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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 청주네팔쉼터를 방문하다

김지연, 김서영 기자l승인2017.03.27l수정2017.03.2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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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 걸려있는 각종 행사의 현수막.

청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청주네팔쉼터는 몸이 아파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월급을 받지 못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살 곳이 없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면서 도움을 받는 곳이다. 쉼터를 운영하는 고니스, 수니따 부부와, 쉼터를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백종원(좋은교육협동조합), 노수빈(교원대 윤리교육과), 김진주(충북대 수학교육과) 씨에게 네팔쉼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청주네팔쉼터를 운영하는 고니스, 수니따 부부

1.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청주네팔쉼터를 운영하는 고니스, 수니따입니다. 한국에 온 지는 10년 됐어요. 아내는 충북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저는 한신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쉼터는 2013년에 문을 열었고, 5년 동안 2,000명이 넘는 네팔인이 머물고 갔어요. 충북 지역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찾아와요. 3년 동안 네팔인 1,200명이 도움을 받았고, 2015년 경제적 이유로 쉼터 문을 닫았을 때 그분들의 후원으로 5개월 만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15명의 네팔인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 쉼터 내부 모습. 지금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칠판에 적혀 있다..

2. 쉼터 운영에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경제적인 게 가장 힘들죠. 저는 학생 비자라 일을 할 수 없고 남편도 공부해야 하니까요. 월세금, 관리비 하면 한 달에 60만 원인데, 여기 오는 사람들이 잘 쉬어야 하니까 보일러도 잘 돼야 하고 물도 따뜻해야 하고... 저번 달에는 난방비가 28만 원 나왔어요. 수도는 26만 5,000원. 외부에서 지원받는 것도 없어요. 여기 있는 컴퓨터, 냉장고.. 이런 거 다 여기 사는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후원해서 장만한 거예요.
그리고 건강 문제가 심각해요. 아픈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통역이 없으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가 없어요. 의사 선생님에게 어디가 아픈지 설명할 수 없으니까. 통역해줄 사람이 없어서 치료 못 받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아요. 그럼 저희가 통역을 해주죠. 모르는 사람한테도 “누나, 난 이런 사람인데 이렇게 아파요.”라고 전화가 오면 몇 번이고 무료로 통역해줘요. 돈 받으면 도움이 아니라 일이잖아요. 하지만 저희만으로는 힘들어요. 통역 봉사가 많이 필요해요. 네팔 사람들도 영어 하지만, 영국식 발음이라 못 알아듣더라고요.
그리고 농업 비자로 오면 보험이 안 돼서 돈도 많이 들어요. 사장님이 치료비 지원을 안 해줄 때가 많거든요. 원래 해줘야 하는 건데. 병원 한 번 갔다 오면 10만 원 정도 드는데, 네팔에서 그 돈이면 아이를 한 달 동안 학교에 보낼 수 있어요. 게다가 얼마 전 네팔에 큰 지진이 나서, 한국에서 보낸 돈으로 네팔의 가족들이 집도 짓고 피해를 복구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병원을 안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몸이 아픈 것만이 문제가 아니에요. 낯선 곳에서, 차별받으면서 일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갑자기 “형, 나 여기 아파. 가슴하고 머리가.” 해서 병원에서 검사받아 보면 아무 이상이 없어요. 스트레스인 거죠. 결혼 한 달 만에 오신 분은 가족 생각에 향수병이 생겨서 결국 네팔로 돌아갔어요. 어떤 친구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소주 마시고. 그렇게 한국에서 상처 입고 스트레스 받은 친구들, 여기 와서 며칠 쉬면 괜찮아져서 다시 일하러 가요. 여기선 자기 나라 말도 같이 할 수 있고 명절에 모여서 고향 음식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라도 나누면 외롭지 않으니까. 너무 힘들어서 네팔에 돌아가야겠다던, 다음 주에 비행기 표 끊는다던 사람도 여기서 일주일 있으면 “나 네팔 안 간다!” 해요. 새로운 기회를 얻어 가는 거죠.

3.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부당함은 무엇이 있나요?
다들 여기 와서 욕을 가장 먼저 배워요. 많이 들으니까. 한국까지 돈 벌러 온 건데, 돈도 제때 못 받고 무시당하는 일이 많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자국에서 대학 나왔고 석박사 학위 있는 분도 있어요. 다들 기본적으로 영어, 네팔어, 한국어 3개 국어를 해요. 많으면 힌두어까지 4개. 똑똑한 사람들인데, 단지 네팔에서 왔다는 이유로 육체노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농업비자가 큰 문제예요. 지금 여기서 농업비자로 온 사람이 열 명이나 돼요. 농업비자로 오면 보험도 안 되고 근로기준법도 안 지켜도 돼요. 일하다 아프면 회사에서 돈을 줘야 하잖아요, 그게 싫어서 쉼터 갔다 오라고 사장님이 노동자한테 허락을 해줘요. 그런데 그 허락도 아주 까다롭게 해줘서, 어떤 사람은 허락받으려고 400만 원이나 냈어요. 8개월 동안 벌었던 걸 다 내서 이제 생활할 것도 없어요. 그 사장님은 그렇게 1억 넘게 벌었어요.

4. 여성쉼터를 따로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여성쉼터를 연지는 3개월 정도 됐어요. 가끔 여자들에게 “언니, 나 왔어. 일 잡아야 하는데 어디 머무를지 모르겠어. 여자 쉼터는 없어?” 하는 전화가 오더라고요. 여기는 남자들뿐이라 여자 한두 명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사는 집에, 집주인 허락을 받고 방 한 칸 반을 얻었어요. 거기서 네 명, 다섯 명, 많으면 여섯 명까지도 같이 자요. 여기랑 가까워서 밥은 같이 먹어요.

▲ 청주네팔쉼터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봉사자 학생들 왼쪽부터 김진주(충북대), 노수빈(한국교원대), 백종원(충북대)

5. 준비 중이라는 프로젝트의 내용이 궁금해요.
이주노동자분들을 인터뷰해서 웹툰을 제작할 계획이에요. 이분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차별을 받는지,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특수한 불편함이 있는지, 이런 것에 대해 8화 분량으로 웹툰을 만들어서, 와디즈(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투자를 받아 책으로 펴낼 거예요. 투자 리워드는 책, 5월 21일에 개최되는 네팔 문화의 날 행사 초대권, 그리고 저희가 직접 만든 안전교육 보드게임이에요. 순수익은 전부 쉼터에 기부하고요. 그리고 쉼터에 도움이 될 정부지원사업도 알아보고 신청하고 있어요.

6. 교원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수니따: 교원대 학생들이 이주민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 저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고니스: 저도 학교에 다니고 있잖아요. 학교에서 젊은 친구들이 봉사 많이 하는 걸 보면서 네팔 학생들에게도 이런 걸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학생들이 네팔에 와서도 봉사를 많이 해요. 물론 점수 따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마음으로 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네팔도 한국처럼 봉사 점수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기 네팔쉼터에도 많이 봉사하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백종원: 그동안 우리가 소수자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경제가 어려우면 소수자는 더 큰 타격을 받거든요. 소수자의 삶이 괜찮아져야 모두가 괜찮아진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대통령, 국회의원들도 소수자를 위한 정치를 폈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주: 이건 같이 고민했으면 하는 지점인데요, 분명 한국 사회에는 이주민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잖아요. 미국에는 적어도 차별이 존재한다는 인식은 있는데, 여기는 아예 이주민 문제가 비가시화 되어 있으니까 논의도 부재한 것 같아요. 대학사회 내에서, 원주민이 가진 기득권을 인지하고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는 교원대잖아요. 대부분 교사가 될 테고 분명 다문화 학생도 가르치게 되겠죠. 우리에게도 은연중에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요. 백인은 더 좋아 보이고, 피부가 검어질수록 무시하고.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교사가 될 수도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 네팔쉼터에서 함께 먹은 저녁.

인터뷰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가려는 기자들에게 수니따 씨가 저녁을 대접했다. 둥글게 둘러앉아 낯설지만 맛있는 네팔 음식을 함께 먹으니, 수니따 씨가 말한 ‘우리’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이 주어지기를, 그래서 앞으로도 청주네팔쉼터가 이주노동자에게 따뜻한 ‘우리 집’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연, 김서영 기자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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