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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 8년 만에 다시 만난 봄, 여전히 나는 '미생'

박현진(초등교육전공·17)l승인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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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봄..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에 입학하여 꿈의 날개를 펼쳤던 때가 엊그제 같다. 그 때는 왜 그리 욕심이 많았는지 정말 쉼표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보냈던 것 같다. 부모님에게 독립하고 싶은 마음에 아르바이트와 근로 장학을 함께 하고, 초등교육과 수업도 버거우면서 중등교사 자격증도 따고 싶다고 일반사회교육 복수전공을 신청 했다. 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군대는 멋지게 갔다 오고 싶다고 학군단에도 지원하면서 정말 4학년 2학기까지 쉼 없이 달렸던 것 같다. 바둑 용어에는 ‘벌림’과 ‘굳힘’이라는 용어가 있다. ‘벌림’은 바둑 초반에 자신의 영토(집)을 넓히기 위해 돌을 분산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굳힘’은 바둑 중반 이후에 자신의 영토(집)을 단단하게 지키기 위해 바둑돌을 연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대학교 학부시절에는 ‘벌림’만 있고, ‘굳힘’은 없었던 것 같다. 이것저것 벌리기만 하다 보니 초등 임용고사 합격과 장교 임관은 해냈지만 결국 일반사회교육 복수전공 학점이수를 다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나에게 ‘굳힘’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바둑을 거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로 생각하고 지금도 꾸준히 향유해온 나는 인생을 자주 바둑에 비유하곤 한다. 작년 2016년에 다시 한 번 모교인 교원대 특별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11월 영광의 합격소식과 함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제 미생이 아니라 완생으로 간다!!’ 아마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그 뜻은 다들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둑돌이 서로 다른 두 집을 내어 완전히 살아있는 상태가 아닌 생사가 불안정한 상태의 돌들을 의미한다. 그 때는 합격하고 대학원만 가면 교사로서의 뭔가 부족함, 답답함을 바로 해결하여 ‘완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의 나의 교직시절은 정말 ‘미생’그 자체였다. 첫 신규발령 해에는 여교사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는 6학년 학생을 2학기때부터 맡아 ‘갱생’의 길로 안내했고, 그 다음해에는 교직경력 1년도 채 안 된 상태에서 53학급의 체육부장교사 직책을 맡아 수영부, 육상부, 스포츠클럽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그 당시 치맛바람과 바짓바람이 센 학부모들과 진통을 겪었는데, 어떤 낳은 과한 음주 상태의 학부모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육두문자를 듣기도 했다. 이러한 ‘미생’으로서의 교사의 삶을 살면서 나에게 한줄기 희망은 바로 아이들과의 수업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회 수업시간이었다. 평소 사회과 교육에 관심이 많던 나는 아이들과 다양한 체험위주의 수업을 하고 민주적인 토론을 하면서 정말 보람찬 수업을 했다. 정말 나에게 사회과 수업은 ‘신의 한 수’였고 ‘묘수’였다. 그 ‘신의 한 수’가 한 수가 아닌 여러 수가 되어 ‘완생’이 되기 위해 나는 대학원 입학을 결심했다. 
2017년 봄.. 한국교원대학교를 다시 만났다. 꿈같았다. 처음에는 낯설고, 맑게 웃고 있는 학부생들이 부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강한지 1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나는 금방 이 삶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쉬는 시간에 동기들과 차를 한잔 하며 오늘 수업에 대해 담소를 나눈다. 예전에 걷던 거리를 걸어보고, 예전에 먹던 음식을 먹어본다. 모든 게 조금씩 변했지만 거의 내 기억과 비슷하다. 캠퍼스 생활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교수님들과 동기들과 사회과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은 나에겐 정말 축복이다. 하지만, 교수님들과의 수업에서 또 다시 나는 ‘미생’이 된다. 내가 잘못 알고 있던 지식들, 내가 잘못 실천했던 수업사례들이 가슴에 팍팍 꽂힌다. 아마 앞으로 대학원 석사 파견 2년 동안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있어서 ‘완생’이 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한국 바둑의 전설인 이창호 9단은 “바둑에는 훌륭한 교사인 ‘복기’가 있다.”라고 했다. 복기는 자신이 이긴 바둑이든 진 바둑이든 다시 한 번 쭉 그 바둑을 둬 보면서 잘한 부분, 잘못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것을 의미하는 바둑용어이다. 인생 또한 복기가 훌륭한 교사인건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 좋았던 일이든 안 좋았던 일이든 ‘복기’를 해야 한다. 나 또한, 내 학부생 시절, 교직 시절을 ‘복기’하며 대학원 입학을 했고, 그 ‘복기’가 지금 나의 대학원 수업에 대한 열정과 노력의 바탕이 되는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즐겁고 행복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완생’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해야할 것 같다.  
열심히 대학 캠퍼스 생활 하고 있는 후배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다 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지 고민해 보세요. 잠시 ‘복기’를 할 수 있는 쉼표가 있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나아가 보세요. 그럼, 5년 후, 10년 후 기억하는 여러분의 캠퍼스 생활이 좀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것입니다.”


박현진(초등교육전공·17)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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