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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 청소년의 투표권을 보장하라

김승연 기자l승인2017.03.27l수정2017.04.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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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말과 동시에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부터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는 공석이 됐다. 그리고 탄핵 후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관련법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오는 5월 9일을 대선 날짜로 지정했다. 대선과 함께 수면 위로 부상한 의제가 바로 ‘선거 연령 18세 하향’이다. 야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이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여러 시민단체들 또한 뜻을 함께하고 있다.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요구는 예전부터 계속돼왔다. 선거권 연령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에 명시된 선거권(헌법 제24조)과 평등권(헌법 제11조 제1항)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2013년 헌재 재판관 6인은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이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 밖에도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면 입시에 집중해야 할 학교가 정치이념 논쟁에 물들게 된다”며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성숙과 미성숙의 잣대를 가지고 참정권 행사 연령을 판가름 짓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우리나라 법에 따르면 18세부터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고 군 자원입대도 가능하다. 보호자 동의 없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8급 이하 공무원 임용 시험 응시와 근로 장소나 시간에 제약 없는 독립적 근로계약도 허용된다. 이처럼 병역 및 근로 수행능력을 18세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들을 보면 이미 18세를 독자적인 판단이 가능한 주체로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234개국 중 92%인 216개국과 OECD 34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18세의 투표권을 보장한다. 2015년 일본이 20세에서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출 때 야당에 표가 쏠리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지만 참의원 선거 결과는 뜻밖이었다. 야당인 민진당의 득표율이 17%였던 것에 반해 아베 총리가 속한 보수정당인 자민당에 40%의 표가 쏠린 것이다. 당시의 일본 정부와 여당이 경제와 고용 면에서 안정적인 정치를 보여준 것에 따른 결과였다. 또한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 국민 투표 당시 16-17세 투표율은 18-24세 투표율 54%에 크게 웃도는 75%였다.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또한 인구 불균형의 문제도 들 수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15세 미만 인구는 13.4%에 그친 데 반해 60대 이상 인구는 전체의 19.8%를 차지한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노인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연령대별 고른 정책 입안을 위한 청소년 선거인구 유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의 젊은 세대는 기후 변화 시대를 살아내야 하고, 연금·의료 등 고령층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가 나라의 정책에 반영되어야 함은 명백하다. 교육이나 입시제도,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은 투표다. 선거를 통해 공동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정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청소년 당원 일동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민주주의 국가’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나라이며, 그 권리는 의무와 동시에 주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에게 부여되는 가장 소중한 권리인 참정권은 다른 의무와 권리에 비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역동성 유지와 청소년 권리 확대를 위해 선거연령 하향은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국민주권에 부합하는 길이다.


김승연 기자  ksy868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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