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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 존재는 반대할 수 없다

김지연l승인2017.05.15l수정2017.05.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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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수습기자

“저는 동성애 반대합니다.” 2017년 4월 25일, 제4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기호 1번 문재인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날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의 기자회견 중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13인이 기습시위를 벌였고, 전원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몇 시간 후 석방되었다. “저는 동성애자인데 동성애에 반대한다면 제 존재를 반대하시는 겁니까”라는 한 활동가의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문재인 후보는 “성소수자에게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여러 가지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동성애는 찬성하고 반대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동성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럴만한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지 않았다”면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지하지 않지만, 차별에는 반대함’, 이것이 동성애에 대한 문 후보의 입장이다. 지난 2월 13일 기독교계 인사들 앞에서는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지난 1월 한겨레의 조사에서도 “전통적인 가정, 가족, 결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지함, 그러나 혐오와 차별에는 반대함”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말은 처음부터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신이 남자임을, 또는 여자임을 반대한다’는 문장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남자, 여자 등의 성정체성은 ‘행위’가 아니라 ‘존재’, 즉 개인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성애자, 동성애자 등의 성지향성 역시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의견을 표시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일이다. ‘동성애를 허용한다, 찬성한다, 지지한다, 합법화한다’ 등의 문장이 모두 비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같은 선에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은 성소수자의 존재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혐오발언에 해당돼 그 뒤의 ‘차별과 혐오에는 반대한다’는 말은 공허해지는 것이다. ‘동성애 반대’ 발언이 질타를 받자 문 후보는 “제가 반대한 것은 군대 내 동성애이다”라고 해명했지만 동성애는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 말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말로 군대 내 성추행을 걱정했다면 ‘성추행을 반대한다’라고 하면 될 일이다.
2017년 5월 9일 문재인 후보는 41.1%의 득표율로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차별에 성소수자 차별도 포함되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2월 16일 “왜 성평등 정책 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성평등은 포함하지 못하시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고, 지지자들도 한목소리로 “나중에”를 외쳤다. 그 ‘나중’이 너무 먼 미래가 아니기를, 새로운 대한민국은 동성애자를 포함한 성소수자들도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김지연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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