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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사람과 소프트웨어

김태영(컴퓨터교육) 교수l승인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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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이 컴퓨터교육이라서 소프트웨어를 매일 접하다보니 ‘소프트웨어’의 본질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지곤 한다. 소프트웨어(software)는 잘 알려진 대로 하드웨어(hardware)에 대비되는 말로서 기계장치인 하드웨어 안에 들어있는 프로그램들을 말한다. 즉,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서 수행하곤 한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사용하여 사람이 수행하기 힘든 많은 양의 수학적인 계산을 하고,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하기 위하여 문서들을 작성하며, 카톡이나 밴드 같은 SNS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메시지들을 주고 받으며, 동영상 편집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소프트웨어는 이륙과 착륙 사이에 자동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며, 최근에는 자동 운전 자동차(self-driving car)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어서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 대신 소프트웨어가 운전을 대신하는 차가 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기원은 영국의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 만든 튜링 기계(Turing machine)에서 출발한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은 2차 대전 중에 독일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하여 그가 만든 암호해독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그의 업적은 현대 컴퓨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튜링 머신에서 더 빛나고 있다. 이 기계는 그가 만든 상상의 기계로서 수학적인 증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명령들(instructions)의 집합‘을 사용한다. 즉, 이전까지 인류가 만들어 낸 기계들과는 전혀 다르게 ’사람의 사고 과정을 담을 수 있는 기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 전공 학생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의 사고(thinking) 과정을 절차적으로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교육이 필요하게 된다. 즉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컴퓨터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의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즉, 연설을 잘하려는 정치가가 단순히 미사여구를 화려하게 사용하는 것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가를 그의 언어에 진솔하게 담야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에서 자신이 간단하고 편리하게 수행하는 작업들에 얼마나 복잡한 하드웨어 기능들과 소프트웨어 작업들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마치 우리가 밥을 먹으면 우리 몸 안에서 얼마나 복잡한 소화 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추출되는지 생각해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 그런데 가끔씩 생각해보는 것은 ‘하드웨어가 중요한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우리가 어릴 때 많이 들어보던 질문, 즉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라는 질문과 유사한 듯하다. 또한 ‘사람의 정신(소프트웨어)이 중요하냐, 육체(하드웨어)가 중요하냐’라는 질문과도 상통한다. 
어떤 사람들은 육체가 더 중요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정신적인 삶을 더 중요시한다. 하드웨어적인 육체를 중요시하건, 소프트웨어적인 정신을 중요시하건 이것은 각자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적 삶을 규정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에서는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우리 모두가 같이 논의해야 할 문제이다.
프랑스 대입시험인 다음과 같은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들을 본 적이 있다. (위키피디아, ko.widipedia.org)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우리가 하고 있는 말에는 우리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것만이 담기는가?”, “예술 작품은 모두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권리를 수호한다는 것과 이익을 옹호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가?”, “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가?”, “정의를 위해 폭력은 정당화되는가?”...
내가 초중등 학교에서 받았던 교육과 지금의 세대들이 받고 있는 교육과 학교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우선 먹고사는 경제적인 문제가 절실하였기에 지금까지는 그에 맞는 육체적이고(하드웨어적인) 도구 중심적인(tool-oriented) 교육이 필요하였다고 본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하드웨어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여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사회면에 나타나는 기사들을 보면 학생들이나 청년들이나 장년들이나 노년들이나 이 공동체에서 그리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GDP도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결혼율,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낮고, 이혼율, 자살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다고 한다.
이제는 이 땅을 살아갈 다음 세대들이 보다 정신적인 풍요로움과 사회적인 질서를 추구하는 정신적인(소프트웨어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사고 중심적인(thinking-oriented)'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야만 또한 창의적인 소프트웨어들을 만들어내는 인재들이 길러질 수 있으니까.


김태영(컴퓨터교육) 교수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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