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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입시명문고로 전락한 특목고·자사고, 일반고로 단계적 전환될 예정

교육평등 실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하는 첫걸음 될까 이현주 기자l승인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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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영초등학교에서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 발표가 있었다. 그는 고교서열화 해소를 주장하며 “부모의 지갑 두께가 자녀의 학벌과 직업을 결정할 수 없다. 공평한 교육기회를 보장해 무너진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며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가 되어버린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예체능 학교와 과학고는 대체로 설립취지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며 폐지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전국 31개 외고, 7개 국제고, 46개 자사고가 일반고로의 단계적 전환대상이 됐다.

◇ 학력에 따른 차별 없애려는 목적
문재인 캠프가 제시한 특목고, 자사고 폐지의 첫 단계는 이들 학교와 일반고의 선발 시기 일치이다. 3월 22일자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일반고와 함께 후기 모집으로 학생을 선발해 자연스러운 일반고 전환을 유도하고, 나아가 고교 서열화와 학력에 따른 차별 등을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이들 학교가 전기 모집으로 우수학생을 미리 선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그 뒤엔 재지정 평가 기간에 이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는 재지정 평가가 돌아오는 2019년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 획일화 극복 위한 외고·자사고, 설립 목적은 많이 사라져
사실 ‘고교 평준화’는 과거에 실행됐던 정책이다. 1969년 중학교 무시험제를 도입하자 초등학생의 중학교 입시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과도한 고입 경쟁으로 넘어가게 됐다. 당시 경기고, 서울고, 부산고 등 9개의 일명 명문고에 다니는 전체의 0.9%의 학생이 서울대학교의 70%를 차지하는 등 명문고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치열한 고교 입시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973년 ‘고등학교 입시제도 개선안’을 확정했고 1974학년도부터 서울과 부산에 학군별 추첨배정 방식을 도입하면서 ‘평준화’가 시작됐다. 이로써 명문고 중심의 학연과 학벌주의는 많이 완화됐으나 학력이 하향평준화 됐으며 사교육비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 대안으로 고교의 다양성 확대 및 특성화, 자율화를 위한 수월성 교육 체제인  ‘특목고’가 탄생했다.
1980년 ‘과학계열’이 특목고로 포함된 당시 외국어고등학교는 어학영재 기준의 모호함과 실효성이 떨어져 특목고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2년 외국어학교 신설 인가 이후 우후죽순 증설됐다. 이러한 외고의 증설은 영어교육 열풍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대입에 유리하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이었다. 특목고 입학은 평준화 이후 과도한 대입 경쟁에서 학생들이 미리 우위를 선점하는 길이었다. 즉 설립 목적인 ‘어학 영재 육성’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한편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평준화로 인한 획일화를 극복하기 위해 자립형 사립고를 승인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전국으로 확대한 교육 과정에 자율성을 준 학교 모델이다. 무계열/무학년제와 교과교실제와 같이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자사고도 있다. 하지만 수능의 중요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부여돼도 일반고와 교육과정에 별다른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입시를 위해 진도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3학년 때는 수능 준비만 할 수 있도록 하는 편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학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상적인 교육과정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 특목고, 자사고 폐지, 실효성은?
특목고, 자사고 폐지 공약의 핵심적인 취지는 고교 서열화 완화이다. 일반고에 비해 특목고와 자사고가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특목고, 자사고 사이에서도 입시 성적에 따라 다시 서열이 나뉜다. 이러한 구조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서열에 따른 심리적 위축 또는 우월 의식을 갖게 만들고, 사교육 시장은 이를 이용해 특목고 대비반, 민사고 특별반 등을 만들어 입시 경쟁에 뛰어들도록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면 분명 현존하는 고교 서열은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는 다른 또 다른 서열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고의 한 관계자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특목·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반기는 분위기가 있다. 특목·자사고 대부분이 비교육특구에 흩어졌지만 이제 교육특구 일반고를 중심으로 지역적인 양극화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교육특구의 사교육이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강남3구의 부동산 급등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사교육 절감이라는 관점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특목고, 자사고 폐지는 사교육비 절감을 취지로 추진되고 있지만 특목·자사고 입학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면서부터 학교별 필기고사와 교외 수상 실적 반영은 금지됐고 오로지 내신 성적과 출결점수, 면접점수만을 반영할 수 있어서 이미 고입에 사교육 필요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2019학년도부터 영어 내신 성적이 절대평가제로 바뀌면서 사교육의 의미는 더 사라질 예정이다. 또한 수시의 비중이 높아진 현 입시 상황에서 내신은 굉장히 중요해져 경쟁적 대입이 바뀌지 않는 이상 특목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교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상황은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의 다양성 상실과 수월성 교육의 부재 또한 특목고, 자사고 폐지 후 우려되는 점이다. 교육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반고 내부의 교육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학교의 다양화가 아닌 학교 내 콘텐츠의 다양화를 실행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학생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능력, 흥미, 적성을 고려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고교학점제’를 잘 정착시킨다면 최고 14단계까지 다양한 수준의 강의를 개설하는 핀란드와 같이 수월성 교육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교조와 교총 그리고 특목고 졸업생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
외고, 국제고, 자사고 폐지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입장은 대조적이었다. 전교조 대변인은 “특목고와 자사고 모두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현실이며 재정적인 여력이 있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는 학교가 되었다. 이는 교육기관에서부터 능력과 재력에 따라 분리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은 근거 없는 우월감에 사로잡히게 되고 일반고 학생들은 근거 없는 자존감의 상실을 겪게 된다. 이렇게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는 교육 체제를 허물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서열화 된 교육 체제와 입시경쟁에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고를 떠나서 학생들이 이에 순응할 수밖에 없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은 둘째 치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며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대학 서열화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고등학교로 내려왔고 중학생들까지 경쟁교육에 시달리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분명히 고등학교도 보편교육기관이다. 전문화, 특성화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은 무상화돼야 할 뿐만 아니라 특권화 교육도 철폐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특목고, 자사고 폐지 공약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교육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특목고 ,자사고 이전에도 사실 모든 고등학교는 입시 기관이었다. 특목고, 자사고가 일반고화 된 이후에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을 모아 특별반을 편성한다던지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일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따라서 일반고도 입시 교육에서 해방시켜야하며 대학 서열화 체제를 허물기 위한 후속 조치로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한국교총은 특목고, 자사고의 폐지보다는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해 유지하자는 입장임을 밝혔다. 이어 “특목고와 자사고는 고교 선택권을 다양하게 해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건 사실상 다시 평준화로 돌아가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없애도 일반고 내에서 분명 서열이 생길 것이며 대학 입시가 목표인 상황에서 일반고에 만족을 못해 사교육이 더 성행하고 조기 해외 유학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목고 졸업생들도 폐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서울 소재 외고를 졸업한 우리학교 초등교육과 1학년 학우는 “현재 외국어고등학교는 ‘외국어’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잃었으며 영어 내신만 보는 입학 전형으로 바뀌며 학생수준과 대학 진학률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는 수월성 교육 등 외고가 갖는 장점에 비해 문제가 커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작년 서울외고를 졸업한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1학년 학생은 “특목고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보다는 문제점을 보완해 본래 취지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며 특목고에 관한 현 정책의 흐름에 반대하였다.


이현주 기자  kyo61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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