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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호] 외국인이 본 우리 옛이야기

오윤선(국어교육과) 교수l승인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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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외국 학생들에게 <단군신화>를 가르쳤을 때, 그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질문은 ‘처음에는 곰과 호랑이에게 100일만 참으면 사람이 된다고 했는데, 왜 100일이 아닌 21일 만에 사람이 됐나’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단군신화>를 꼼꼼하게 읽으면서도 그런 의문은 가져보지 못했기에, 이후 연구서들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하지만 많은 영문판 <단군신화>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21일 동안 참으면 사람이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호랑이는 11일 만에 뛰쳐나가 사람이 되지 못했고, 곰은 21일을 온전히 참아 사람이 되었다고 번역하기도 한다. 원전에는 없지만, 호랑이는 11일째에 포기했다고 구체적으로 써준 것이다. 하지만 비록 숫자가 서로 안 맞을지라도, 혹은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신화 고유의 상징적인 부분은 그대로 두는 것이 옳다. 신화에 나타난 하늘에서의 100일과 지상에서의 21일을 같은 기준으로 계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숫자에 대한 고민은 또 있다. <구운몽>에서의 주인공 양소유는 16세에 장원급제했다. 하지만 너무 어린나이라고 판단한 번역자 게일(Gale)이 18세로 올려 번역한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한국 나이는 서구의 나이보다 한 살 또는 두 살이 많게 계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또 몇 살을 더한 것은 인물들이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고 배우자를 만나기에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나이계산법은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생명으로 생각하는 우리 고유의 생명의식이 담겨 있고, 현대의 한국사회에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므로 이를 그대로 표기해 주는 것이 옳다.
이외에도 작품 내용에 대한 의문들을 반영해서 번역한 사례들은 많다.
<콩쥐팥쥐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왜 콩쥐를 도와주지 못했을까? 영문판에 따라서 아버지가 너무 바빠 콩쥐가 어떻게 지내는지 미처 살필 겨를이 없었다거나,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콩쥐의 고생을 알면서도 도울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알렌(Allen)이 영역한 <토끼전>에서는 용왕의 병에 쓸 약을 ‘토끼의 간’이 아닌 ‘토끼의 눈알’로 개작했다. 간을 두고 다니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의사 알렌이 안경처럼 눈알을 여벌로 두고 다닌다고 바꾼 것이다. 헐버트(Hulbert)의 개작본에서는 ‘토끼간’이 사실 토끼의 간이 아니라 ‘토끼간’이라는 풀이름이라면서 풀을 구해다 병을 낫게 한다. 사실 동서양의 많은 옛이야기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잔혹함은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적절하지 않아, 이와 같은 개작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영문 한국 옛이야기들을 읽는 영어권 독자들 중 많은 수가 한국으로부터 입양한 자녀나 손주를 위해 영문 한국 옛이야기 책을 구입하고 있다. 그런데 <나무도령과 대홍수>에 등장하는 친딸과 입양한 딸 중에는, 친딸이 매우 더 아름답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과 은혜를 갚은 동물>에서는 입양한 아들이 그의 아버지를 모함해서 감옥에 갇히게 한다. 친자식은 훌륭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배우자감이며, 입양아들은 나쁜 품성을 가졌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영어권 독자들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다른 판본으로 번역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옛이야기를 영문 동화로 번역 소개한 책들이 제법 된다. 하지만 그 개작의 내용에서 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문제적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이야기들이라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타인의 눈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학생들에게 혹은 미래의 자녀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줄 것인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오윤선(국어교육과) 교수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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