 같지만, 사실 영화 <브루클린>은 에일리쉬의 성장영화에 더 가깝다. 그가 사랑하는 두 남자, 토니와 짐은 각각 브루클린과 아일랜드, 즉 새롭고 독립적인 삶과 익숙하고 의존적인 삶을 상징한다. 토니는 가난한 이민자 출신이지만, 그와 함께 뉴욕에 있을 때 에일리쉬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 반면 짐은 잘생긴 부자이지만 그가 살고 있는 아일랜드는 침체된 곳, 에일리쉬가 벗어나고자 했던 낡은 풍습이 지배하는 곳이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당당히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말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과 사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에일리쉬의 마지막 선택은 뿌듯하고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에일리쉬는 1950년대의 사람이지만, 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청춘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때론 부푼 꿈을 안고, 때론 도망치듯 집을 떠나 낯선 도시, 또는 낯선 나라의 작은 방에 짐을 푸는 젊은이들. 떠나온 고향이 그립고 홀로서기는 외롭고 힘들지만, 그들은 결국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나갈 것이다. 그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자신의 작은 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에일리쉬가 그랬던 것처럼. <브루클린>은 그런 청춘들을 시대와 나라를 넘어 힘껏 안아주고 응원하는 영화다.


김지연 기자  rl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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