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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호] 사랑은 무죄

편집장l승인2017.05.29l수정2017.05.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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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밖에서 연인과 사랑을 나눈 동성애자 A대위에게 육군 보통군사법원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군형법 92조 6 추행죄’ 위반이 그 명목이다. 해당 조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준하는 자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항문성교를 명시해 놓아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고, 특정 방식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있다. 손을 잡아도, 합의된 성관계를 해도 동성 간이라면 징역에 처한다는 법이다. 군인 신분으로 동성을 사랑한 것. 이들의 죄목이다.
이번 판결은 올해 초 동성애자 군인들의 성관계 사실을 캐내기 위해 온갖 불법 사찰과 색출을 지시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지시로 꾸려진 중앙수사단은 동성애자 군인들이 서로를 지목하게 하고 ‘첫 경험은 언제며 그것도 남자랑 했는지’, ‘야동 취향은 무엇인지’ 등 수치스러운 질문을 퍼부어 명단을 확보했다. 이와 같은 군대 내의 동성애 혐오 공기는 동성애자가 성폭행의 잠재적 가해자라는 뿌리박힌 편견에 그 원인이 있다. 이 편견은 동성애를 무조건 성행위와 연관 짓는 사고방식으로부터 시작되며 그들이 이성을 소비하는 방식과도 연관된다. 그들의 우려대로 동성애자 군인에게 ‘당한’ 군인은 거의 없지만 여군 상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군인은 꾸준히 늘어 2015년엔 29명이 되었다. 이번 주만 해도 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성 장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랑에 조건을 붙이고 처벌하는 일보다 실체 없는 공포의 원인을 따지고 왜곡된 성 관념을 성찰하는 일이 먼저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동성애 혐오의 공기는 군대에만 퍼져있지 않다. 지난 해 8월, 군형법 92조의 6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나오자 보수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단체는 ‘깨어있는 시민 덕분에 동성애 반대 조항이 유지됐다’며 기뻐했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역시 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는 데 동의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며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이야기의 대상이 멀쩡히 지켜보는 동안 혐오의 언어는 이처럼 잔인하게 오고간다.
어떠한 계급이나 집단을 특징짓고 구분하여 그들을 탄압하는 일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그리고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에서 언제까지고 안전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신은 언제까지고 약자의 입장에 서지 않을 것이라는 듯 차가운 시선들이 만연하다. 자신은 건강한 중산층 이성애자라며, 그리고 나 한 명이 외면해도 변하는 건 없다며 오히려 당당하다. 맞다. 어떤 개인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인권단체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억울한 입장에 처할 확률은 극히 적고, 그 한 사람이 혐오 발언을 내뱉지 않는다고 당장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시선이 거두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한 명의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생각보다 크다. 지인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와 엮여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생의 무게는 충분히 무겁기 때문이다. 한 명 분의 배려는 효용이 없다며 효율과 실질을 따지는 것이 잘못된 계산인 이유다.
누군가를 사랑한 당신은 유죄라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듣고 A대위가 쇼크로 기절한 그날, 대만 대법원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결정했다. 대만 거리에 모여 앉아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눈물짓는 커플들의 모습이 한국에서도 펼쳐지는 날을 갈망한다. 그때까지 실망하지 말고 절망하지 말자. 함께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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