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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호/시론] 내가 촛불이다, 그리고 전면전

조한욱(역사교육) 교수l승인2017.03.24l수정2017.03.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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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학교 사무국장으로 교육부의 역사교육정상화 추진 부단장이 임명되었다. ‘역사교육’의 ‘정상화’라는 미명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의 실무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그 명칭에는 지금까지의 역사교육이 파행이었다는 그릇된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전직 대통령 부친의 행적을 미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국정교과서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논의가 되었기에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단지 그 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여 폐지를 대량으로 생산했다는 사실을 웅변하며, 교육부는 이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징계를 받아야 할 대상을 교원대학교의 사무국장으로 임명했다. 나는 제2대학의 학장으로서 지난 화요일의 교무회의에서 그러한 인사에 반대하며 함께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음을 천명했다. 그러자 신임 사무국장은 공무원으로서 명령 체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했으니 양해해 달라고 대답했다. 영혼이 없는 관료로서 그런 일을 수행했으면 책임이 면해질까?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본 변명이다. 1945년 11월 20일부터 1946년 10월 1일까지 독일의 뉘른베르크에서 연합군의 군사법원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 24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 재판은 인종청소를 수행했던 나치의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지도자들을 정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재판이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데에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 도시에서 나치 도약의 발판이 된 창당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기에, 그것을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뉘른베르크가 선정된 것이다. 재판의 피고는 괴링과 헤스 등 24명의 중요 전범 뿐 아니라, 나치 당, 제국 내각, 친위대, 비밀경찰 등 일곱 개의 기관까지 포함했다. 그 피고들의 주요 변론이 명령 체계 속에서 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책임을 물어 12명을 사형에 처했고, 7명은 10년형부터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어쨌든 그 변명을 들으며 설령 거기까지를 이해한다 하여도 촛불에 대한 발언만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나는 교무위원회가 열리는 장소를 떠났고, 도서관장이 나와 뜻을 같이 했다. 좌편향된 교사들이 설렁설렁 가르치는 것에 역사인식도 없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촛불집회를 한다는 그의 발언도 명령체계 속에서 이루어진 일일까? 우리나라 교육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한국교원대학교의 고위직 간부가 그런 개인적 생각을 가졌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그것이 명령 체계 속에서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훨씬 더 큰 문제이다. 교육부라는 부서 자체가 민주주의와 교육의 가치를 부정한다는 사실을 인증한 꼴이기 때문이다. 신임 사무국장의 촛불 발언은 교사를 모독하고 학생들을 비하했으며 교육 자체를 크게 훼손했다. 그는 결코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촛불 집회에 나갔다. 우리 학교의 많은 교수님들께서도 지속적으로 촛불 집회에 참여했었는데, 나는 그 동안 마음만 갔던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워 촛불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처음으로 참여하여 광화문에서 효자동까지 걸었다. 사실 촛불의 힘은 결코 줄어든 적이 없으니 돌이켜보면 민망한 생각이었다. 그 가깝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피곤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삶의 활력이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그 다음 주에도 또 나갔다. 이번에는 청주의 성안길이었고, 여러 학생들과 함께 가서 구호를 외쳤다. 나는 결코 그 학생들이 아무런 생각이 없이 우르르 몰려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연단에 올라 떳떳하게 민주주의와 교육에 대한 소신을 거리낌 없이 토로했다. 가르치는 직업을 택한 것에서 보람을 느끼는 몇 안 되는 순간의 하나였다. 우리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될 터전을 닦아놓은 것이 촛불이었다. 스스로를 태우며 어두운 세상에 빛을 던지는 촛불을 그 누가 모독할 수 있겠는가? 나는 몇 번이라도 결연히 말하겠다. “내가 촛불이다!” =========== (후기) 이 글을 송고한 뒤 국회 교문위에서 있었던 교육부장관의 발언을 들었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있다는 기쁘면서도 가슴 아픈 소식에 마음을 졸이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발언은 그리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인양을 모르쇠하며 분노를 자아냈던 전 대통령의 태도만큼 충격적이었다. 교원대 사무국장 발령이 문책성 인사였다는 것이다. 말 한 마디로 수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니 장관이 능력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 한 마디로 그는 전직 모든 사무국장을 모독했고, 사무국장의 지시를 따르는 모든 직원을 능욕했다. 게다가 ‘문책성’ 인사라는 말로 그는 사무국장의 행동에 잘못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그 잘못에 대한 최종적인 문책은 장관에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논리에 따라 장관이 교원대 사무국장으로 올 것을 정중하게 권고한다. 왜? 교육의 본령을 모르는 그가 교육의 수장 자리에 있을 수 없음이 증명되었기에. 교육부장관이 한국 교육의 핵심을 담당하는 한국교원대학교를 ‘한직’으로 취급하였다는 것에 한국교원대학교의 구성원 모두는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이제는 전면전이다.
조한욱(역사교육) 교수  knue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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