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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컬처노트] 영화 '4등'

김지연 기자l승인2017.03.27l수정2017.03.2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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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4등
감독: 정지우

대회마다 4등만 하는 열두 살 수영선수 준호. 준호를 4등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엄마는 국가대표 출신 광수에게 코치를 부탁한다. 광수와 함께하면서 준호의 등수는 쑥쑥 오르지만, 동시에 몸에는 피멍이 늘어만 간다. 메달을 위해 광수의 폭력을 모른척하는 엄마와 맞으면서까지 수영하지 말라고 하는 아빠. 정말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맞아야 하는 걸까? 폭력을 감수할 만큼, 1등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 프로젝트로 제작된 영화지만, ‘4등’은 그저 “때리면 안돼요” 하는 말랑말랑한 영화가 결코 아니다. 준호의 코치 광수를 보자. 그는 준호에게 체벌을 가하면서 “때리고 혼내는 선생님이 진짜 너를 생각해주는 거다, 나중에 고마워하게 될 거다. 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 라고 말한다. 맞다. 그의 과거는 ‘얘가 좀 맞아야 말을 듣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때 광수가 코치의 폭력에 얌전히 순응했다면 그의 인생은 지금보다 더 나았을 것이다. 체벌의 역겨운 논리가 그에게는 완전히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16년 후 비슷한 상황에 처한 준호 역시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수영을 그만둬 버린다. 결국, ‘맞아야 실력이 늘고 철이 드는 거다’라는 익숙한 논리가 두 번이나 실패로 끝나는 것이다. 광수와 준호라는 두 명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를 보여주며, 영화는 “아무리 아이가 잘못을 했고, 말을 듣지 않고, 나를 화나게 해도, 그와 상관없이 폭력은 부당하며 교육 효과도 없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강조되는 건 앞부분이다. 체벌에 이유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 그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준호는 간섭과 폭력 없이 혼자 수영하는 편을 택하고, 보란 듯이 1등을 한다. 기쁘면서도 씁쓸한 결말이다. 준호는 말한다. “전에는 욕심이 없었는데, 이젠 1등하고 싶어요. 그래야 좋아하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영화가 끝나도 우리는 계속 한국에 살아야 한다. 준호가 수영의 즐거움을 되찾고 엄마와 광수의 그늘에서 자유로워진다고 해도 계속 4등을 한다면 분명 현실의 장벽과 만나게 될 것이다. 준호의 1등은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준호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감독의 배려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준호가 4등을 하고 6등을 해도 "재밌으니까 괜찮아!" 하고 모두가 "그래그래!" 하고 응원해주는 영화가 나와야 한다. ‘4등’은 그런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을 향한 간절한 노크 같은 영화다.
‘4등’은 작고 힘있는 영화다. 올바른 메시지를 뚜렷하게, 깊게, 그리고 아름답게 전달하는. 흔한 공익광고 같은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일단 한번 보시길.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땅에서 이런 이야기는, 아무리 많이 해도 결코 진부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김지연 기자  r1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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