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7.9.15 금 01:43

[400호] '가족', 안락과 눈치의 불편한 동거

김현종(일반사회교육전공·16)l승인2017.03.2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가족은 안락의 대명사다. 안락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움을 뜻하는 단어다. 일에 치인 직장인도, 수업에 진이 빠진 학생도 집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긴장을 풀고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 가족한테는 잘 보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는다. 아침에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같이 아침밥을 먹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다. 거실에서 tv를 볼 때 쇼파에 대자로 누워서 본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가족 이외의 관계에서 보기 힘든 편안함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폭넓게 허용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평온한 가정집에 눈치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함께 하는 식사가 불편해지고, 가벼운 대화에서도 주의해야한다. 가족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가족은 사회화가 이뤄지는 가장 미시적 단위의 사회집단이다. 사회화는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하는 가치와 생활양식을 개인에게 주입시키는 과정이다. 사회화의 내용이 되는 컨텐츠는 누가 정하는가? 우리가 사회생활을 위해 익혀야한다고 믿는 것들은 누가 정했고, 누가 가르치는가? 사회계약을 설파했던 사상가들은 자연상태에서 인간들이 무언가 합의를 했다고 가정했다. 정말 그런가? 우리는 실제로 아무런 합의도 하지 않았다. 결국 사회화의 컨텐츠는 지배층과 권력자들이 정한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의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그 중 핵심은 노동력이다. 노동력을 정점으로 하여 결혼, 출산, 교육 등의 행동양식이 결정된다.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성인남녀들은 결혼하고 애를 낳아야한다. 또한,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아이에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 우리는 결혼, 출산, 교육을 인생의 당연한 과업으로 생각한다. 사회화는 지배잡단의 통제전략이고, 우리는 훌륭하게 통제되었다. 지배집단과 우리를 가족이 매개하고, 가족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화는 오늘도 작동하고 있다.
가족이 사회화의 매개 역할을 한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문제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족 내의 사회화가 예전처럼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두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먼저 사회경제적 변화를 살펴보자. 현재 부모들이 젊었을 때는 사회가 시키는 대로,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했더니 배부르고 따뜻하게 살 수 있었다. 사회화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부모들이 자녀에게도 우수한 성적을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가 변했다. 사회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도 실패하는 경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가 없다. 좋은 일자리를 잡아도, 서울에 내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다. 부모는 자식에게 상처가 될까 선 듯 말을 건네지 못하고, 자식은 눈칫밥을 먹느라 숨만 쉬어도 불편하다.
두 번째 변화는 자아의 발견이다. 한국사회는 유독 자아에 무관심했다.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한 한국사회에서 자아를 이야기하면 별종 취급을 받았고,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고난과 역경의 현대사를 함께 해쳐온 역사적 경험 때문일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진리인양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제 뭉쳐도 죽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뭉쳐도 죽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뭉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홀로 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자아의 발견은 곧 사회화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의미한다. 부모님의 말씀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은 예전과 같은 안락함의 대명사라는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안락과 눈치의 불편한 동거를 이기지 못하고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화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가족은 눈치와 결별하고 안락의 포근함을 다시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현종(일반사회교육전공·16)  knuepress@naver.com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이전홈페이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탑연로 250  |  대표전화: 043) 230-3340  |  Mail to: knuepress@daum.net
발행인: 류희찬  |  주간: 박현선  |  편집국장: 최원호  |  편집실장: 하주현/정규나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원호
Copyright © 2017 한국교원대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