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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호] 일상의 현물을 잠잠히 ‘발견’하는 조성국 시인을 만나다

최수아 기자l승인2014.03.31l수정2015.04.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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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 2014. 3. 31.

둥근 진동                                           

물의 결이 둥그렇게
열린다 가만한 명지바람에도
날리는 질량이
겹겹이 커지며 번진다
번져서 가라앉은 것인지
금세 가뭇없어진
나뭇잎의 물방울 하나에도
제 무게에 겨운 몇 굽이 생애가
잔잔히 주름져서
매달려 있던 것이다 이윽고
실낱의 줄금은커녕 티 한 점 없이
가득한 바닥이
한 생애의 진동을 받아 뉘고는
파문을 닫는다


흉터

금 머금은 대형유리원판을 들어낼 때
둘이서 등을 꼿꼿이 세우고 한 발 한 발 옮길 때
한 사람은 앞으로 가고
또 한 사람은 뒷걸음치며 걸어갈 때
어느 하나가 채 몇 걸음도 떼기 전에 휘청 허리를 굽힐 때
다 온 것 같다고
선뜻 판유리를 내려놓을 때
금은 반드시 중심을 기우는 쪽으로 그어진다
예리한 칼날처럼 깨진 유리파편은
먼저 잽싸게 도망치는 쪽으로 쫓아가듯 와장창 쏟아진다
몇 번이나
상처가 생기고 나서야 알게 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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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 작가님,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먼저, 작가님의 두 번째 시집인 ‘둥근 진동’이 문학나눔이 주관하는 2013 상반기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것에 대해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선정 소식을 전해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A: 시를 웬만큼 쓰게 되면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에요. 단지 작가로서는 3판, 즉 세 번째로 책을 찍게 된 것이라는 명예를 안게 된 것이라 그거더러... 뭐 좋기는 했죠.(웃음)

Q: 광주일보에 따르면, 작가님께서는 선정에 대한 소감으로 “자연, 인간, 우주에 대한 사유를 통해 시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어차피 시 자체가 일상적인 것들이며, 시적 주제는 일상에서 발견해야 하는 것들로 많이 찾아야 합니다. 결국 자연과 사람들, 폭넓게 생각해서 우주까지 (시적 주제에) 포함이 되니까 그렇게 얘기를 해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사실적인 것, 구체적인 것에 진정성이 담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작가님께서 시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등단을 90년 봄호에 했는데요.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 어려웠죠. 80년대를 지나면서 모든 대학생들이 사회참여나 현실참여의 생각을 많이 갖고 있던 분위기였어요. 저도 학교 다니면서 교지편집이나 문학서클 활동을 하면서 글과 가깝게 지냈죠. 학생운동을 하면서 운동권의 일을 접하다 보니까 학생으로서 국가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당시의 '국가보안법'이었겠지요. 그것으로 인해 수배받고 도망다니다가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시라는 걸 알게 됐어요. 종이와 펜만 있으면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던 게 수월해서 그 때부터 시를 조금 썼던 것 같아요. (제 시들이) 현상 분위기에 맞으니까, 제가 (직접) 문예 잡지에 투고하는 것보다도 안면이 있는 주변의 선배들께 시 작품을 가져가면 (그 선배들이) 투고하는 형태로 해서 부득이, 본의 아니게 이런 과정을 밟게 된 것 같아요.

Q: 프랑스의 작가 기 드 모파상은 ‘극히 사소한 물건에도 무엇인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점이 있는 법이다. 이글이글 타는 불이나 벌판의 나무 하나를 묘사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그 불이나 그 나무에 얼굴을 마주대고 서서 마침내 그 불과 나무가 어떤 불이나 나무와도 전연 같지 않음을 깨달을 때까지 있어야 한다’는 말로 작가의 정신을 설파했습니다.             작가님의 시를 읽으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열리는 느낌입니다. 이를테면 시 ‘둥근 진동’은 물체가 물에 닿아 생기는 파동을 둥근 진동으로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생애의 무게’라는 추상적인 언어를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 비유하셨습니다. 모파상이 말한 것처럼 사소한 물건의 알려지지 않은 특성을 ‘시의 언어’로 끄집어내기 위해 작가님께서 하시는 특별한 노력이 있으시다면.
A: 특별하게 노력하는 것은 없고요. 시집 뒷면에, 김형수 시인이 표사를 쓴 내용에 대해 저도 동의해요. 제가 쓰는 시들은 특별하게 어떤 것들을 연출해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고 자잘하게 살아왔던 현물들, 자연들을 보면서 발견하는 형태를 취했어요. 앞으로도 그 범위에서 커다랗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아요. 사소한 것에 대한 연출보다는 '발견'을 하는 그런 형태의 시풍들이 저와 맞아요.

Q: 작가님에게 있어 ‘발견’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는 뜻인가요?
A: 그렇죠.

Q: 한편, 작가님께서는 작가님 자신의 자아와, 분신과도 다름없는 가족의 이야기도 시에 녹여내셨습니다. 어찌 보면 마음 속 상처로 깊이 존재했던 이러한 이야기들을 시로써 표출하고 공개하신 것에 대한 계기가 있으신지, 또 이러한 상처들을 표출하면서 갖게 되는 새로운 감정이나 관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결국 시가 가질 수 있는 역할이 그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시를 통해 자기가 생각했던 부분들을 충분히 표출해내야 하고, 시를 통해 자기 주장을 보여야 합니다. 이것들이 시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범위에서 벗어나진 않았어요.

Q: 작가님의 두 번째 시집 ‘둥근 진동’을 읽는 독자들에게 감상법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A: 시 자체가 어렵거나 그런 시들이 없기 때문에 단지 조금 읽어보기만 한다면 행간이나 여간에 숨어있는 의미나 느낌을 쉽게 발견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시집 '둥근 진동'같은 경우는 두 번이나 세 번정도 읽으면 의미 파악이 안 되는 시가 없을 거예요. 꾸준하게 반복해서 읽다 보면 색다른 감상법이 아니 더라도 피부적으로 와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두 번째 시집 「둥근 진동」의 이름을 ‘둥근 진동’이라고 한 것은, 시집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가 ‘둥근 진동’이기 때문인가요?
A: 그렇진 않아요.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들, 즉 사람의 생이나 역사나 사회나 그런 것들. 아무 소리소문 없이 일단 파문을 일으킨 존재들이죠. 살아온 과정이 파문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파문이 사그라지면서 다 사라지는 그런 것들 속에 사람의 인생이나 역사 역시 포함된다는, 이런 내용을 담고자 했죠. 주되게 그 내용을 중심으로 놓고자 해서 시를 앞에 놓은 건 맞는 것 같아요.


Q: 작가님께서 ‘둥근 진동’이라는 시를 짓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일단은 시를 쓰려고 생각할 때,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 같은 경우는 가상으로 지어보기도 해요. 그러나 자기 체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런 시들이 떠오를 수가 없죠. 자연스럽게 내가 (평소에) 느꼈던 것, 내가 보았던 것 그대로 쓴 거예요. 제가 지으려고 해서 지은 게 아니라, 그 현장에서 제게 떠올랐던 것들을 그대로 받아적은 것 뿐이에요.

Q: ‘둥근 진동’이라는 시가 이 시집의 시들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애착을 갖게 되는 것들은 사회적인 것들, 특히 제가 살고 있는 곳이 광주니까 광주 상황에 따라 왜곡 없이 볼 수 있는 시인의 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들이에요. '둥근 진동'보다는 '창공'이나 '상처', 오월 이야기를 했던 '횡액', 이런 시들한테 더 애착이 가죠. 자연을 다룬 시들이 중요하긴 하지만 저는 사회적 현상, 광주가 갖고 있는 왜곡되지 않은 역사의식 같은 것들을 시로써 표현하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시집 「둥근 진동」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하나만 고르신다면 ?
A: '흉터'요. 그 시를 통해 사람끼리 살아가면서 올곧게 적응하는 방식을 표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Q: 저도 개인적으로 ‘흉터’라는 시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리한 칼날처럼 깨진 유리파편은 / 먼저 잽싸게 도망치는 쪽으로 쫓아가듯 와장창 쏟아진다 / 몇 번이나 / 상처가 생기고 나서야 알게 된 일이다’ 라는 구절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 도망하려 몸부림치다가 결국 상처를 면하지 못한 고독한 인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시에 대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그 시는 현장체험담이예요, 실질적으로 유리 공장에서 (두 사람이) 유리를 들고 다니다보면 그런 사고가 많이 발생해요. 인간들이 살아가는 생활 모습에서 (시에서 말한) 그런 것들이 비춰지죠. 멀리 먼 산이나 그런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가 근접해 있는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것들이에요. 늘상 주변에는 그런 형태들이 모양만 다르게 있을 뿐 본질을 꿰뚫어 보면 결국 그런 식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그런 생각이 들죠.

Q: 교원대학교에서도 청람문학상과 같은 문학작품 공모전이 열립니다. 시를 쓰는 것 혹은 시를 감상하는 것에 대해 한국교원대신문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시... 글쎄요. 아직도 제가 시를 쓰고는 있지만 확실하게 '시는 이런 것이다'라고 정리해 보진 않았어요. 다른 시인들, 특히 강단에 있는 선생님들은 '시는 이런 것이다'라며 기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많이 얘기를 하고 있지만 또 그런 것들을 통해 대학의 문창과에서도 문학을 창작하는 방법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결국 시를 포함한 '문학'이란 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기 감정에 입각해서 시로 하여금 전달받는 감동이 없는 한 시에 접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어렵게 쓰여진 시를 보지 말고, 일상적으로 자기 생활에 근접해 있는 시를 옆에 놓고 자주 읽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아마 '이 시가 대충 이런 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 시가 이런 것이다 이런 게 좋은 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Q: 혹시 시인으로 살아가시면서 시인으로써 자신한테 주어진 과제가 있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나요?
A: 중국에 있는 루쉰이 ‘문학 창작은 시대의 눈이고 귀다’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작가들이 그런 책무를 스스로 변질시켜 버리면 주변에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질 못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시를 쓰고 있지만은 제가 거기에 얼마만큼 근접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Q: 마지막으로 「둥근 진동」 독자들이나 교원대신문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시인으로써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결국 뭐가 있겠어요.(웃음) 열심히 시 보시고요. 시를 열심히 읽고 쓰는 사람들은 악하지 않죠. 감동이 자주 울리는 사회나 일상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다른 것보다도 문학으로 접근하는 것이 좀 더 좋은 방법이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최수아 기자  sooah451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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