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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식객] 의외의 곳에서 운치를 찾다

하늘과 소나무에 가다 방정은 기자l승인2012.09.24l수정2017.03.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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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치원역 방향의 버스를 타고 조치원역 바로 전 정거장에서 내려, 2~3분 걷다보면 의외의 장소가 나온다. 바로 허름한 문화센터와 오래된 설렁탕집 옆에 있는 하늘과 소나무다. 하늘과 소나무는 세련된 옷차림의 주인아저씨가 14년 동안 운영했다는 양식집이다. 90년대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주변 건물처럼 이 가게도 허름하면서도, 다른 건물과는 달리 분위기 있는 외관이다. 가게에 들어가면 모차르트의 첼로 소나타가 은은히 들리고 구석구석 주인아저씨의 손길이 닿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조명이 기분을 안정시켜 준다.
  기자는 런치세트(11,000)와 크림스파게티(10,000원)를 주문했다. 런치세트는 커틀릿과 함박스테이크, 해물스파게티, 알밥이 모듬 형식으로 소량씩 나오는 메뉴이다. 이곳은 무슨 요리를 시키든 스프가 먼저 나온다. 매일 스프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이 날은 크림스프가 나왔다. 스프는 적당히 따뜻하면서 비리지 않은 무난한 맛이었다. 스프를 다 먹고 나면 블루베리 소스를 얹은 샐러드가 나온다. 샐러드는 보통 지나치게 달거나 새콤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적당한 단맛이 아삭한 야채와 어우러져 아이보단 어른이 즐기기 좋은 맛이었다.
  전채를 먹고 난 뒤 식사요리가 나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파프리카다. 샐러드부터 스파게티, 함박스테이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요리에 얇게 썬 파프리카가 얹어져 있다. 또한 각종 야채들이 일반 체인점에서 나오는 야채와 달리 싱싱하면서 다채로웠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요리를 먹어봤다. 먼저 크림스파게티는 느끼함과 고소함의 중간으로 약간 달달하기까지 했다. 느끼한 걸 싫어하는 중년층 여성분들이 좋아할 맛이었다. 그러나 크림스파게티의 풍부한 크림 향을 좋아한다면 이 가게의 스파게티로는 만족할 수 없을 듯하다.
  다음 런치세트로 나온 다양한 요리 중 가장 맘에 든 것은 해물스파게티이다. 이 또한 크림스파게티와 마찬가지로 적당히 매우면서 달콤했는데 무엇보다 면이 적당히 통통해서 식감이 매우 좋았다. 그러나 모듬 요리인지라 양이 적어 다소 아쉬웠다. 함박스테이크와 커틀릿은 모두 그 소스는 맛있었으나 식감은 생각보다 아쉬웠다. 모듬으로 적은 양을 먹었는데, 만약 정식으로 먹었다면 반쯤 먹고 질려서 먹지 못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알밥은 김치 알밥인데 뚝배기에 담긴 알과 밥, 김치, 김, 새싹을 골고루 비벼서 살살 덜어 먹고, 마지막으로 약간 탄 가장 밑의 밥을 긁어먹는 맛이 쏠쏠했다. 그러나 김치가 약간 짠 편이라 짠 것을 싫어한다면 먹기 전 약간 덜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소스와 재료는 14년의 노하우답게 싱싱하면서 특이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년층이 단골층을 형성한 가게 특성상, 그 맛은 약간 올드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곳엔 조명부터 음향까지 세세히 관리하는 주인아저씨의 세심함과, 낡긴 했지만 분위기 있게 꾸며놓은 건물을 즐기는 매력이 있다. 특히 독자에게 애인이 있다면 가까운 조치원의 하늘과 소나무에서 적당한 가격으로 은은한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방정은 기자  tory_pf@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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