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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 한국 교육문제의 근원인 '대학서열체제', 대학평준화로 해결해야

하주현 기자l승인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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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대학수학능력평가 기간이 되면 수험생의 자살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삼수생 투신 자살’, ‘초등생 학원서 자살’과 같은 기사 제목은 한국 교육의 병폐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수능을 앞두거나 이미 마친 고등학생 뿐 아니라 중학생, 초등학생까지도 학업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런 한국의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한국의 교육 문제는 워낙 뿌리가 깊고 만연해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학계에선 학생과 교사를 비교육적인 교육현장에 내몰며 살인적인 입시기계로 만든 원인이 비정상적인 대학서열체제에 있으며 이를 혁파할 수 있는 방법은 대학평준화라는 진단이 있어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학체제 개편안은 주요한 의제로 떠오른 바 있다.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 출간한 자신의 책『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국공립대에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통해 공동학위·통합전형으로 나아가는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교육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법으로서 대학평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국 사회에서 대학평준화의 논의는 얼마나 진행됐으며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다뤄보고자 한다.

◇ 사교육의 나라
2016년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교육비는 18조 606억 원으로 전년도의 17조 8346억 원에 비해 2260억 원, 1.4%가량 늘었다. 경제 불황과 물가상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에 쓰는 돈은 계속 늘어났으며 학생 수가 줄었음에도 사교육비는 증가해 1인당 24만 4천 원에서 25만 6천 원으로 올랐다. 한편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컸는데, 월 소득이 ‘7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44만 3천원, ‘600~700만 원 미만’인 경우 36만 5천 원으로 각각 5.6%와 1.2%씩 증가했다. 반면 가계의 월 소득이 ‘100만 원 이하’인 경우 5만 원으로 전년대비 23.6%가 급감했고 ‘100~200만 원’ 구간은 4%, ‘200~300만 원’ 구간은 3.2%로 각각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가구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벌어지며 소득 양극화는 학력의 양극화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사교육비를 쓸 수밖에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공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을 이유로 꼽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그렇지 않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그의 책 《학벌없는사회》에서 “한국 모든 학교의 학급당 인원이 10명 이하로 줄고,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낮아져 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실시하더라도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4000명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자신만을 위한 사교육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한국의 사교육은 학벌과 대학서열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학벌구조가 존속하는 한 사교육은 없어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 입시 경쟁이라는 현상의 본질
대학입학제도 혹은 대학입시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매개하는 학생 선발 장치라 할 수 있다. 입학제도는 어느 나라에나 있으며 학생들 사이에 일정한 경쟁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의 저자 정진상 전남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학입시가 유별난 것은 학생들이 ‘입시 지옥’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입시 경쟁이 ‘무한 경쟁’의 특수성을 띈다고 설명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학입학자격고사만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거나 여러 대학을 선택지로 놓고 합격의 결과를 기다릴 수 있지만 한국은 일렬로 나열된 대학서열에 따라 보다 더 위의 서열에 입학하는 것만을 목표로 경쟁을 하는 점이 유별나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와 연고대로 일컬어지는 S·K·Y 다음으로는 ‘서성한-중경외시-건동홍숙-국숭세단’ 등으로 대학의 서열이 고정돼있다. 서울권 대학이 아닌 경우에도 서울대와 ‘in서울’대-지방 거점 국립대-지방 사립대-전문대 순으로 서열이 존재한다. 이처럼 모든 대학이 강고한 서열 체제를 이루고 있기에 수험생은 한 단계라도 서열이 높은 대학에 입학하려고 하며 이 때문에 누구도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정진상 교수는 “지금까지 입시제도 개혁은 대학서열체제를 그대로 둔 채 경쟁의 방법만 바꾸려 했기에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고 분석한다. 이와 같은 진단에 따르면 무한 입시 경쟁의 본질은 대학서열체제이며 입시 경쟁으로 표현되는 한국 교육의 총체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본질적 매개 고리는 대학서열체제를 혁파하는 것이 된다.

◇ 교육력이 아닌 입학생의 수능 성적으로 정해진 대학의 서열
한 사회에 여러 대학과 학과들이 있는 한 이들 사이에는 서열이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저마다 높은 서열로 올라가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학문과 교육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에도 학문 분야별로 더 나은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이 있고 그에 따라 사회적 평가가 형성된다. 서열화가 심한 미국의 경우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대학 평가 기관들의 중요한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의 대학 서열 평가는 학문 분야별, 학과별로 전국 대학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지 하나의 대학 자체에 서열을 매겨 일렬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평가의 잣대 역시 학생 1인당 교육비나 교수의 연구 실적 등 대학교육의 질일 뿐 입학생의 성적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 서열은 그 성격이 다르다. 정진상 교수는 “통상적으로 대학의 서열을 매긴다는 것은 교수진의 수준이나 시설 같은 것을 통해 대학의 질 혹은 교육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서열체제는 대학의 교육력과는 관계 없다”고 말한다.
2014년 <대학저널>의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에서 1인당 학생수가 20명 미만인 대학은 3곳, 전임교원 확보율이 100%를 넘는 대학 역시 3곳으로 나타났으며 순서대로 한국산업기술대(14.89명, 136%), 서울대(15.52명, 119.1%), 서울과학기술대(19.47명, 105.5%)였다. 지방대학의 경우 비수도권의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는 한림대 12.49명, 울산대 15.5명, 순천향대 15.55명, 고산대 18.8명 등으로 조사됐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한림대의 경우 163.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고, 순천향대 129.8%, 울산대 127%, 남서울대 116% 등으로 뒤를 이었다. 모든 여건에서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수도권 대학이 오히려 지방대학들보다 교육여건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2016년 대학 평가 중 자연과학계열에선 UNIST(울산과학기술원)이 53개 대학 중 4위였으며 국제 학술지 논문당 파인용 횟수는 포스텍이 1위, UNIST가 2위를 차지했고 서울대는 6위에 그쳤다. 정진상 교수는 “현재의 대학 서열이 대학의 교육 내용이나 교육의 질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학벌을 추구하는 학생들의 수능 점수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학교에서도 매년 4월 경 당해 입학자의 수능 백분율 등 입학 성적이 공개되면 학교 커뮤니티 ‘청람광장’엔 ‘입결이 떴다’는 내용의 글이 몇몇 등장한다. 학과마다 입결로 서열을 매기며 평가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대학과 학과의 서열을 결정하는 요소가 입학생의 수능 성적이라고 보이는 데서 기인한다.

◇ “인간성 실현이라는 교육 본질 지키기 위해”
김상봉 교수는 “평준화된 학교교육이 교육 일반의 본질로부터 요구되는 하나의 당위”라며 학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이상적인 교육의 실현을 위해서도 대학평준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교육은 인간성 실현의 기관(器官)’이다. 그는 교육은 처음 세상에 태어난 인간을 단순한 생물학적 개체로부터 문화적 존재로 도야하는 활동이며 오직 교육을 통해 참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자기를 실현한다는 것은 보편적 인간성의 이상을 개성적인 인격 속에서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며 생각의 힘, 도덕, 예술 교육 등이 그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즉 전인교육과 전문교육이 필요한 것인데 오늘날 한국 교육은 둘 다를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며 오히려 권력과 사회적 자본획득의 도구에 더 가까운 게 사실이다. 김상봉 교수의 이와 같은 진단에 따르면 시험을 위한 교육인 입시교육이 교육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인간성 실현을 위한 교육은 불가능하며 교육의 본질을 달성하는 것 역시 요원해진다고 볼 수 있다.

◇ 68년 중학교 무시험입학제도와 74년 고교 평준화
평준화된 학교교육이란 국가가 모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동등한 수준과 내용의 교육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공교육에서 평준화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 1968년의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도와 1974년 고등학교 평준화가 그것이다. 1960년대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치열한 중등 입시에 시달려야 했는데 경기중·경복중·경기여중 등 소위 명문중학교에 가기 위한 입시경쟁이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경기중 입학은 경기고, 서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의 출발점으로 여겨져 더욱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다. 고등학교 평준화는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도의 후속 조치로서 입시 준비로 인한 중학생들의 과중한 학습 부담과 인구의 도시 집중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한편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로 인해 국제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가 대폭 증가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시장 경쟁 체제 속에서 학교와 학생이 경쟁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교육통계연구센터의 2015년 고등학교 현황에 따르면 전체 고등학교는 2,344개교로 ▲일반고 1,536개교 ▲특성화고 498개교 ▲자율고(자립형 공립고, 자율형 공립고) 161개교이다. 이에 엄밀한 의미에서 현재 고등학교는 평준화되어있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 학벌이 아닌 자본 계층과 일자리 문제가 핵심이다?
지난해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는 단체로서의 활동을 중단하며 ‘학벌 패거리 문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심리적 위안일 뿐 실제적 통로로 작동하진 않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학벌없는사회는 1998년 출범해 대학 평준화, 서울대 해체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에 관한 사회 인식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이 단체의 해산은 계층이동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출신 계층에 따라 삶이 대물림되는 사회가 도래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사교육없는세상 김성수 정책위원은 “실제로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보면 (학벌을 보고 직원을 채용하는 분위기가) 많이 없어졌다. 전체 실업자 중 절반은 대졸자가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며 변한 분위기에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이는 채용단계에서 경험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초·중·고등학교에 전달되는 신호는 전혀 변함이 없으며 오히려 더 심화됐다. 노동시장이 좁아지며 좋은 학벌이라도 있어야 하나의 스펙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의견을 덧붙였다.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노중기 교수는 “노동문제와 학벌문제가 별개의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게 학벌요인”이라며 “대학입시 단계의 노력과 학벌 차별, 임금차별을 줄이는 방안이 함께 이뤄져야 하고 공공일자리 확충과 노동시간의 단축 같은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대학평준화의 구체적 방안
대학평준화는 대학의 공동선발, 공동학위제를 핵심으로 한다. 대학평준화의 구체적인 방안이 된 정상근 교수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안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서울대를 포함한 기존의 국립대학들을 하나의 통합네트워크로 구성하고 ▲일정한 수준이 되는 사립대학을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에 편입한다. ▲서울대학교는 학부생을 모집하지 않는 대신 학부 강의를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학생에게 개방한다. ▲법대, 사범대, 경영대, 의대, 약대 등 전문직을 위한 학부 과정을 폐지하고 이를 전문대학원에 설치한다. 이밖에 학부입학제도는 다음의 과정으로 개편된다. ▲대학별·학과별이 아닌 전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총 정원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대학 입학자격은 인문사회계와 자연계 두 계열로만 나눈다. ▲현행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이를 대학 입학자격시험으로 대체한다. ▲대학 입학자격을 획득한 학생들은 1, 2, 3지망으로 캠퍼스를 지원해 배정받고 정원이 초과돼 배정받지 못한 학생은 추첨을 통한다.
이러한 대학체제 개편의 경우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네트워크의 범위 문제다. 가장 기본적인 범위는 거점 국립대 간의 네트워크인데 서울대학교의 포함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김상봉 교수와 정상근 교수 등은 이미 공고한 대학서열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를 제외한 국립대 통합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줄곧 대학평준화를 비롯한 국립대 통합 논의가 있을 때마다 “서울대의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강한 반대의사를 보여 왔다. 이에 더해 지난 2012년엔 법인화되어 서울대가 국립대의 범위에 속하는지의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교육없는세상 김성수 정책위원은 “서울대가 네트워크에서 빠지더라도 나머지 대학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고 견제하는 방법으로 대학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서울대의 포함 여부를 두고 하는 논쟁은 낭비인 것 같다”며 다른 의견을 전했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 임희성 연구원 역시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인 만큼 일순간 제도를 도입해 밀어붙인다면 논란이 장기화될 것이다. 지방 국립대를 충분히 지원해 대학 간의 심각한 질적 수준의 차이를 완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한편 학부입학제도에 대한 의견은 전교조와 교수노조, 민교협, 사교육없는세상, 대학교육연구소 등 다수 교육단체의 주장과 같다. 작년 11월, 이들 단체로 구성된 교육운동연대는 ‘수능의 자격고사화’와 ‘모든 수능 과목의 절대평가화’를 주장했다. 현재 한국사와 영어 교과는 수능에서 절대평가로 채점되고 있다.

◇ 대학평준화를 둘러싼 우려들
반대론자들은 대학평준화가 ▲하향평준화 ▲명문 사립대 중심의 서열 재구성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것을 우려한다.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는 현재 서울대 학부에 집중되는 우수한 학생들이 분산되는 현상에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정진상 교수는 “지금까지는 기초 학문보다 당장 쓰일 수 있는 응용 학문 분야에 집중적으로 연구비가 투자돼왔다”며 “대학이 통합되면 연구 재원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대학의 학문 생산 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답한다. 이뿐 아니라 우수한 학생들이 전국의 대학에 분산돼 교수들의 연구 환경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립대학이 통합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연세대와 고려대와 같은 기존의 사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열체제가 구성될 것이라는 점도 주된 우려이다. 한국은 사립대학이 80%를 차지하는데 사립대학이 많은 미국조차 그 비율이 30%인 것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사립대학의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사립대학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사립대가 통합 네트워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대학평준화는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정진상 교수는 학생들의 등록금 평준화와 통합 네트워크 안에서만 가능한 전문대학원 설치라는 두 가지 정책 수단을 통해 사립대학의 네트워크 참여를 강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연세대와 고려대는 법대, 의대, 경영대 등 전문 직종과 관련된 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명문 대학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인기 학과의 전문대학원을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밖에선 설치할 수 없게 되면 편입을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교연 임희성 연구원은 “국립대학이든 사립대학이든 통합을 서둘러 할 필요는 없으며 대신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을 도입해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의 국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의 위기가 지방사회의 위기와 맞물려 있기도 한데 이런 전반적인 고민을 하며 현실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한국대학학회 윤지관(덕성여대 교수) 회장 역시 “사립대학을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야 말로 차기 정부 대학정책의 핵심에 놓여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고등교육의 의미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이 그 핵심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로봇 등의 기술이 현실에 적극적으로 적용돼 인간 고유의 역할과 노동의 방식, 등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등교육의 의미를 살폈을 때도 대학평준화는 중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라며 “지식기반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교양교육으로서의 대학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며 그게 없는 상태에서 전체 사회가 지식 기반으로 올라간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수노조의 임재홍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지금 사회적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족벌에 의해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립대를 그대로 두고선 4차 산업혁명과 지식기반사회는 어불성설이다. 많은 국민이 대학교육을 받아 사회전체가 올라가야 한다는 인식,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대학체제 개편 의의를 설명했다.

지금도 초·중·고등학교에서는 보다 높은 서열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비정상적인 경쟁을 하며 입시기계로서의 삶을 사는 학생들이 있다. 그리고 한 쪽에는 친구들과 경쟁할 능력을 길러줄 사교육의 힘을 빌릴 여력이 없어 대학입학을, 혹은 중등교육을 포기한 학생들이 있다. 대학 입학에의 차이는 있겠지만 두 집단 모두 공고한 대학서열체제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에서 ‘인간성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진짜 교육과정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고등교육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을 넘어 학창 시절을 반복적인 입시공부에 매몰돼 흘러 보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 평준화된 교육 제도는 학생들의 ‘입결’에 기대어 서열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대학을 개혁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인간 일반에게 동등한 자기실현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간 평등의 관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같은 사회 속에 살면서도 삶의 현실적 조건의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 사이의 문화적 단절과 몰이해, 나아가 적개심을 미연에 예방하는 사회 통합기능을 해내기도 한다. 학생과 학부모, 대학생, 교수할 것 없이 왜곡된 교육체제로 한국 사회는 몸살을 앓아왔다. 단절된 교육현장의 모습은 사회로도 확장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적개심을 내비치는 일 역시 줄곧 벌어지고 있다. 교체된 정권에서 대학체제 개혁에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더 나은 한국 사회로 가기 위한 방법으로서 대학평준화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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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준화의 핵심은 청소년을 입시로부터 해방시키는 것”
장기적으론 국공립대, 사립대 모두 통합 네트워크 이뤄야
정진상 경상대 교수

Q1. 언제부터 ‘대학평준화’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 내며 활동해주셨고 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1. 2004년에 ‘국립대통합네트워크’라는 책을 내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운동시작의 동기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무의미한 공부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죠. 교수가 되고 민교협이란 모임에서 ‘방법이 왜 없느냐. 이미 여러 많은 나라에서는 평준화제도를 실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강준만 교수는 ‘서울대의 나라’라는 책을 통해 학벌주의에 대한 문제를 거의 처음으로 제기했고, ‘대학서열깨기’라는 책을 통해 대학평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죠. 그리고 그걸 이어 받아 한 쪽은 시민사회, 한 쪽은 전교조로  논의가 시작됐어요. 저는 2007년 전국 자전거 일주를 하며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환경이 너무 열악했어요. 동력이 크지도 않고. 이제 정권교체가 됐으니 새로운 동력이 일수도 있겠죠.

Q2. 68년 중학교무시험 입학제도와 74년 고교 평준화가 이뤄졌는데요, 그땐 조금 더 수월하게 이뤄진 것 같아요. 이때의 중 고등학교 평준화와 앞으로 실행하고자 하는 대학평준화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그렇죠. 그 당시에 중고등학교 평준화 이해의 당사자는 매우 단순했어요. 이른바 명문 중학교, 명문 고등학교 동문들이 소수니까. 그래서 박정희가 독재적인 방식으로 아주 쉽게 돌파할 수 있겠죠. 근데 지금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한국의 대학구조가 세계적으로 특이한 구존데 사립대학이 80%를 차지하잖아요. 뿐만 아니라 현재 권력을 가진 집단, 즉 국회의 교문위를 사립대학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어요. 굉장히 힘든 구조죠. 그래서 80%의 사립대학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들여서 평준화를 할 수 있느냐 이런 문제인데 만만치 않은 거죠.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기엔 항상 반발세력이 있지 않습니까. 노무현 정부 때 사립학교법 개정에서도 봤듯이 그 집단이 결사적으로 반대를 하면 동력을 갖기가 쉽지 않은 거죠.

Q3. 정부가 균등지원해 대학 간 격차를 줄이는 독일식 평준화와 학생선발까지도 평준화한 프랑스식 평준화가 있다. 독일식으로 대학 간 격차만 제어하는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이유가 있는지, 또 한계를 갖는다면 어떤 점에서 한계를 보이게 되는지.

A3. 역사적인 전통이라는 게 아주 중요한데. 한국의 대학 성장 모습을 보면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일류 대학에서 파급돼 나가며 확산돼왔단 말이에요. 그런 과정에서 처음에는 학벌이라는 게 대학졸업자였다가 대학졸업자가 많아지니까 일류대 졸업자, 일류대 졸업자가 많아지니까 서울대 졸업자. 이런 식으로 서열체제가 강화되고 고착된 상황이죠. 그래서 재정지원과 같은 게 방법이 전혀 효과가 없는 이유가 이미 사회적으로 대학 서열에 고착화돼있기 때문이에요. 평준화를 통해 근본적으로 서열을 폐지하지 않는 한 ‘완화’와 같은 방향으로는 힘들어요.

Q4. 대학평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프랑스도 그랑 제콜을 보면 심각한 학벌주의가 발견된다고 한다. 이 점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인지?

A4. 프랑스가 그런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사정이 우리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 어쨌건 현대사회의 구조에서 선발기능이라고 하는 것이 없어지기는 힘들다고 봐요. 그렇다면 엘리트를 양성하는 기구도 있을 수밖에 없고. 대학이 평준화 되더라도 명문학과라던지 이런 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래서 그런 게 바람직하지 못한 것도 아니라고 보고요. 사실 대학평준화론의 핵심은 대학에 있지 않고, 청소년에게 있어요. 학생들을 대학입시에서 해방을 시켜야 한다는 것. 중고등학생들이 그 나이에 맞는 공부와 예술활동을 하도록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 프랑스의 그랑 제콜엔 사범학교, 행정학교, 과학기술, 경영 이런 게 있단 말이에요. 이 학교들은 다 규모가 작아요. 거기 들어가려는 아이들끼리 소수가 경쟁을 하는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모두가 경쟁에 참여하지 않습니까.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거죠. 프랑스 많은 젊은이들은 그랑 제콜에 들어가지 않으려 해요. 소수가 경쟁하는 걸 막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대학입시를 치르고도 사법고시다 공무원 시험이다 해서 또 있잖아요. 그거에 비하면 오히려 그랑 제콜과 같은 전문교육기관을 만드는 편이 소수만 경쟁에 참여하도록 해서 사회적으로도 효율적이라고 봐요.

Q5. 대학 진학률을 30~40% 정도로 줄여도 학벌문제는 해결된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A5. 대학 진학 인원을 줄여야한다는 건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해석하는 거라고 봐요. 대학에 갈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진학률을 줄이는 방법이지, 이 상황에서 대학입학정원을 줄이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죠. 지금 여러 가지 구조조정이라든지 이런 데서 드러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보여주기 식이죠.

Q6. 지난해 ‘학벌없는사회’가 ‘이젠 대학 서열보다 더 강하고 근본적인 자본권력이 문제다’라며 해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대학평준화가 학벌주의와 불평등과 같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A6. 학벌없는사회의 말은 반은 맞는 말이지만 문제를 회피하는 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여전히 학벌이 결정적이죠. 물론 지금 자본주의 경제의 고용축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학벌이 우리사회에서 꼭 취업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니까 학생과 학부모들이 경쟁에 매달리는 것이고. 서울대도 취직이 안 되면 다른 데는 더 안 되는 거죠. 문제의 본질을 자칫하면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Q7. '학벌없는사회' 이철호 전 대표는 해산 성명서 말미에 ‘학벌운동을 넘어선 더 강력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짐작이 가는 방식이 있으신가요?

A7. 우리 사회가 자본운동이 너무 약한데 이것과 학벌폐지운동이 결합되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해석하고 있어요. 대학이 반자본주의 운동의 무풍지대와 비슷하게 50년 정도 지내왔는데 지금 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지 않나. 반자본주의운동은 노동계급에서 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게 사회적인 의제로 형성되는 데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분단, 반공이념일 텐데 그 또한 상당히 약화되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더 이상 다른 걸 할 수가 없게 될 때 자본에 대한 반발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죠.

Q8.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대학 정책 관련해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신다면?

A8. 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맥시멈을 고려해 말하자면, “대학을 공공의 대학으로, 국립대학 체제를 갖춰라”는 얘기를 정말 하고 싶어요. 대학이 뭐 한 쪽에선 넘쳐나고, 이건 대학이 아니거든요. 이 상태에서 무슨 구조조정을 하고 뭘 해봤자 답이 없다는 거죠. 처음부터 원칙을 가지고 밀고 나가고 그 다음의 부작용은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부실대학을 해결하는 건 정부가 할 일이 아니에요. 사립대학의 입김이 작용한 거죠. 그냥 두면 부실대학은 정리되게 되어있어요. 그 다음 그때의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거냐를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해요.
2007년도에 활동을 했을 때 얘기를 해보자면 밑바닥에서 시민들의 에너지를 좀 봤어요. 정치세력이 그것을 담아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시작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민주당 같은 스탠스의 정부는 문제 중심을 국립대학 시스템으로 잡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봐요. 자본의 힘이라고 하는 게 학생들의 선발에도 관여돼있지만 더 심한 건 교수연구 쪽이거든요. 대학은 연구 내용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하는 장소인데 한국의 대학은 완전히 자본에 포섭되어 있죠. 그래서 국립대학체제로 간다는 건 자본의 직접적인 관여에 벗어나 이 사회에 필요한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도록, 기본적인 자율성이 보장되는 체제로 간다는 뜻입니다. 미국도 사립대학이 있지만 아이비리그 같은 국제적인 시장을 제외한 몇몇을 제외하면 주립대학체제로, 90% 이상이 국공립대학이에요. 우리나라만 유독 지방 토호들과 연관이 돼 있어서 굉장히 암적인 존재로 부각이 되는 거죠. 이것의 영향에서 일정한 정도 벗어나서 국가가 고등교육 정책을, 말하자면 이 사회의 보편적인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런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면 대학 평준화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의 반은 안 되겠지만 상당한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지방의 국립대학에 파격적으로 무상교육을 하고 기숙사비를 면제해주고, 이런 방식으로 접근을 하게 되면 상당한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로부터 개혁을 하더라도 반발 세력을 명분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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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유럽식 대학과 기초 많이 달라
사립대학은 자율로, 국립대학은 국가가 지원해 별도 원리로 운영해야
김동훈 국민대 교수

Q1. 대학평준화라는 개념에 관심 갖고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1. 거의 20년 다 됐는데요. 그즈음 ‘한국의 학벌주의가 문제다’, ‘학벌주의가 (입시, 교육 등) 문제의 근원이다’라는 얘기가 있었어요. 학벌문제의 근저에는 대학 서열화가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고요. ‘대학서열깨기(김경근, 1999)’라는 책이 나오면서 대학서열을 어떻게 타파하느냐는 논의가 이뤄지며 유럽식 모델을 생각하는 분들이 등장했죠. 대학평준화의 핵심은 결국 개별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박탈한다는 건데요, 다만 독일이나 프랑스는 국립대학이 절대 다수라 평준화되어 있는 거예요. 독일과 프랑스식의 평준화를 도입을 하자는 주장이 많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한 찬반 논의도 많았어요. 저는 초기에 시민운동을 했었는데 대학평준화를 내건 것은 아니었고 ‘학벌없는사회’와 함께 활동했었어요.

Q2. 유럽식 모델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A2. 네. 대학서열에 문제의식을 느껴 초기엔 같이 활동을 했는데 점차 얘기를 나누다 의견이 나눠졌어요. 저를 비롯한 몇몇 분들은 ‘이상적이다. 한국은 유럽식 대학과 그 기초가 너무 다르고 압도적인 비율의 사립대학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대학평준화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 추동력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하는 의문이 있었던 거죠. 대학이 공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기도 하지만 사립대학은 사학법인들의 영역인데 그것을 국가가 마치 수용을 한다는 것인 양. 유럽식과 미국식에도 각자 장단점이 있고 한국은 한국의 역사적인 배경 등에 기초해 생각하고 계산해야 하는데…. 어쨌든 저희는 미국식에 가까운 거죠.

Q3. 한국에서도 68년 중학교무시험 입학제도와 74년 고교평준화가 시행됐죠. 당시엔 비교적 쉽게 평준화가 이뤄진 것 같은데 현 상황에서의 대학평준화 시행과 그 난이도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세요?

A3. 난이도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미성년교육과 성년교육이라는 차이도 있지만 고등학교까지는 100%는 아니라도 의무교육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 차이죠. 결국 대학평준화는 대학도 중고등학교처럼 의무교육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냐의 문제예요. 또 지금 고등학교의 절반이상이 사립학교인데도 평준화됐다고 하잖아요? 즉 사립 고등학교더라도 무늬만 사립이라는 거고, 실제적으론 준공영화됐다는 뜻이에요. 사립학교도 봉급을 국가가 책임지거든요. 대학도 그렇게, 사립대학을 준공영화 하는 게 좋냐 나쁘냐고 하기는 어려워요. 장단점이 있으니까. 그러나 대학평준화와 같은 거대한 전환이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볼셰비키 혁명을 하듯이 교육에서 그런 혁명을 하기는 어렵다고 봐요.

Q4. 혹자는 한국은 학력 인플레가 심하다며 대학 진학률을 30~40%대로 떨어뜨리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4. 한국이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게 사실이긴 한데 진학률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말하며 유럽처럼 누구든지 원하면 대학을 다 갈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도 있는데 그 말은 대학도 등록금 안 받고 의무교육화하자는 거예요.  그런데 대학교육은 수익자 부담의 원칙으로 가야하지 않나 해요. 학생이 대학에 꼭 진학해야겠는데 정 돈이 없으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고. 국가가 특별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육성할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대해 한정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대학갈 권리가 있다고 해서(웃음) 다 지원하면 1년에 20조가….

Q5. 지난해 ‘학벌없는사회’는 ‘현대 사회에선 더 이상 학벌이 권력세습의 핵심기제로 작용하지 않는다. 자본 문제가 더 강력하다’며 해산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학벌문제는 더 이상 핵심 문제가 아니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A5. 학벌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현실은 학벌주의를 조금 완화하는 요소가 될 순 있겠죠. 그런데 학벌, 즉 명문대 졸업이라는 게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있잖아요. 실질가치는 명문대 졸업장으로 좋은 직장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더 생기느냐는 것이고 명목가치라는 건 브랜드죠. 사회의 인정과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타이틀. 실질가치가 떨어지면 명목가치도 떨어지는 경향성은 보이겠지만…. 전 학벌문제가 해소되었다는 입장은 아니에요. 명목가치가 강고하게 남아있어서. 김상봉씨가 말했듯 성골, 진골처럼 신분제적인 사고가 남아있기 때문에 서열화 문제를 문제의 중심에 놓고 사고를 해야 하죠. 그런데도 저와 그분들이 결정적으로 다른 건 그분들은 서열을 타파한다는 것. 한 번에 ‘팍’ 깨야 한다는 거고. 나나 거기 대항하는 분들은 ‘서열의 유동화’라는 말을 써요. 시장에서 기업들의 가치가 바뀌듯이 개개 대학들의 경쟁에 의해 서열이 바뀌어야 하는 거예요. (민영화가 그 방법이라고 보시나요?) 그것만이 해답이 아니고 첫 단추로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를 제시할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는 서울대가 압도적으로 1위를 하니까. 어느 체제든 1등이 확고하게 있으면 서열이 고착이 돼요. 1등을 못하는 경쟁이라는 건 사실은 알맹이 없는 경쟁이라고 할까, 맥이 빠지는 경쟁이죠. 사립대학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두고 국립대학은 국공립대 통합과 같은 별도의 원리에 의해서 운영하는 쪽으로 하는 것. 국공립대는 국가 돈을 받으니 철저히 국립적인 의미에 의해서 조직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Q6. 사립대학은 제외하고 국공립대만 평준화하면 연세대, 고려대 같은 사립대학이 위로 올라가 학벌체제는 깨지지 않을 거라는 걱정도 있던데요.

A6. 사립대학을 전부 공영화한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얘기예요. 물론 사립대학 중에서 원하는 대학은 통합 네트워크에 참여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사립대는 원하지 않을 거고. 참여하는 대학들은 아마 자립이 어려워 연명하기 위해서 하는 걸 거예요. 반대하는 쪽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얘기하는 게 그런 거겠죠. 국공립대만 통합하면 연고대만 좋아진다는 것. 근데 기본적으로 고등교육의 영역을 민간에 개방하는 이유가 그 사이에 어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경쟁이 있기 때문 아니겠어요? 경쟁하는 가운데 어떤 선호도나 서열이 생기는 건 자연적인 현상이라 그걸 통제하는 건 어려워요. 서열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 대하는 건 바람직한 시각은 아닌 것 같아요. 미국의 하버드, 예일 인정하고 부러워하듯이.

Q7. 정리를 해주시자면?

Q7. 한국은 8대 2의 비율로 사립대학이 압도적이니까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모두 평준화하고 유럽식으로 가는 건 무리가 많아요. 다만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쪽으로 가는 건 그렇게 과격하지 않아 보이고요. 사립대학은 국가가 자꾸 감시하고 감놔라 배놔라 하고, 국민세금 가지고 자꾸 프로그램 만들어서 뭐하면 지원해주고…. 너무 사립대학을 길들이려는 것 같은데 차라리 지원도 하지 말고 재주껏 능력껏 살아남도록. 교육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국공립대학은 공립적인 원리에 의해 등록금도 낮추고 장학금도 늘려서 운영이든 학문분야든, 사립대학에서 열심히 하고자 하는 경영학이나 법학에서 손 떼고 기초학문, 보호학문에 장학금을 팍팍 줘가면서 서로 역할분담하면 좋은 방향이 아니겠나 싶어요.

 


하주현 기자  knue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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