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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컬처노트] 미라클 벨리에

김지연 기자l승인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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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라클 벨리에
감독: 에릭 라티고

“도망치는 게 아녜요, 비상하는 거예요.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거예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 앞에서 폴라는 이렇게 노래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슬프지만 떠나야 해요. 이제 당신의 아이는 없어요.” 딸의 눈빛, 딸의 표정, 햇볕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던 머리카락. 이런 것들을 통해 부모는 폴라의 노래를 ‘듣고’, 자신들은 영원히 알 수 없을 세계로 딸을 떠나보낼 용기를 낸다. 에릭 라티고 감독의 영화 ‘미라클 벨리에’ 이야기다.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벨리에 가족. 엄마, 아빠, 동생 모두 청각장애인이고, 딸 폴라만이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다. 짝사랑하던 가브리엘을 따라 학교 합창부에 들어간 폴라는 자신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가족들은 폴라가 파리의 합창학교 오디션을 보는 것을 거세게 반대한다. 폴라는 자신이 오르는 합창 무대에 가족을 초대하지만 그의 노래를 모두가 숨죽여 듣는 와중에도 벨리에 가족은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갑자기 영화 안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화면은 그전처럼 흘러가는데, 관객들은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게 벨리에의 세계다. 침묵. 방긋거리는 입모양. 정중한 조롱과 멸시. 폴라의 아빠가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은 경쟁자는 폴라에게 “그런데 말이다, 너희 아빠는 정말 사람들이 청각장애인을 뽑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라고 묻는다. 벨리에 가족이 만나는 차별은 한국의 현실과도 유사하다. 한국에서 장애인은 '나눔의 행복'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번에 2000원인 전화 후원을 호소하거나, 비장애인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욕설의 의미로 사용되거나, 대부분의 경우 아예 존재 자체를 삭제당한다. 장애인은 고속버스 한 번 타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시위조차 뉴스에 나오지 못한다. 끊이지 않는 무시로 인해 폴라의 부모는 건청인에게 반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에게 딸의 “노래를 하겠다”는 선언은 배신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날 밤 아버지는 폴라의 목에 손을 대고 노래를 청한다. 당신을 열렬히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또 고백하는 노래를, 그렇게 그는 '듣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벨리에 가족은 합창단 오디션을 위해 파리로 향한다.
폴라는 가족을 떠나는 게 슬프지만 미안해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거니까. 아프지만 상처받지는 않는, 깨끗하고 따뜻한 이별. 폴라는 파리에서 날개를 펴고 날아갈 것이고, 가족들은 그의 노래를 마음으로 들으며 늘 그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리는 폴라의 환한 미소에서 영화는 끝난다. 폴라가 가수로 성공할지, 로돌프가 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서로가 있는 한, 이들이 무너지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 이 영화의 원제목은 La famille Bélier, 벨리에 가족이다.


김지연 기자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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