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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공공의 이익은 모두의 책임이어야 한다

한국교원대신문l승인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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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구성원 각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아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경향을 말할 때 사용된다.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의 권한과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일 경우 일일이 그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일은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해주기를 바라면서 스스로 나서기를 꺼려한다. 
주변에서 이런 일들을 경험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대학에서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아 학생자치단체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비상’한 일이 언젠가부터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학생회가 정상적으로 구성된 것이 단 한 차례밖에 없는 실정이고 보면, 그야말로 ‘비상’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 사이에 알게 모르게 학생들의 권익이 무시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권리라는 것은 스스로 찾고 지키는 것이지 누가 거저 주고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학생회는 전체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교의 교육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학생들의 권리와 복지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학생회 임원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떠안아야 하는 책무의 막중함에 비해 주어지는 권한은 거의 없다. 이런 책임을 지니는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아서 오는 피해는 일차적으로 학생들 자신들이 떠안아야 하지만 학교 전체의 몫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일에 참여한다는 것이 제도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참여를 위한 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서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해야 하는 사람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그러한 장치를 마련해주지 않는다. 제도가 민주적이어서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참여해서 제도를 민주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두의 책임이 방기되는 것이 비단 학생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교수협의회의 상황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들어 개인 차원의 각종 책무가 가중되면서 교수협의회 활동에 대한 참여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회원들의 참여 부족으로 교수협의회 총회장에 냉기가 감돈 지 이미 오래되었다. 교수사회의 전반적인 개인주의화로 인해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사회가 응당 가져야 할 비판적 역량은 약화되었고, 그에 따라 공공의 일에 대한 책임의식 또한 옅어졌다. 그 결과 교육과 연구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위축되었고 대학의 위상이 현저히 떨어졌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레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는 「시인의 기능」이라는 시에서 개인적 감성에 사로잡혀 과도한 현실도피적 성향을 드러내던 동시대의 문인들에게 “민중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갈 때 신발끈을 매고 도시의 문을 통해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불행이 있을지어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권고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참여의 장으로 나오기를 꺼려하고 개인의 이익에만 매몰된 구성원들이 많은 사회에서 공공의 이익이 제대로 보장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공공의 일에 대한 무관심은 그 자체로 부도덕하다. 공공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모두’ 안에는 ‘자신’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모두’의 책임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릴 때에야 비로소 공공의 이익과 사회의 발전이 온전히 보장된다. “모두의 책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는 말이 이제는 허언에 불과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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