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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도시 중간계층 내모는 젠트리피케이션

예술인들과 소상공인들의 터전,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 고려 목소리도 한건호 기자l승인2017.05.29l수정2017.05.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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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수암골의 전경, 각각 개성있는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 한건호 기자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도시재생 중심의 뉴딜사업’이 박차를 가하면서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등 관련 부처에서도 담당기구를 조직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도시재생은 공공편의시설의 확충이나 도시 경관 개선에 더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일반 재개발과는 다르다는 것이 후보 시절 문재인 캠프의 설명이다. 하지만 도시 재생 사업으로 인해 도시 변화 이후 높아지는 땅값 때문에 원래 주민들이 살던 곳을 떠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처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국토부는 26일 열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도시재생의 큰 부작용으로 꼽히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해외에선 1960년대부터 발견된 현상으로, 우리나라 도시 곳곳에서도 발견되며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게 되었다. 도시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부작용’인 만큼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 도시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차이점은?
우리가 쉽게 접하게 되는 ‘재개발’이라는 용어는 낙후되고, 오래된 지역을 새로운 건물과 도로 건설을 통해 탈바꿈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젠트리피케이션 역시 오래된 구도심이 자본의 유입과 함께 변화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나, 자본의 유입의 배경에서 재개발과 차이가 있다. 재개발의 경우 공공사업의 성격이 강해 오래되고 낙후된 지역이 도시의 경관을 해치거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클 경우 진행된다. 반면 젠트리피케이션은 학자나 예술인, 소규모 상가들이 정착하면서 생긴 문화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동네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대부분 이런 동네들이 구도심에 위치해 땅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아 외부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된다. 이로 인해 입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동산 가격 및 임대료 인상으로 인해 본래 거주하던 주민들이 동네를 떠나게 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는 홍익대학교 부근이 손꼽힌다. 일명 ‘홍대’라 불리는 이 지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식인들과 예술인들이 모여 비주류의 대안문화를 꽃피웠다. 기존 조용한 주택가였던 이 지역에 조그마한 카페들과 식당, 대안서점 등이 들어서며 새로운 활기를 찾게 됐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금도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인식되기는 하나, 이전에 비해서는 그 모습이 많이 사라진 것이 현실이다.

◇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
젠트리피케이션이 불러오는 가장 큰 문제는 소상공인 및 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젠트리피케이션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은 기존 구도심 중에서도 주택지가 위치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가 저렴해 경제적 토대가 약한 젊은 계층이나 소상공인에게 삶의 터전이 되는 지역이다. 예술인들과 젊은 학자들이 이러한 동네에 몰리는 이유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부동산, 임대료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해당지역을 떠나 정착할 새로운 마땅한 거주지를 찾기 힘들다는 문제가 가장 크다. 새로운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마찰이 또 다른 문제로 지적받기도 한다. 홍대의 칼국수집 ‘두리반’은 2009년 갑작스런 강제철거를 당했다. 이주비로 제시된 금액은 300만원, 삶을 이어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근처 지역의 예술인들과 지식인들의 도움으로 약 500여 일 간의 농성을 통해 홍대의 비슷한 환경에서 장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두리반 사건의 경우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된 사례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된 이주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지역을 떠나게 되는 일이 수두룩하다.
최근엔 젠트리피케이션을 경제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것 뿐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해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의 공동 저자인 이기웅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저작에서 “한국적인 맥락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흔히 맛집과 예쁜 카페, 공방과 미술관, 분위기 있는 바와 독립서점 등이 들어선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네에서 이뤄진다”며 이러한 문화적 가치들이 상업적인 이유로 사라지는 것 역시 젠트리피케이션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 청주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청주 지역의 경우 사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역은 찾기 힘들다. 청주 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성안길’의 경우 상가의 거의 대부분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일 정도로 지역적인 특색은 강하지 않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70년대부터 성안길 자체에 상권이 형성돼 있었던 만큼 현재의 상황이 시대의 흐름에 따른 상권의 발달 과정이라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벽화마을이 있는 청주 수암골의 경우에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견되긴 하지만 그 경과가 미약하다. 본래 달동네이던 수암골은 2007년에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예술가들이 달동네 곳곳에 벽화를 그려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7,8년 전엔 그 지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늘기 시작하자 본래 거주지였던 지역 일부가 정리되고 그 자리에 카페들이 들어선 상황이다. 현재에도 공사 중인 건물이 많이 보이긴 하나,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정도로 상권이 넓게 형성돼 있지 않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나를 포함해서 이 지역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해 온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나 식당들이 잘 들어오는 것 같지 않는 것 같다”며 동네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건호 기자  hgh7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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