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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호] “손톱은 3mm, 양말은 흰색만” 여전한 비인권적 학칙

학생 의견이 반영되는 학칙 문화 만들어야 김지연 기자l승인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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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은 독서 금지’, ‘성적이 낮으면 학생회 위원 자격 상실’, ‘급식은 남학생 먼저’. 먼 옛날의 이야기 같지만, 모두 현재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상용되고 있는 학칙이다. ‘학생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성을 침해하는 학칙이 여전히 만연한 한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학생인권을 위협하는 시대착오적 학칙에 대해 알아보았다.

◇ 불량 학칙의 사례
2015년 9월 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에서 ‘불량학칙공모전’을 개최했다.
107건에 달하는 ‘불량 학칙’이 접수되었고, 그 유형은 △성적 차별(성적순으로 독서실·기숙사배정, 성적 미달 시 학생회장, 반장 자격 박탈) △학습 강요(고3 학생의 독서·운동 금지, 공휴일에도 자율학습 강요) △연애 금지(스킨십을 단계별로 나누어 벌점 부여 당사자 교내 수상 제외, cctv로 남녀 학생 감시, 동성연애 금지) △정치활동 금지(집회 참여 금지, 대외 활동 금지) 등 다양했다.
가장 많은 사례는 복장·두발 규제로, △교복 위에만 겉옷 허용 △체육복 등하교 금지 △담요 금지 △무늬 없는 흰 티셔츠, 양말만 착용 △두발은 귀밑 15cm(장식 없는 검정 머리끈만 사용) △아우터, 가방 색 규제 △손톱, 치마길이 규제 등 자유를 세밀하게 제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복규정은 ‘좋은교사운동’이 학생 736명, 교사 298명에게 2014년 11월 11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가장 불합리하다’는 응답을 받기도 했다.
여학생에게만 적용되는 불합리한 교칙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지 교복 금지, 운동화 금지, 살색스타킹 금지, 심지어 머리카락을 동그랗게 올려 묶는 일명 ‘똥머리’도 금지된다.
최근에는 ‘우리 학교에서는 탐폰 사용이 금지된다’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생리 조퇴를 하고 싶으면 보건 교사에게 교체한 생리대를 ‘검사’받아야 하는 학교도 있으며, 화장이 진하거나 치마를 짧게 입었다고 “술집 나가냐?” 같은 성희롱 발언을 듣는 경우도 많다.

◇ 학칙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입장
좋은교사운동의 설문에 따르면 학생의 37%가 학칙을 비합리적으로 인식하며, 학칙이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였냐는 질문에도 52%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상벌점제 폐지에 대해서는 44% 찬성, 23% 반대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교사는 교칙이 합리적이라는 응답이 29%로 비합리적이라는 응답(25%)보다 많았으며, 상벌점제 폐지에 대해서도 찬성 34%, 반대 41%로 학생들과는 다른 양태를 보였다.
교칙에 대해 미추홀외고 김운수 교사는 “시대착오적 학칙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고치고 없애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불만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왜 불만인지, 어떤 대안이 있을지 학생과 교사가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명진고 송영석 교사는 “학생과 교사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다. 학생이 자율성을 원한다면 교사는 학생을 통제하기 위한 획일성에 무게를 둔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동인천고 2학년 하승민 학생은 “학칙의 목적은 좋지만 자유를 억압하는 측면은 분명 있다. 머리 길이가 학습에 크게 방해되는 것도 아니고, 과도한 규칙 때문에 오히려 학습이 비효율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 변화하는 학칙 문화
시대착오적 학칙에 반발하는 목소리에 맞추어 교육청도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2017년 1월 5일, 부산교육청은 관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비현실적이거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학칙을 일제히 제·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개정은 교육청의 권고, 전문가들의 점검, 결과 확인의 3단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학칙을 관리해나갈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은 2017년 3월 7일 생리공결제도 사용권리 존중, 여학생 바지교복 선택권 보장, 성차별적 복장제한 규정 개선, 성차별에 따른 불합리한 구분 지양, 교사의 성차별적 표현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여학생 인권 가이드’를 배포했고, 앞선 2016년 11월 29일 경남교육청은 관내 초·중·고등학교 관리자와 인성교육부장 약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학생생활규정 재·개정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교실에서 교복 위 겉옷 착용 금지, 겉옷 색상 및 디자인에 대한 과도한 금지 등 개성 실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교칙을 수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2016년 2월 5일 전국의 시·도 교육청에 발송했다.

◇ 학칙의 개선 방향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는 현 학칙의 개선 방향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학칙의 목표는 인권 보장이어야 한다. △학칙 기준을 벗어난 자의적 판단과 비인권적 통제·처벌은 사라져야 한다. △학칙 제·개정의 원칙과 과정은 민주적으로 열려있어야 한다. △학칙 제·개정에서 실질적으로 동등한 참여와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학칙은 접근하기 쉽게 공개되고, 충분한 공지와 검토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인권을 침해하거나 상위법을 위반하는 학칙에 효력정지와 구제를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 교육청의 책임 있는 감독, 지원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 나,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다양한 발상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 다,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 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 그러나 학생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제하는 학칙이 과연 자주, 창의, 교양, 배려와 공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학생의 자유와 규칙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때다.


김지연 기자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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