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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페미니스트 교사 보호 위한 공동행동 실시돼 김지연 기자l승인2017.09.11l수정2017.09.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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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6일 오후 11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에서 일제히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라는 해시태그를 단 손글씨 인증 사진이 일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것은 초등성평등연구회에서 기획한 공동행동으로, 이 해시태그는 당시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6위까지 올라갔다. 한 초등학교 교사의 인터뷰에서 시작된, 페미니즘 교육을 둘러싼 논쟁을 알아보았다.
◇ “페미니즘으로 비판적 사고 능력 기를 수 있어”
시작은 한 온라인 매체에 올라온 인터뷰 영상이었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의 페미니즘 동아리에 속한 A교사는 “페미니즘으로 아이들은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길러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을 도구화하고 트로피로 여기는 전래동화를 아이들과 함께 도마 위에 올려보고,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가정이나 사회, 미디어에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경험이나 여성혐오를, 이게 잘못되었다고 조목조목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이들이 그대로 세상에 나가면 차별을 온몸으로 맞거나 그 차별을 하는 사람이 된다”며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영상이 공개되면서 A교사를 향한 인신공격이 시작됐다. A교사의 얼굴은 캡처되어 인터넷으로 퍼져 나갔고, 소속 학교와 교육청으로 민원과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퀴어 축제 상품으로 장식된 A교사의 책상 사진이 공개되면서 ‘동성애를 조장하는 교사’, ‘남혐(남성혐오) 교사’라는 비방이 이어졌다. SNS를 통해 허위 정보가 유통되고 소속 학교의 스쿨톡(실시간 메시지 공유 서비스)은 혐오세력의 욕설로 도배됐지만, 교육청과 교육부는 A교사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 페미니스트 교사 보호를 요구하는 공동행동·기자회견 열려
A교사를 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그를 응원하는 움직임도 시작되었다. 초등성평등연구회가 기획하고 한국여성민우회, 전교조 여성위원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총 18개의 단체가 참여한 8.26 공동행동에는 11,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참여했다. 네티즌들은 SNS에 “성평등은 기초적 도덕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와 같은 꿈을 꾸고 공정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손글씨 인증 사진을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며 A교사를 향한 응원을 남겼다. 초등성평등연구회의 B교사는 “페미니즘 교육은 현대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과 같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교사를 보호하고 교사의 수업권과 학습권을 보장받자는 취지에서 공동행동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공동행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8.26 공동행동에 참여한 한 익명의 학우는 “역사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교육자라면 당연히 이러한 진보의 과정을 다루는 것이 책무일 텐데 이러한 흐름을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참가하게 되었다. 비록 작은 행동이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9월 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전교조 여성위원회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페미니스트 선생님에 대한 공격을 멈춰라”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어 ▲페미니스트 교사에 대한 공격을 멈출 것 ▲교육청과 교육감의 공식적 의견을 표명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 ▲교육청 내 성평등 전담 부서를 설치할 것 ▲혐오 발언을 모니터링하고 규제하는 대책을 세울 것 등을 촉구했다.
◇ 우리에게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이유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들은 ‘학교 안에서의 혐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B교사는 “학교에 차별적 언행이나 혐오발언이 굉장히 흔하다. “장애인 같다”, “정신병자다”. “너는 여잔데 왜 이렇게 털이 많아?” “여자애가 왜 이렇게 목소리가 커?” 이런 말들을 교사가 하나씩 왜 잘못되었는지 지도해 주어야 한다”라고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전교조 여성위원장 김성애 씨는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여성, 소수자 혐오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곳이다. 친구에게 “너 게이냐” 같은 말을 하고,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성추행, 신체접촉, SNS를 이용해 성적으로 모욕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지 않고는 학생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페미니즘은 모든 교사의 기본 소양”
그렇다면 페미니즘 교육은 어떤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 B교사는 “교과서에 남성인물과 비슷한 비중으로 여성인물의 삶을 다루는 식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부터 성평등 교육이 더 깊이 있게 들어가야 한다. 선생님이 사용하는 수업 자료도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하다못해 신발장 스티커도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파란색이다. 이러한 이분법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슬아 활동가는 “페미니즘이 교과 과정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모든 교사가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소양으로서 페미니즘 교육이 교사들에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이 교사가 가르치는 부분에서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차별을 인지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두려운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모른 체하고 덮어놓고 살다보면 우리도 차별을 행하고 또 차별을 당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이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라면 당연히 성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과 소수자가 어떤 차별을 받는지 인지하고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불편함과 두려움을 감수하고 많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으면 좋겠다”라고 B교사는 덧붙였다.


김지연 기자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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