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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군림하려는 정치인

황인수 기자l승인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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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바른정당 김무성 대표가 공항에서 나오면서 캐리어를 수행원에게 주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 모습을 보고 네티즌들은 마치 프로축구·농구에서나 나올 노 룩 패스(No-Look Pass)라 불리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만 이슈가 된 건 아니었다. 레딧(미국의 소셜 뉴스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Korean Politician Swag’이란 제목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미국 NBA를 방송하는 TNT 역시 이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2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그걸 내가 왜 해명해야 하나. 바쁜 시간에 쓸데없는 일 가지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을 보였다. 
김무성 대표가 프로 스포츠 선수였다면 모르겠지만, 그는 정치인이다. 존. F. 케네디가 “국가는 시민의 하인이지 주인이 아니다”는 말을 했듯이, 정치인 역시 시민의 하인이지 주인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시민을 마치 하수인처럼 부리고 그 위에 군림하는 주인의 모습이었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정치인들은 비단 김무성 대표뿐만이 아니다.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서영교 의원이 자신의 친동생을 국회 비서관으로 임용한 것이나, 전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이 17개 시·도 교육청에 5년간 시험지 원본 파일을 강제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처럼 여야가릴 것 없이 시민 위에 서려는 정치인의 태도는 비슷하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정치 현장에서도 발견된다. 일본 정부 무타이 슌스케 내각부 및 부흥 정무관은 수해지역에서 장화가 없다는 이유로 직원의 등에 업혀 물웅덩이를 건넜고, 미국의 알래스카 주지사였던 세라 페일린은 임기동안 공금으로 파티를 벌였고 주지사용 헬기로 순록 사냥에 썼지만, 정치적인 면에서 보여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와 같은 정치인들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정확히 위배된다. 사회에선 불가피하게 약자와 강자, 빈자와 부자가 나뉘고 그에 따라 권력이 분배되는 정도도 달라진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고 최대한 많은 이들의 이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민주주의는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평등하게 권력을 나눠가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대표를 선출해 그에게 권력을 부여한다. 정치인은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해준 시민에 의해 존재하며 시민을 위해 행동하고 봉사하는 데에 존재 의의가 있다.
그러나 김무성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존재 기반을 저버리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며 옹호한 일부 시민들의 역할이 크다. 당장 사는데 바쁜 시민들의 머릿속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이 명확히 자리 잡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자행된 독재 또한 시민들이 자신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당연시 받아들인 데 기여했을 것이다. 또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염세주의적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를 곧바로 지적하고 비판하는 불관용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실현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게끔 하는 발걸음이 분명하다.
어쩌면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시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정치인이 많아지는 것은 단순히 이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행동이 이슈가 됐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시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에 대한 이상을 놓지 않았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황인수 기자  his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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