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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그림자를 찾아드립니다

이상돈(대전둔산중) 교사l승인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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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러분 내면에 깊이 드리운 생각을 찾아내세요. 수많은 작가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자 자기의 모습을 그리고, 만들고, 글로 쓰곤 했지요…
새 학교로 옮긴 뒤 3월! 그 학교의 첫 미술 시간에 수행 단원 ‘내가 있는 풍경’을 연필 소묘로 자신만만하게 시작하면서 힘주어 말문을 연다. 자신을 찾아보고 이해하고 조절하면서 스스로 시각적 소통 역량을 기르고자 준비한 수업! 캬~ 요즘, 학생들의 생각 관점을 바꾸는 방향으로 수업을 설계하며 나 자신도 신난다. 나도 깜짝 놀랄 만큼…. 그래서 쉬는 시간에 생각이 떠오르면 짬짬이 메모를 한다. ‘나와 그림자’의 기법으로 ‘소통하는 나’를 여러모로 들여다본다. 오늘도 그림자와의 치열한 수업을 마치고 몇 자 적으려는데 불현듯 우리 선생님들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선생님의 그림자. 닳아서 없어진 희미한 무채색 그림자. 아이들만을 향해 나 자신을 볼 수 없는 그림자. 문득 ‘비바람에 굽을 만해도 꿋꿋하게 바른 자세로 비치는 마치 잘 자란 소나무와 같은 그림자…’가 생각난다. 그리고 교사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내 존재를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행복보다는, 그리고 나를 사랑하기보다는 늘 그 시선이 제자들을 향해 있어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는 그림자를 만들지 못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겹친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교사이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가정사에 휘청거리며, 이를 악물며 버티다가. 거침없이 째깍거리는 교실의 시계와 함께 천천히 허물어지며 자신의 그림자도 함께 희미해진다. 부모의 파경을 눈으로 확인하고 수업과 학교가 멀어지기 시작하며 주변을 서성이는 교사. 선배 교사와 상담하고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자신의 힘에 갇혀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교사. 이제 모든 것을 소진하고 힘없는 표정으로 그저 창밖만 웅시하는 교사.

인제 그만! 
선생님의 그림자를 찾아드리는 것, 그것은 수석교사의 역할이기도 하다. 수업에 관한 컨설팅을 하다 보면 선생님의 대화와 수업, 성격, 고집, 의도, 습관에서 그들의 약한 모습들이 드러날 때가 있다. 어쩌면, 수업을 통한 나눔의 요소보다 선생님의 내면을 스케치할 때가 더 많아지곤 한다. 그때 그 선생님의 그림자가 생각날 때면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생긴다. 선생님이 힘들면 누가 도와주어야 하나? 그 그림자와 어떻게 만나야 하나? 학교생활에 소진된 교사의 에너지를 어떻게 극복, 회복시킬 것인가! 틈틈이 선생님들의 표정을 읽어본다. 교사가 학교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준비하는지를 알아보는 일이 먼저이다. 능숙한 학급 경영과 매력적인 수업 전개가 중요하지만, 교사인 사람이 가장 먼저이고, 이들을 섬세하게 살피고 보듬어야 한다.

수석교사가 수업을 논할 때 사람 대 사람의 내적인 관계와 긴밀한 영향력을 잊으면 … 그다음에는 기계적인 수치와 통계 속에 사람이라는 존재의 가치가 소멸하고 만다. 학교에는 사람들이 있다. 
수업은 사람이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참으로 교실을 가득 채웠으면 한다.  

어떤 학생들의 그림자가 교실에 있으면 좋을까요? 
어떤 교사의 그림자가 학교에 있으면 좋을까요?

그림자가 아름다워서 늘 따뜻하게 자신과 대화하시는 선생님! 
그 그림자를 찾아드립니다.


이상돈(대전둔산중) 교사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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