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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시론] 체력장의 추억

이기석(수학교육) 교수l승인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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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제의 나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상당히 애를 쓴다. 이 작업이 항상 성공하지는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깜박 속아서 나의 실제 나이를 알고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여러분이 모르는 아주 오래된 "체력장" 이라는 제도를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다.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아주 오래 지난 뒤에, "국민학교"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고 하여서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내가 국민학교 4학년일 때, 갑자기 중학교 입학시험 제도가 없어졌다. 모든 초등학생들은 무시무시한 경쟁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고 추첨을 통하여 중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도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쁨을 기억하고 있다. 중학교 입학시험은 없어졌지만, 고등학교 입학시험은 남아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은 음악, 미술을 포함한 필기 학과 성적 90점 만점에 실기 체력장 시험이 10점 만점이었다. 체력장의 종목은 100 m (단거리) 달리기,  1000 m (장거리) 달리기, 10 m 왕복 달리기, 공 던지기 (멀리 던지기), 철봉 (턱걸이, 여학생은 오래 매달리기) 5 가지이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실외 운동 (수영 포함)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나의 부모님은, 그 당시 우리나라의 다른 부모님과 같은 생각이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자기 아이가 그저 공부만을 잘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고, 얼굴이 뽀얀 귀여운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위하여 "체력장"을 연습하는데 모든 종목에서 낙제 수준이었다. 특히 1,000 m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300 m 에도 못 가서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구토를 하였다. 체력장의 10점을 못 받으면, 당연히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깜짝 놀란 부모님은, 당시 중학교의 체육 선생님에게 부탁을 하여 특별 체육 과외를 하게 되었다. 나는 체육 과외를 한다고 해도, 내가 워낙 운동을 못 하니까 그 효과에 대하여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새벽에 일찍 등교하여,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달리기 연습을 하였더니, 약 2개월 뒤에는 1,000 m 장거리 달리기에서 내가 1등을 하게 되었다. 운동장에 그려진 200 m 원을 5 바퀴 도는데, 내가 1등으로 들어오면 2등은 1 바퀴 뒤에 들어 왔다. 단거리 달리기 (100 m), 공 던지기 등 다른 4 종목에서도 그런대로 향상은 되었지만 장거리 달리기 (1,000 m) 에서만큼 재미를 보지는 못 했다. 내가 "몸치"라서 일반적인 운동, 특히 구기를 못하지만 체력장 연습을 통하여 달리기라는 운동의 재미를 알았다.
그 이후로, 달리기는 나의 건강과 체력 유지에 큰 기여를 하였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달리기를 하고 샤워를 하면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고 고민과 스트레스의 해소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수년이 지나면서 고등학교 입학시험의 체력장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1,000 m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수험생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몇 번 발생하였다. 그러자 우리나라의 교육 당국에서는 1,000 m 장거리 달리기의 만점 기준 등 체력장 여러 종목에 대한 만점 기준을 현저하게 낮추었다. 그러더니 몇 년 후에는 끝내 고등학교 입시에서 체력장 자체를 없애 버렸다.
나는 이러한 교육 정책에 대하여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사망 사고가 나면, 자동차를 없애야 하는가? 내가 미국에 안식년을 갔을 때, 내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매년 겨울에 스키 캠프를 하였다. 스키 캠프를 하던 중에 학생이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가 나무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생겼다. 물론, 어린 학생이 죽었으니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그 중학교는 스키 캠프를 중단하지 않았다. 미국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은 우락부락한 마초 스타일이 많다.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이 창백한 얼굴을 하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체형으로 밤늦게까지 야간 자율 학습을 하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
 


이기석(수학교육) 교수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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