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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그때 말했더라면

정소연(국어교육·16)l승인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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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폭력과 따돌림은 지금 세대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따돌림은 물리적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말려죽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상이 되는 아이를 일종의 역병이나 바이러스 취급하는 것이다. 따돌림은 아이가 가까이 다가가면 피하고, 다 들리게 욕설을 지껄이며, 점심시간에는 아무도 옆에 앉지 않는 식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에, 피해 학생에게는 잘못이 없다. 고백하건대 나도 그러했다. 학생이 백 명도 되지 않는 작은 학교를 다니다가 부모님의 사정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별안간 전교생이 몇백 명이 넘는 큰 학교로 전학가게 된 나는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몇몇 아이들과 가까워지려고 하자 다른 아이들은 텃세를 부려 내 곁에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재밌었겠지. 이유 없이 욕하고 이유 없이 피했다.
 그게 계속되다가 중학생이 됐다. 중학생이 되면 뭔가 바뀔 줄 알았다. 나를 따돌리는 일을 주도하던 아이 둘이 모두 다른 중학교를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사자가 없어지면 여우가 득세하는 법이라던가. 초등학교 때는 잠잠하던 다른 애가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가끔 아이들이 왜 그랬을까 생각하곤 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가장 큰 사건은 도둑으로 몰렸던 일이다. 도덕 교과서를 걷어서 검사하는 수행평가가 있었는데, 애들이 작정하고 자기들 교과서를 숨긴 다음 점심시간에 내가 혼자 교실에 있는 장면을 봤으니 내가 범인이라고 몰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중1 시절의 나는 도서관에서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있었으므로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바로 도서관에 가서 점심시간이 끝나야 교실로 돌아왔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물론 자기들의 작은 연극에 심취한 애들이 내 이성적인 반론을 들어줄 리가 없다. 다행히 도덕 선생님은 좀 지루하기는 해도 올바른 분이었고 펑펑 울면서 범인으로 몰리고 있다는 내 말을 믿어 주셨다.
 이 시기의 나는 정말이지 하루에 몇 번씩이고 죽고 싶었다. 왜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하지 않았느냐고?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시절만 해도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은 바닥이었다. 선생님께 말해봤자 그냥 가해자인 애들을 불러서 친하게 지내라는 말이나 한 마디 하고 말았겠지. 그럼 그애들은 그 분노를 고스란히 내게 돌렸을 테고. 그게 두려워서 말조차 꺼내보지 못했다. 부모님으로 말하자면, 그때 집안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걱정거리를 늘리기 싫다는 이유로 말하지 못했다. 쓸데없이 어설프게 철든 것이 내게 독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운이 좋았다. 중1후반에 시작한 동아리 덕분에 나와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학교생활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다시는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상처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본래 나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성격이다. 그런데 혼자 편안하게 있을 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 때, 아직도 가끔 이유 없는 불안감과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순간이 온다. 모든 게 끔찍하게 조용하고 가라앉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그렇다, 나는 운이 좋아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 나마저도 이런 순간이 오고는 한다. 나는 앞으로도 평생 따돌림 이전처럼 혼자만의 순간을 즐길 수 없으리라. 그 때마다 드는 감정은 억울함이다. ‘왜 그때 말하지 못했을까? 그때 학교를 다 뒤집어엎는 한이 있더라도 부모님과 선생님께 말씀드려 볼걸 그랬지.’
 우여곡절 끝에 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다. 다만 한 가지만은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학생이 ‘그때 왜 말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평생 하면서 살아가게 만들지는 않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교사를 꿈꾸고 있을 테니 말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왕따는 피해자를 조용히 말려죽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교사가 미리 알아보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최소한 그 아이의 고백을 흘려넘기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게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정소연(국어교육·16)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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