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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호] 아직 4월입니다

편집장l승인2017.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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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폈다. 따뜻한 봄기운이 물씬 올라오고 발걸음과 옷차림이 가볍다. 시험도 끝나 이젠 행사의 달 5월만 기다리면 된다. 게다가 두 주만 있으면 새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나. 작년 늦가을부터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들도 구속 수감돼 있고 이젠 훌훌 털고 새 시작을 할 수 있겠단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 4월이다. 손톱이 빠지고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살고자 안간힘을 썼던 학생들, 갯물이 들어 몸이 부은 채 올라온 자식을 본 부모들과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고 있는 4월이다. 한국 사회가 흉물스러운 속을 드러낸 그날 이후 ‘미안하다’, ‘대한민국을 꼭 바꾸겠다’며 많은 얘기들이 나왔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합동분향소에는 길고 긴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지금도 거리에선 사람들의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세월호는 깊은 구멍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터다.
우리학교에서도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세월호 추모 캠페인이 진행된 ‘홀로나무’ 앞을 지나던 사람들은 노란 리본에 나름의 메시지를 적은 뒤 나무에 묶어 달았다. 리본에는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 ‘잊지 않겠다면서 자꾸 잊어가는 것 같아 미안해요’ 등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중 유독 캠페인 안내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한 어른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자 “세월호 참사는 물론 안타깝지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정상적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된다”고 대답했다.
그 어른처럼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상업화된다며 걱정하고, 때로는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은 유가족 자격이 없다는, 정치는 왜 끌어 들이냐는, 조용히 추모나 하라는 폭력의 언어들. 그 말에선 순수한 피해자 프레임이 읽힌다. 그러나 세월호 희생자의 가족,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려는 시민 행동의 어느 부분이 ‘정치적’ 이용을 위한 것일까. 유가족을 치료하고 지원하며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제도권 정치의 역할은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나 시민공작소와 유가족이 만든 노란 리본 등 각종 소품 역시 세월호를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무거운 작업이다.
한국은 지금껏 시스템 문제로 수많은 비극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사후 전개는 지금까지의 세월호와 판박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비롯해 인하대생들이 참변을 당한 마적산 산사태, 그리고 얼마 전 19살의 철도노동자를 떠나보낸 구의역 참사까지. 이때 관련 당국은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진상 규명을 통해 더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그러나 반성은 없었고 망각은 쉬웠다. 이를 비판하는 유가족에겐 ‘정치적으로 죽음을 이용하지 마라’,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비난이 돌아왔다. 무수한 참사를 겪어왔으면서도 또다시 같은 형태의 죽음을 되풀이 하게끔 하는 기제는 무엇인지, 변화를 막는 악은 어디서 나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바우만에 따르면 악은 전쟁이나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늘날 악은 누군가의 고통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때,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할 때, 말 없는 윤리적 시선을 외면하는 눈길과 무감각 속에서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안의 악이 자꾸 튀어나오지 않도록 기억해야겠다. 우리는 아직 4월에 있음을.

억울하게 지워진 희망들아
이 언어도단이 밝혀질 때까지는
그 무슨 목표 달성도 복지 사회도 어떤 허울 좋은 구호도
대한민국이란 이름 위에 정당화될 수 없단다.

-이선식 시,  ‘별이 되어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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